[애니멀피플] 기고
‘식용’ 어류는 동물보호법 적용받지 못해
고통스러운 죽음에도 ‘학대’ 적용 못한 동물보호법
법 적용 대상 늘리고 금지 행위 정했다면 달랐을 것
‘식용’ 어류는 동물보호법 적용받지 못해
고통스러운 죽음에도 ‘학대’ 적용 못한 동물보호법
법 적용 대상 늘리고 금지 행위 정했다면 달랐을 것

2020년 11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살아있는 어류를 바닥에 내던져 동물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던 경남어류양식협회 관계자가 불기소 처분됐다. 미래 수산 tv 갈무리
식용 동물이 따로 있나? 그러나 검찰은 ㄱ씨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여러 조사와 관련 판례를 검토한 결과, ‘식용’ 어류는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동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낚시에 걸린 무지개송어는 단순 반사행동을 넘어 고통을 느끼고 학습과 회피 행동도 보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문어도 보호를 받는 시대 우리나라와는 달리, 동물복지법의 적용 대상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21년 12월 동물복지법 개정안(Animal Welfare Sentience Bill)을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4월 초 상원에서 의결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문어, 낙지 등의 무척추동물인 두족류와 랍스터, 게 등의 십각류를 동물복지법의 대상에 포함한 것이었다.

영국은 지난 4월 동물복지법 대상에 문어, 낙지 등의 두족류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다큐멘터리 ‘나의 문어선생님’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국민 절반 이상 ‘식용 어류도 보호해야’ 이런 논의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발전하는 과학과 높아지는 동물복지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어류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를 봐도 국민의 동물복지 인식은 꽤나 진전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이라면 동물의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의 응답률이 75%에 달했으며, 식용 어류도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비율도 65.4%로 나타났다. 이번 ‘활어 사건’은 동물보호법이 적용 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제한하는 형식으로 제정되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현행 시행령이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제외한다’가 아니라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과정이나 행위에 동 법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적용을 제외한다’고 했다면 시위에서 활어를 패대기치는 행위는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동물보호법의 적용이 가능했을 것이다. 동물보호법이 제 역할을 하려면 특정 동물을 식용 목적의 동물로 뭉뚱그려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식용 목적으로 이용하는 과정이나 행위에 동물복지 저해 요소를 제한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만약 이렇게 행위를 제한하는 형식의 입법이 이뤄진다면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은 넓어지고, 동물학대의 금지 조항(제8조)은 적재적소에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_______
대상은 넓게, 행위는 좁게 동물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넓어지는 것은 국제적 흐름이다. 우리나라 역시 추후 법 개정을 통해 두족류와 갑각류를 동물보호법에 포함하는 것은 물론 종에 상관없는 동물복지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동물보호 및 복지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항들은 예외 조항을 엄격하게 두어 이를 어길 시에는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면 어느 순간이든 가능한 수준에서 동물의 존엄과 복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금지되어야 할 것은 ‘대상’이 아니라 ‘행위’다. 성한빛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연구원(강원대 동물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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