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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아스팔트에 ‘활어 패대기’…미안해 법이 이래서, 학대가 아니래서

등록 2022-05-27 08:59수정 2022-05-27 23:39

[애니멀피플] 기고
‘식용’ 어류는 동물보호법 적용받지 못해
고통스러운 죽음에도 ‘학대’ 적용 못한 동물보호법
법 적용 대상 늘리고 금지 행위 정했다면 달랐을 것
2020년 11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살아있는 어류를 바닥에 내던져 동물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던 경남어류양식협회 관계자가 불기소 처분됐다. 미래 수산 tv 갈무리
2020년 11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살아있는 어류를 바닥에 내던져 동물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던 경남어류양식협회 관계자가 불기소 처분됐다. 미래 수산 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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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물고기는 고통을 느낀다. 동물행동학자 조너선 캠밸은 저서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 이렇게 적었다. “낚싯바늘에 꿰여 물 밖으로 끌려 나온 물고기가 울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물속에 빠졌을 때 울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살아있는 물고기를 아스팔트 바닥에 던진 행위는 어떻게 동물학대가 아닌 게 되었을까.

2020년 11월 27일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살아있는 일본산 방어, 참돔 등을 바닥으로 내던져 죽게 만드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 동물보호단체는 활어를 바닥에 패대기쳐 죽게 만든 것은 동물보호법이 정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며 퍼포먼스를 벌인 ㄱ씨를 고발했다. 경찰도 3개월의 수사 끝에 ㄱ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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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동물이 따로 있나?

그러나 검찰은 ㄱ씨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여러 조사와 관련 판례를 검토한 결과, ‘식용’ 어류는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동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낚시에 걸린 무지개송어는 단순 반사행동을 넘어 고통을 느끼고 학습과 회피 행동도 보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낚시에 걸린 무지개송어는 단순 반사행동을 넘어 고통을 느끼고 학습과 회피 행동도 보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현행 동물보호법 제2조(정의)에 따르면 ‘동물’이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그리고 어류가 해당된다. 다만 열거된 모든 동물이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물보호법 시행령 제2조(동물의 범위)는 위 동물 중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산 방어와 참돔이 비참하게 바닥에 팽겨쳐진 뒤에도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은 바로 이 조항 때문이다.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들을 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제정된 현행 동물보호법은 사실상 특정 동물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하고, 고통을 주는 학대 행위를 제한(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동물의 생명보호와 복지 증진을 꾀하기 위해 제정된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나아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기준도 없다. 사실상 식용이라는 수식이 붙을 수 있는 모든 파충류, 양서류, 어류에 속하는 동물은 어제든 또 다시 아스팔트 바닥에 패대기처져 죽을 수 있고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현행 동물보호법의 맹점은 이처럼 적용 ‘대상’을 제한하면서도 ‘행위’는 제한하지 않은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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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도 보호를 받는 시대

우리나라와는 달리, 동물복지법의 적용 대상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21년 12월 동물복지법 개정안(Animal Welfare Sentience Bill)을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4월 초 상원에서 의결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문어, 낙지 등의 무척추동물인 두족류와 랍스터, 게 등의 십각류를 동물복지법의 대상에 포함한 것이었다.

영국은 지난 4월 동물복지법 대상에 문어, 낙지 등의 두족류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다큐멘터리 ‘나의 문어선생님’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영국은 지난 4월 동물복지법 대상에 문어, 낙지 등의 두족류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다큐멘터리 ‘나의 문어선생님’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법안의 주요 내용은 ‘동물의 정의’를 1) 인간이 아닌 척추동물 2) 모든 두족류 그리고 3) 모든 갑각류 등으로 정하고 일명 ‘동물 감수성 평가 위원회’(Animal Sentience Committee)의 설립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법안은 앞으로 정부의 정책이나 실행 과정이 동물을 쾌고감수능력을 지닌 존재(Sentient being)로 고려하는지, 동물의 복지를 저해할 영향은 없는지를 평가하고 위원회의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게 했다.

우리는 애초 이 개정안이 런던경제학교(LSE)가 300건의 연구를 분석해 문어, 랍스터, 게도 쾌락과 고통을 느낀다는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수도 준주의 동물복지법(Animal Welfare Act 1992) 또한 동물의 정의에 살아있는 어류, 두족류, 갑각류를 포함하고 있는데, 갑각류에 대해서는 ‘인간의 소비를 위한’ 갑각류로 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소비를 위해 사육, 도살되는 동물일수록 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식용을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의 복지를 훼손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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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반 이상 ‘식용 어류도 보호해야’

이런 논의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발전하는 과학과 높아지는 동물복지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어류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를 봐도 국민의 동물복지 인식은 꽤나 진전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이라면 동물의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의 응답률이 75%에 달했으며, 식용 어류도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비율도 65.4%로 나타났다.

어류의 동물보호법 적용 등 제도의 도입에 대한 견해. 어웨어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활어 사건’은 동물보호법이 적용 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제한하는 형식으로 제정되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현행 시행령이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제외한다’가 아니라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과정이나 행위에 동 법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적용을 제외한다’고 했다면 시위에서 활어를 패대기치는 행위는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동물보호법의 적용이 가능했을 것이다.

동물보호법이 제 역할을 하려면 특정 동물을 식용 목적의 동물로 뭉뚱그려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식용 목적으로 이용하는 과정이나 행위에 동물복지 저해 요소를 제한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만약 이렇게 행위를 제한하는 형식의 입법이 이뤄진다면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은 넓어지고, 동물학대의 금지 조항(제8조)은 적재적소에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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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넓게, 행위는 좁게

동물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넓어지는 것은 국제적 흐름이다. 우리나라 역시 추후 법 개정을 통해 두족류와 갑각류를 동물보호법에 포함하는 것은 물론 종에 상관없는 동물복지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동물보호 및 복지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항들은 예외 조항을 엄격하게 두어 이를 어길 시에는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면 어느 순간이든 가능한 수준에서 동물의 존엄과 복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금지되어야 할 것은 ‘대상’이 아니라 ‘행위’다.

성한빛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연구원(강원대 동물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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