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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영화 시작되자 자세 낮춘 반려견…‘개판’은 없었다

등록 2022-06-06 09:00수정 2022-06-06 10:19

[애니멀피플] SIEFF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 가보니
견생 첫 문화행사 참석한 개들…“온 가족 참가 의미 깊어”
43팀, 30마리 개 모였지만 사고 없이 집중 분위기 이이져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제1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개최한 ‘올라이브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가 진행됐다. 환경재단 제공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제1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개최한 ‘올라이브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가 진행됐다. 환경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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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기대되지만 개와 함께 참석할 수 있다고 해서 너무 좋았어요.”

견생 첫 문화행사 참석. 진도믹스 푸우(3살)도 비글 알팡이(6살)이도, 9살 말티즈 구름이도 처음이라고 했다. ‘입장 거부’가 일상이던 말렝이(1살 반)와 반려인 도영원씨도 개를 환영하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몸무게 18㎏가 넘는 말렝이를 안고 지하철로 한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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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가족 나들이…‘개족구성원’도 함께

6월4일 저녁 6시 서울 성동구 서울숲 공원에 반려견 가족들이 속속 도착했다. 도시락 가방과 강아지들의 귀여운 엉덩이를 쫓아 도착한 곳은 서울숲 야외무대. 제1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SIEFF) ‘올라이브 반려동물 동반 야외상영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2004년 시작된 이 영화제에서 반려동물을 관객으로 초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최초의 반려동물 동반 상영회인만큼 인기도 대단했다. 지난달 16일 선착순으로 50팀의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당일 모집이 완료됐다. 영화제 쪽은 이번 상영회가 “모든 생명이 자원이 아닌 존재로서 서로를 바라볼 순간을 꿈꾸며 기획했다”며 올해 슬로건인 에코버스(Ecoverse)의 뜻을 설명했다. 에코버스는 생명(Eco)과 세상(Universe)이 소통하고 공존하는(Metaverse) 미래를 꿈꾼다는 의미를 담은 합성어다.

제1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올라이브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에서 설채현 놀로 행동클리닉 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환경재단 제공
제1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올라이브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에서 설채현 놀로 행동클리닉 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환경재단 제공

반려견 안전 수칙과 제로웨이스트 안내 사항을 전달 받고 들어가자, 넓게 펼쳐진 잔디밭 위에 ‘피크닉 관객석’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입장 전 주최 쪽으로부터 돗자리와 종이로 제작된 좌석, 배변패드 등을 제공 받았다. 이미 돗자리에 자리를 잡은 가족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으며 초여름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젊은 반려인들과 개들이 주를 이뤘지만 어린이부터 할머니, 강아지까지 온 가족이 출동한 집도 여럿 눈에 띄었다. 결혼 전 서울환경영화제 자원봉사에 참가했던 이소연씨는 7살 딸 다윤이와 친정 어머니, 남편과 9살 반려견 구름이와 상영회에 참가했다. 이소연씨는 “20대 때 자원봉사를 했던 행사에 가족이 다 같이 오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특히 구름이는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데리고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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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약자인 동물 돌보는 것도 친환경”

개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기 위해 일부러 행사를 찾았다는 가족도 많았다. 도영원씨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산책 중에 아무 이유없이 안 좋은 시선을 보내거나 싫은 소리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개에게도 너도 이 사회의 일원이고, 환대받을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참가 동기를 밝혔다.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에 참가한 시민 도영원씨는 반려견 말렝이(왼쪽)를 안고 서울 강남에서 성동구까지 지하철로 행사에 참석했다. 김지숙 기자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에 참가한 시민 도영원씨는 반려견 말렝이(왼쪽)를 안고 서울 강남에서 성동구까지 지하철로 행사에 참석했다. 김지숙 기자

반려견 ‘푸우’와 함께 참석한 시민 조은비씨와 가족들은 덩치가 큰 푸우를 무서워 하는 사람들을 배려해 귀여운 원피스를 입혔다. 김지숙 기자
반려견 ‘푸우’와 함께 참석한 시민 조은비씨와 가족들은 덩치가 큰 푸우를 무서워 하는 사람들을 배려해 귀여운 원피스를 입혔다. 김지숙 기자

20㎏가 넘는 체구에 귀여운 원피스를 입은 푸우의 반려인 조은비씨도 비슷한 감상을 전했다. 조씨는 “몸무게가 12㎏만 넘어도 같이 갈 수 없는 곳이 많다. 반려견 동반 행사더라도 몸무게나 견종 제한이 있어서 아쉬웠는데 이번 상영회는 함께 올 수 있어서 얼른 신청했다”고 했다. 그는 푸우는 수컷이지만 큰 체격과 진도믹스 견종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날 꽃무늬 옷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상영에 앞서 설채현 놀로 행동클리닉 원장(수의사)의 강연도 진행됐다. 번식장에서 구조된 반려견 세상이와 함께 상영회에 참석한 설 원장은 “친환경은 약자와 함께 공존하기 위한 삶의 방식이다. 동물은 우리 지구에서 인간보다 약자일 수 밖에 없다. 반려견을 잘 이해하고, 제대로 돌보는 것이 결국 환경을 지키고 우리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상영회 의미를 되새겼다.

상영작 ‘환상의 마로나’는 믹스견으로 태어나 세 명의 반려인을 만났던 개 마로나의 견생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되짚는 작품이다. 김지숙 기자
상영작 ‘환상의 마로나’는 믹스견으로 태어나 세 명의 반려인을 만났던 개 마로나의 견생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되짚는 작품이다. 김지숙 기자

오후 8시가 되자 야외 스크린에 바둑이 믹스견 ‘마로나’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상영작 ‘환상의 마로나’(감독 안카 다미안)는 9마리 중 막내로 태어나 네 개의 이름을 갖고, 세 명의 반려인을 만났던 개 마로나의 견생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되짚는 애니메이션이다. 강연 뒤 짧은 산책을 마친 강아지들도 영화가 시작되자 각각 반려인 곁에 자리를 잡고 자세를 낮췄다.

작은 개, 큰 개, 늙은 개, 어린 개, 행사가 처음인 개 30여 마리, 43팀이 한 자리에 모였지만 ‘개판’은 없었다. 대부분의 개들은 반려인의 몸에 기대어 편한 자세를 취했다. 영화 속 마로나가 ‘왈왈’ 짖을 때면 그에 답하듯 곳곳에서 ‘컹컹’ 짖는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대체로 집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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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은 없었다

개들도 영화제를 즐겼을까? “행복은 작은 것, 아무것도 아닌 것. 우유 한 접시에 실컷 축인 혀, 낮잠, 뼈다귀 묻을 곳, 손, 미소, 목소리, 마음….” 마로나의 목소리가 들려준 영화의 엔딩곡에 욕심 없는 견심이 담긴 것 같다.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현재를 사는 개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 함께한 그 순간이 행복이지 않았을까.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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