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비봉이 방사 어떻게 진행되나
국회 토론회서 야생적응 7일째 맞는 비봉이 상태 전해져
활어 쫓지만 아직 먹지는 않아…‘홀로 훈련’ 단점 있을 것
부적응 때 대책 여전미 미비, 음파탐지능력 훼손 우려도
국회 토론회서 야생적응 7일째 맞는 비봉이 상태 전해져
활어 쫓지만 아직 먹지는 않아…‘홀로 훈련’ 단점 있을 것
부적응 때 대책 여전미 미비, 음파탐지능력 훼손 우려도
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신도포구에서 마지막 남은 ‘수족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적응 훈련을 위해 가두리 시설로 옮기고 있다. 허호준 기자
해양수산부 제공
한마음으로 바라는 방사 성공…관건은? 누구도 비봉이의 성공적인 바다 귀향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기대와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비봉이의 방사 계획과 최근 상태, 우려점을 나누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는 ‘비봉이 해양방류협의체’의 기술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제주대 김병엽 교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이경리 연구사 등 여러 전문가들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했다. 지난해 호반호텔앤리조트가 퍼시픽리솜의 영업 중단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비봉이의 거취를 논의해 온 해양수산부, 관련 기관, 해양환경·동물단체의 관계자도 함께했다. 야생 적응 일주일을 맞는 비봉이의 상태는 어떨까. 성공적인 방사를 위한 평가 기준과 야생적응 실패 때의 대비책은 그간 보완이 되었을까. 토론회에서 오간 내용을 바탕으로 주요 쟁점을 질문과 답으로 재구성했다.
4일 바다 방류를 위해 가두리 시설로 옮기기 전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김병엽 교수 제공
가두리 생활 일주일째인데 활어를 쫓는 행동은 보이지만 아직 먹고 있진 않다. 혼자 훈련하는 점이 걱정이다. 여러 마리가 있어야 먹이 경쟁으로 인해 훈련이 빠른데 한계가 있다. 활력은 좋은 편이다. 제돌이 때도 일주일은 먹이를 먹지 않았다.” 고래연구센터 이경리 연구사 “이동·환경 적응 스트레스 등으로 체중은 줄어있는 상태다. 과거 사육 상태의 남방큰돌고래와 물범 등의 방류 작업에 참여했었는데 보통 활어사냥에 적응할 때에는 체중이 확 줄었다가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을 갖고 철저한 모니터링을 해야할 것 같다.”
4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에 앞서 지느러미에 인식번호 ‘8’을 새겼다. 김병엽 교수 제공
야생적응장은 직경 20미터, 깊이 8미터의 가두리로 그 안에는 3개의 음향탐지 부이가 설치돼있다. 음향 부이는 야생 개체와의 소통을 녹음하는 구실을 한다. 보통 돌고래들은 휘슬음과 클릭음 2가지의 소리로 소통을 하는데 이를 녹음해 비봉이가 야생 개체와 교류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야생적응장 근처 2곳에 폐회로텔레비전(CCTV)를 설치해 야생 개체들의 이동과 접촉을 확인하고 있다. 비봉이 이송 뒤 야생 무리들이 가두리 주변에서 관찰된 것은 7일 중 5일이다.” Q3. 오랜 사육기간으로 인한 음파탐지능력(반향정위·Echolocation)이 손상됐을 가능성은 없나?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 “돌고래는 초음파에 의해 지형지물을 인식한다. 17년 간 좁은 수족관 벽에 음파를 쏘며 비봉이의 공간 인지능력이 얼마나 떨어진 상태인지 알 수 없다. 우려되는 지점은 비봉이가 오랜 기간 수족관에서 생활하다 방사 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등이, 대포 사례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대포는 2002년, 금등이는 1999년 포획돼 각각 15년, 18년 기간 동안 감금돼 있다가 2017년 방류됐다.” 이경리 연구사 “수족관에서 비봉이의 음파탐지능력을 테스트한 적은 없다. 해외 수족관의 경우, 돌고래의 능력을 설명하면서 눈을 가린 채 특정 모양의 도형을 보여주고 다시 도형을 맞춰서 가져오는 것을 쇼처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훈련으로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차원이다. 일단 비봉이는 먹이를 쫓아 가는 능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조희경 대표님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음파탐지능력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보진 않는다.”
비봉이의 야생적응장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연안에 300m 미점에 설치됐다. 김병엽 교수 제공
비봉이의 야생적응장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연안에 300m 미점에 설치됐다. 김병엽 교수 제공
셋째 비봉이와 야생무리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지 긴밀히 확인할 것이다. 넷째 인간과의 접촉을 최소화 하기 위해 선박 접근을 막고 야생적응 훈련과 방류를 모두 비공개로 진행한다. 다섯째 비봉이의 활어사냥 능력이 충분하고 야생무리와의 동조행동을 자주 보이는 등 충분히 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 위치추적을 위한 지피에스(GPS)를 부착하고 방사한다는 것이다.” 조희경 대표 “비봉이의 감금 상황은 오히려 대포·금등이와 견주어서도 길다.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그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비봉이의 방류 결정에 반성적 고찰과 그에 따른 면밀한 계획이 동반되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방류지를 제주 함덕에서 대정으로 바꾼 것 외에 달라진 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비봉이가 강한 생존력으로 살아남더라도, 애초에 야생 부적응 대책이 없는 것과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방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김병엽 교수 “앞서 성공한 방류 사례들과 다르게 비봉이가 혼자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은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금등이, 대포에 대해 저는 실패라는 용어를 절대로 쓰지 않는다. 실패로 보지 않는다. 두 마리가 실종됐다고 했을 때 제가 찾는 작업을 했지만 당시 발견된 7마리의 폐사체 가운데 금등이 대포는 없었다. 조희경 대표님 말씀처럼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런만큼 비봉이의 재야생화에 노력을 기울이겠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위성곤 의원실 제공
제주 해역에서 헤엄치는 제주남방큰돌고래 무리. 고래연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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