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달 26일 제주도청에서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최근 논의되는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이 제주의 생태적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들 것이라며, 관련 용역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영훈 지사는 지난달 26일 <애니멀피플> 인터뷰에서 “자연이 지닌 생명의 존엄성과 생태적 가치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이를 제도적으로 만들려고 시작한 게 바로 생태법인”이라고 밝혔다.
생태법인은 자연과 동식물 가운데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남방큰돌고래가 생태법인으로 지정되면, 남방큰돌고래는 대리인을 통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된다. 오 지사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2월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입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처음 열어 이 제도를 공론화한 바 있다.
오 지사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이나 지자체도 법인격을 부여받는 법체계를 들며, 생태적 가치가 훌륭한 자연과 동식물도 법인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뉴질랜드 의회는 마오리족의 삶의 터전인 황거누이강 보호를 위해 이 강에 법인 지위를 부여했다”며 “제주 남방큰돌고래도 비슷한 방식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석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5일 “이와 관련한 후속 논의를 위해 내년 예산 2000만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은 법 개정이나 조례 제정을 통해서 가능하다. 우선 제주도특별법 등에 남방큰돌고래를 법인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있다. 마치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제2조에서 법인으로 지정한 것과 비슷하다. 조례는 법률보다 구속력은 떨어지지만,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 제주도의회에서도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 등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오 지사는 “도의회에서 안을 만드는 단계까지 못 갔기 때문에 (도 차원에서) 의견을 제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논의가 진전되는 대로) 관련 용역 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20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헤엄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들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향으로 남방큰돌고래 관광객이 늘었다. 오 지사는 “관광 선박이 돌고래와 최소 50m 이상 거리를 두도록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하고, 제도적으로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도 찾겠다”고 말했다. 돌고래 생태를 교란하지 않는 육상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대정읍 노을해안로 일대의 주차 가능 지역을 중심으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포인트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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