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바타2’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출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돌고래 쇼가 펼쳐져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시네마투데이’ 갈무리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출연진들이 일본 기자간담회에서 돌고래 쇼를 관람한 것과 관련, 돌고래 보호운동의 세계적 권위자가
공개 서한으로 이들의 결정을 비판했다.
16일 국제해양환경단체 ‘돌핀 프로젝트’(Dolphin Project)의 창립자인 릭 오배리는 존경하는 감독이 돌고래 쇼를 보고 박수친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돌고래들이 잡혀온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다.
오배리는 “당시 행사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실수이길 바랐지만 캐머런 감독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박수치며 쇼를 즐기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는 딱 하나의 문제를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알려왔다. 바로 돌고래 쇼 산업이 야기하는 돌고래 포획문제였다. 잘 교육받은 지성인들마저 이런 선택을 하다니 지난 52년 간의 활동에 회의가 든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관련기사: 아바타2 일본 행사서 ‘돌고래 쇼’)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바타2’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출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돌고래 쇼가 펼쳐져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시네마투데이’ 갈무리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바타2’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출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돌고래 쇼가 펼쳐져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시네마투데이’ 갈무리
릭 오배리는 조련사 출신 돌고래 보호운동가다. 1960년대까지 미국의 유명 티브이 프로그램 ‘플리퍼’에 출연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돌보던 돌고래 ‘케이시’가 사망(오배리는 케이시가 자살했다고 믿고 있다)하자 조련사를 그만두고 돌고래 야생방사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970년 세계 최초 돌고래 야생방사를 위한 단체 ‘돌핀 프로젝트’를 설립한다. 돌핀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수십 마리의 돌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 동물의 사체, 잔혹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다 덕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은 환경과 바다 보호의 메시지를 담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의 한 장면. 다이지 만에 내몰린 돌고래들은 선별 포획된 뒤, 일부 도살이 이뤄진다.
올해 83살인 그는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캐머런 감독에게 직접 일본 다이지에 가자고 제안했다. 오배리는 “캐머런 감독과 시고니 위버, 조 샐다나, 샘 워싱턴 모두에게 일본의 수족관 돌고래들이 어떻게 포획되는지 정확히 보여주고 싶다. 돌고래를 잔인하게 도살하는 사람들과 수족관의 조련사들이 함께 일한다는 걸 직접 보게 되면, 그들은 다시는 돌고래 쇼에 박수를 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는
세계적인 ‘돌고래 사냥터’로 악명 높다. 이들은 먼 바다에서 돌고래들을 몰이사냥법으로 만으로 유인해 도살하거나 포획한다. 돌고래는 작살로 현장에서 도살되는데, 이 가운데 ‘상품 가치가 있는’ 어린 돌고래는 전 세계 수족관에 약 1억원에 팔려간다. 오배리와 돌핀프로젝트는 이러한 다이지의 현실을 지난 2009년 다큐멘터리 ‘더 코브’(The Cove)를 통해 전세계에 알렸고, 작품은 그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했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바타2’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출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돌고래 쇼가 펼쳐져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시네마투데이’ 갈무리
앞서 캐머런 감독과 ‘아바타2’ 출연진들은 지난 10일 일본 도쿄 맥셀 아쿠아파크 시나가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주최측이 마련한 돌고래 쇼를 관람하고 영화를 홍보했다. 쇼에서 돌고래들은 조련사를 부리에 태워 높이 던지거나 꼬리로 서서 이동하는 등의 고난이도 동작을 선보였고, 조련사는 돌고래를 서프보드처럼 타고 이동하는 장면 등을 연출됐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