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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률 4배’ 동물 성 학대…“이제는 성범죄로 처벌해야”

등록 2023-12-15 07:00수정 2023-12-15 08:17

[애니멀피플]
어웨어 ‘동물 성 학대 외국 입법례와 정책과제’ 보고서 발간
2019년 경기도 이천에서 벌어진 강아지 성 학대 사건으로 강아지는 상해를 입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대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의 동의가 20만명을 넘어 청와대가 답변하기도 했다. 동물학대방지연합(@kapca) 제공
2019년 경기도 이천에서 벌어진 강아지 성 학대 사건으로 강아지는 상해를 입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대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의 동의가 20만명을 넘어 청와대가 답변하기도 했다. 동물학대방지연합(@kapc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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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대상으로 한 성적 접촉을 ‘동물 학대’로 명확히 규정하고 학대 방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물 성 학대 범죄는 다른 범죄와 비교해 재범률이 4배에 달하고, 학대자가 인간 대상 성폭력 등의 다른 범죄와 관련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외와 달리 국내는 동물 성 학대에 대한 명확한 처벌규정이 없다. 인간 대상 성범죄 처벌 수위에 준해서 처벌을 하고,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동물 성 학대 외국 입법례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동물 성 학대 문제는 거론하기 불편한 주제로 여겨져 다른 동물복지 문제와 비교해 사회적 논의와 연구가 부족한 상태다. 보고서는 국내 사례뿐 아니라 해외 입법례, 현행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두루 담아 국내 상황에 맞는 제도와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동물 성학대 외국 입법례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동물 성학대 외국 입법례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동물 성 학대’란

보고서는 먼저 생소한 동물 성 학대의 개념부터 설명한다. 사람과 동물의 성적 접촉은 그동안 ‘수간’(bestiality) 혹은 ‘동물성애’(zoophilia)라고 불려왔지만, 최근 동물복지 분야에서는 ‘동물 성 학대’(animal sexual abuse)라는 용어가 선호되고 있다. 미국 서던 메인대학 피어스 베른(Piers Beirne) 박사는 동물과의 성적 접촉이 대부분 강요를 포함하고 있으며, 성행위가 동물에게 고통이나 죽음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간 성폭력’(interspecies sexual assault)이라고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동물 성 학대는 동물의 생식기·항문·구강을 통한 성적 학대, 사람과 동물 간의 성기 접촉, 물체를 사용한 성적 학대, 동물가학증(zoosadism) 등 다양한 행위를 포함한다.

국내 실태는…4년 전 사건으로 공론화

2019년 ‘경기 이천 개 성 학대 사건’은 동물 성 학대 문제를 공론장으로 이끌었다. 당시 경기도 이천시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대로변에서 강아지에게 성적 학대를 저질러 동물에게 영구적인 배변 장애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대자는 처벌을 받았지만, 성 학대는 명확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사실이 공론장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학대자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지만, 이는 동물 성 학대 외에 다른 여성을 추행한 혐의를 병합해 판결한 결과다.

이에 시민들이 동물 성 학대 행위의 재발 방지와 엄벌을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섰고, 한 달 만에 20만명이 동의를 했으나 재발 방지 대책이나 학대 동물의 보호 방안 등의 근거가 될 관련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보고서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성 학대 피해 동물은 대부분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이었다. 2016년 광주, 2017년 경기 부천, 2018년 경북 봉화 등에서 개에게 성적 학대를 가해 상해를 입히거나 죽음에 이르게 했고, 2018년 천안과 2020년 전남 나주에서는 암소를 상대로 한 학대가 벌어졌다. 학대자들은 동물보호법 위반, 건조물침입,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재범을 방지하기에 처벌이 미흡하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드러나지 않은 학대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해당 사례들의 피학대 동물이 모두 타인의 동물이었으며 학대 장소가 공공장소 혹은 타인의 사유지였기 때문이다. 만약 피학대 동물과 함께 거주하며 학대 행위를 벌이고 있다면 포착이 어렵다는 것이다.

제대로 처벌하고 재범 방지해야 하는 이유

보고서는 동물 성범죄자들의 높은 재범률과 다른 범죄와의 연관성에 주목하며 제대로 된 처벌과 재범 방지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범죄학자 엠 제니 에드워즈(M. Jenny Edwards)가 1973년~2016년 벌어진 동물 성 학대 사건 456건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범죄자의 절반 이상(52.9%)이 인간 대상 성폭력, 동물학대, 대인 폭력 등 다른 전과를 갖고 있으며 그 가운데 33.2%가 아동 및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범죄자와 비교해도 동물 성 학대 범죄자의 재범률은 4배 이상 높았다.

반려동물 숫자가 늘어나면서 성범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뿐 아니라 동물 대상의 성범죄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정확한 발생 비율이나 현황을 집계한 자료는 없다. 다만 미국의 동물학자 알프레드 킨제이가 발간한 두 권의 ‘킨제이 보고서’(1948년·1953년)에서는 미국 남성의 8%, 여성의 3.5%가 일생에 한 번은 동물과 성적인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반려동물의 숫자가 증가하고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쉽게 동물을 접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성적 접촉은 1900년대 중반보다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등을 통해 동물 성 학대 영상이 성착취물의 한 장르로 유통되기도 한다. 2020년 동물권행동 카라가 발표한 ‘미디어 동물학대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0%가 미디어에서 동물학대 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 가운데 ‘성폭력·성희롱’ 유형이 4%에 달했다.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국내는 동물 대상 성범죄 사각지대

독일, 스위스,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는 동물 성 학대 범죄를 금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동물과의 성적 접촉을 동물학대로 규정해 처벌할 뿐 아니라 피학대 동물을 몰수하고, 학대자에게 심리치료를 함께 명령해 반복적인 학대를 방지하고 있다.

독일은 2012년 ‘동물복지법’에서 동물의 본성에 어긋나는 행태를 강제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성적 접촉을 막고 있으며, 성행위로 인해 동물이 죽거나 고통받으면 가중 처벌하고 있다. 스위스 또한 동물과의 성적 행위를 ‘모든 동물 종에 대해 특별히 금지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 디시를 포함한 51개 주 가운데 49개 주가 동물 대상 성범죄를 규제하는 법령을 마련하고 있으며 미연방수사국(FBI)도 동물 성 학대를 중범죄로 분류한다. 모두 인간 대상 성범죄와 비슷한 수위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실제로 2021년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은 자신이 근무하던 동물병원에서 치료하던 개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밟고 던지는 등의 행위로 죽음에 이르게 하고, 이를 촬영한 혐의를 받는 수의사에게 동물복지법 위반 등으로 21년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현행법은 동물 성 학대를 동물학대의 유형으로 규정하거나 동물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별도의 조항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재범을 막기 위한 치료프로그램 이수 강제 조항도 없다.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간담회에서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이 질병, 상해를 얻었을 때만 동물학대로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성 학대는 동물에게 신체적 손상이나 물리적 상해를 입히지 않고도 가능하며, 즉각적인 수의학적 검증이 없다면 성행위와 상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면서 “상해 발생 여부를 불문하고 동물과 성적 접촉을 하거나 이를 사진, 영상물로 촬영·배포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동물보호법에 성 학대 금지 조항을 신설 △동물 성 학대자에 치료 프로그램 이수 의무화 △동물 몰수 및 동물사육금지명령 제도 도입 △현행 동물보호법의 학대(고의적인 질병·상해·몸의 고통) 규정을 행위 결과가 아닌 행위 자체로 처벌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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