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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당근책’ 효과 얼마나 있을까

등록 2017-08-04 13:33수정 2017-08-11 11:25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인터뷰
사냥 대신 먹이 줘 농가 피해 막으려 시작
출몰 지역에 고구마·당근 등 30kg 뿌려
“피해 비교할만한 자료없어 효과 미지수
뿌린 먹이 먹어도 인근 농가 피해 여전”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잡힌 멧돼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잡힌 멧돼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충북 옥천군 동이면 우산리, 청산면 교평리 총 4개 길목엔 당근과 고구마가 뿌려져 있다. 옥천군은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골목에 농작물을 뿌린다. 멧돼지가 좋아하는 막걸리도 듬뿍 뿌려 유인한다. 멧돼지가 고구마·복숭아 농원으로 조성된 인근 농가 밭을 파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옥천군이 시도한 ‘실험’이다. 일명 ‘멧돼지 당근책’으로 알려진 이 방법은 기존 방법인 멧돼지 사냥과 접근 방식이 정반대다. 멧돼지가 좋아하는 먹이로 피해를 막자는 취지다.

옥천군은 5월11일 이곳 멧돼지 출몰 지역에 당근·고구마 등 30여㎏의 농작물을 뿌렸다. 이에 실제로 피해가 줄었는지 확인하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이 효과를 분석했다.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6월23일부터 7월21일까지 무인탐지카메라(CCTV)로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고구마가 뿌려진 우산리 3곳 중 2곳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했고 인근 과수원으로 넘어가는 곳에 또 하나를 설치했다. 교평리 1곳에도 놓았다. 카메라는 열을 감지해 자동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한다. 한상훈 연구관과 4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고구마를 뿌려놓은 현장에 설치한 카메라에 무엇이 잡혔나?

“우산리에는 고라니, 오소리, 너구리, 개, 고양이, 멧돼지 등이 나타났다. 우산리엔 총 3곳이 있는데, 한 곳은 먹이를 뿌린 위치가 좋지 않아서 내가 정한 두 군데에 먹이를 뿌리고 카메라를 설치했다. 설치한 두 곳에선 멧돼지가 열심히 먹이를 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멧돼지, 오소리, 너구리, 개, 고양이 등 많은 동물이 고구마를 뿌려놓은 지역의 무인카메라에 찍혔다. 고구마에 관심 있는 건 동물뿐만이 아니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멧돼지, 오소리, 너구리, 개, 고양이 등 많은 동물이 고구마를 뿌려놓은 지역의 무인카메라에 찍혔다. 고구마에 관심 있는 건 동물뿐만이 아니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옥천군 동이면 우산리에서 무인카메라에 잡힌 멧돼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옥천군 동이면 우산리에서 무인카메라에 잡힌 멧돼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에는 고라니도 다녀갔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에는 고라니도 다녀갔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다른 장면은 없었나?

“7월10일 오후 2시쯤 옥천군 직원이 전화 오더니, 들뜬 목소리로 ‘한 곳은 먹이가 다 사라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카메라 확인해보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경운기를 몰고 와서 다 가져가는 모습이 찍혔더라. 하하. 인근 산자락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경운기를 몰고 지나가다 잘 모르시고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먹을 만한 고구마는 다 주워간 거였다.”

-교평리는?

“교평리엔 6월24일 카메라를 설치했다. 담당자는 다 먹어서 새로 갈아 줬다고 했다. 직접 가보니 먹은 흔적이 없더라. 카메라 설치해서 봤을 땐 멧돼지는 두 번 정도 나타났고 고라니와 오소리 정도만 왔다.”

-멧돼지 당근책이 효과 있나?

“단언하기 이른 단계다. 먹이를 준 다음 피해는 얼마나 줄었는지 조사가 돼야 하는데 자료가 없는 상황이다. 작년(먹이를 주기 전) 그 시기에 같은 농가에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비교도 해야 하고… 배가 불러서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려면 체계적인 계획 아래 조사를 해야 한다. 우산리에선 멧돼지들이 나타나 당근과 고구마 먹은 게 카메라에 찍혔지만, 인근 농가 두 곳에 직접 찾아가 물어보니 아직 ‘피해가 있다’고 했다.”

옥천군 동이면 우산리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멧돼지가 찍혔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멧돼지 당근책이 효과가 있는지 가장 잘 검증하려면?

“먹이 주는 위치가 좋아야 한다. (멧돼지가) 항상 다니는 길목에 놓아야 한다. 동물들이 선호하는 길목이 있다.”

-멧돼지로 인한 농경지 피해를 농민들이 호소한다. 대안은?

“농작물 피해 방지를 위한 시설 지원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피해를 준 게 확인된 다음에야 포획하려 하는 건 효과가 없다. 모든 멧돼지가 다 민가로 내려오는 건 아니다. 숲 안에서 자연 먹이를 먹고 사는 돼지들도 있다. 30마리가 있다면 그 중 5~6마리 정도만 민가에 집중적으로 피해를 주는 식이다. 피해 지역을 파악하고 그 지역 상부 골짜기 등 멧돼지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먹이를 두고 포획하는 것이 좋다.”

옥천군 멧돼지 포획량과 농작물 피해 보상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포획량은 옥천군에선 멧돼지 등 유해조수 관련 피해신고가 400여건 접수됐다. 농작물 피해보상 총 104건에는 2890만원이 들었다.

임세연 교육연수생, 남종영 기자 seyouny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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