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동물을 도구처럼 다루며 체험하는 학습이 아니어도 자연의 존재를 알아갈 수 있는 다양한 학습법이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아이들을 위한 동물보호 안내서가 마련됐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국내 최초로 만 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동물보호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한다. 카라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 근거해 만 5세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25일 배포되는 유아용 동물보호 교육자료를 미리 받아 내용을 살펴봤다.
동물 이용법에서 동물-인간 관계 이해로
동물 고유의 습성을 이해하고, 자연의 존재를 알아가기 위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카라는 지금까지 우리 교육이 동물에 대해 다뤄온 주요한 영역이 ‘자연과학 영역의 탐구' 위주였다고 주장한다. 관찰이나 기르기 체험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영역에 머무른다. 하지만 앞으로의 동물 교육은 사람과 동물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이들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고, 욕구와 지각력이 있는 생명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동물복지’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공공연하고 무의식적으로 세뇌될 수 있는 동물의 대상화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실험·전시·농장동물들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물건처럼 다뤄지며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깨우치고, 고민하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카라는 이를 위해 만 5세 누리과정 ‘동식물과 자연'이라는 주제 안에 ‘동물보호를 실천해요'라는 소주제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12개의 활동안을 구성했다. 활동안에는 지도 교사를 위한 추가 정보도 제공된다.
교육자료는 아이들이 동물과 ‘나'를 서로 다른 존재로 이분화하는 것이 아니라 성격과 태도를 지닌 존재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동물을 과학영역을 넘어 사회영역까지 확장해 설명한다. ‘가족 구성원의 소중함'을 다룰 때 반려동물을 포함하거나, 유기동물이나 길고양이 돌봄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다룰 때 활용하는 식이다.
‘구경’하는 동물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것도 생명존중 교육의 일부다. 한 놀이공원에서 펼쳐진 공연에 나온 고양이가 사육사의 지시에 따라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음악·미술 등 예술 영역에서도 인간과 동물을 연결할 수 있다. 음악 시간에는 친숙한 노래 멜로디에 동물 배려의 노랫말을 만들어 붙여볼 수 있다. 미술 시간에는 동물 고유의 습성에 맞는 먹이통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반려동물로 흔히 기르는 햄스터나 고양이 등을 예로 들어 아이들은 이런 고민을 해볼 수 있다. △집에 함께 사는 동물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매일 집에만 있는 동물들이 원래 잘했던 것을 잊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햄스터와 고양이가 먹이를 먹을 때 놀이나 사냥처럼 재미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면 어떨까.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동물행동풍부화'에 대해 자연스레 학습하고, 사람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돌보느냐에 따라 동물의 행복감이 크게 차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교육프로그램과 관련해 임미령 수도권 생태유아공동체 이사장은 “이 시기에 길러진 삶의 태도와 습관은 이후 삶에서 지속해서 행동을 결정하게 될 가장 큰 요인이므로” 만 5세 유아에 대한 생명권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 프로그램은 25일 이후 카라 홈페이지(www.ekara.org)에서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고, 책으로도 배포돼 각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비롯해 동물 교육에 관심이 높은 가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카라는 동물보호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유아들의 공감능력 향상을 위한 동물보호교육 연수'를 22~25일에 열기로 하고,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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