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환대 받는 영화제가 열린다. 15~19일 전남 순천시에서 열리는 ‘제5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는 ‘With Animal, 인간과 동물, 언제나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동물들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순천만동물영화제는 국내 유일의 동물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다. 영화제를 주최하는 CJ헬로비전은 동물이 출입 가능한 순천 내 숙소 리스트를 정리해 제공한다. 12일 현재 숙소 24곳이 업데이트됐다. 숙소들은 동물 손님을 위해 배변 패드, 케이지, 사료와 간식을 마련해뒀다. 대부분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소형견만 받는 경우도 있으므로 미리 문의가 필요하다.
동물들의 영화관 나들이도 가능하다. 영화제는 순천만 국가정원의 야외 상영장과 CGV순천, 메가박스 순천에서 열리는데, 메가박스에서 관람할 경우 영화관 내 애견카페 ‘메가펫'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19개국 34편의 동물 영화가 상영된다. ‘우리 곁의 동물들', ‘클로즈업', ‘사운드 오브 네이처', ‘키즈 드림' 등 4개 섹션으로 나눠 다양한 동물 영화를 상영한다.
개막작인 <레드독: 트루 블루>(오스트레일리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70년대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곳곳을 여행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레드독'이라는 별칭을 가진 개가 있었다. 여행하는 개의 이야기는 소설로, 영화로 만들어지며 회자됐다. 이번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보이는 <레드독: 트루 블루>는 <레드독>의 앞 이야기를 담은 속편 격이다. 훗날 우정을 나누는 소년과 개의 이야기를 그린 따뜻한 성장 영화다.
개막작 외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나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이목을 끈다. 길에서 노래를 부르는 무명의 음악가 제임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상처 입은 길고양이를 만나 생활비를 몽땅 털어 치료를 해줬다. 얼마 지난 뒤 빈털털이 신세로 같은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평소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뜻함을 느낀다. 어느 틈엔가 고양이 밥이 제임스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 제임스와 밥이 새로운 인생을 사는 과정을 그린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영국의 뮤지션 제임스 보웬과 고양이 밥의 실화를 토대로 했다.
평소 영화관에서 보기 힘든 짧고 강렬한 단편도 주목해볼만 하다. 동물들이 홍수를 이겨내는 모습을 수채화 같은 그림체와 섬세한 묘사로 그려낸 애니메이션 <11월>(프랑스)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사람과 노견 사이의 강력한 유대를 그린 14분짜리 다큐 <조건없는 사랑>은 뜨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응축해 담았다. 걸출한 먹성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미움을 받는 주머니쥐의 진심은 무엇일까. 영국 디트로이트 외곽 커머스 지역 주머니쥐의 흥미로운 생태를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담은 <주머니쥐 이야기>(영국)도 눈에 띈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의 한 장면.
동심의 눈높이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모험담을 다룬 ‘키즈 드림’ 섹션은 아기자기한 감동을 선사한다. 총 7편의 출품작 가운데 오매불망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자극한 <크리스무스 이야기>(네덜란드·스웨덴·벨기에)가 흥미롭다. 몸 길이가 3m에 달하는, 사슴과 가운데 몸집이 가장 거대한 무스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클로스와 함께 시험 운전을 나왔다. 그러던 중 방향을 잃고 다리를 다쳐 꼬마 맥스의 지붕을 뚫고 떨어지는데, 산타가 무스를 찾지 못하면 올해 아무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한다. 맥스는 무스가 다시 썰매를 끌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 영화제 문의 순천만동물영화제 사무국 (070-7373-3719)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