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에 해상 화물로 운송된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연합뉴스
붉은불개미는 무엇을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됐을까?
붉은불개미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물건 중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흙 묻은 해상 화물선 컨테이너’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농업산림부가 2002년 내놓은 ‘붉은불개미 유입경로 위험평가 보고서’를 보면, 해상 화물선 컨테이너, 자동차, 중고차 부품, 중고 전자제품, 건초더미 등을 타고 붉은불개미가 국외로 퍼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상 화물선 컨테이너는 흙이 묻은 채로 대륙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아 붉은불개미 등 해충의 확산 통로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해상 컨테이너를 통한 해충 확산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진 건 없다”면서도 “항공 운송 컨테이너에 견줘 하역시간이 길어 해충을 옮길 가능성이 큰 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는 “한 조사 결과에서, 해상 컨테이너 중 31%가 외부의 흙이 묻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는 1998년 뉴질랜드 농업산림부가 해상 컨테이너 3681개를 검사한 작업을 말한다. 검사 결과, 해상 컨테이너 중 31%에 흙이 묻어 있었다. 부위별로는 42%가 컨테이너의 상단과 측면에, 58%는 하단에 묻어 있었다.
남미가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미국, 오스트레일라, 중국 등으로 확산해 외래종으로 정착했다. 독성은 꿀벌과 비슷하거나 낮은 정도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제공
10일 이 보고서를 공개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부산항만으로 수입되는 컨테이너가 2016년 한 해 동안 1960만TEU에 이른다”며 “이 보고서에 수치를 대입해보면 588만TEU에 흙이 묻어 있는 꼴”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붉은불개미가 퍼질 수 있는 통로를 고위험군, 위험군, 중위험군, 저위험군, 무위험군 등으로 구분했다. 유일한 고위험군인 토양은 각국이 수입을 금지하고 있어, 실제로 가장 확산 가능성이 큰 항목은 위험군이다. 위험군에는 해상 화물선 컨테이너, 자동차, 중고차 부품, 중고 전자제품, 건초더미 등이 속했다. 중위험군에는 선박, 휴대화물, 항공운송용 포장재 등이다. 항공화물, 우편물 등은 저위험군이었다.
김현권 의원은 “국내 검역대상은 식물에 국한되어 있다. 뉴질랜드의 붉은불개미 유입경로 위험평가 보고서에서 위험군으로 지정한 컨테이너 등은 검역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서 붉은불개미 같은 해충 유입에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