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농균의 혈류 감염을 보여주는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병원에서 온 세균이냐? 개에서 온 세균이냐? 개에 물린 뒤 엿새 만에 패혈증으로 숨진 유명 한식당 대표 김아무개(53·여)사건과 관련해 병원 내 2차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김씨를 숨지게 한 녹농균의 ‘고향’에 대한 논쟁이 붙고 있다. 동물뉴스룸에 김양중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를 초대했다.
-김 기자는 강아지 키우나?
“시골에서 살아 네댓 마리 키웠지. 근데 어느 날 우리 집 개가 보신탕으로 팔려갔어. 함께 놀던 이웃집 개들도 그렇게 저세상으로 가고… 보신탕 안 먹어.”
-의료전문기자 16년 했는데, 개 기사는 써봤나?
“이번이 처음.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고 배웠는데, 이게 웬일? 개가 사람을 물어서, 난생처음 개 기사 쓰고 있다.”
-뒤늦게 감염 경로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데,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병원 내 감염 가능성도 있나?
“녹농균은 병원 환경 속에서 사는 대표적인 세균. 내성균이 아니어서 병원 감염 가능성이 적다고 백병원이 25일 발표했는데, 원칙적으로는 내성 세균이 발견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나오기도 한다.”
-사망 원인이 녹농균 때문인 건 맞나?
“혈액 배양을 통해 세균의 종류 밝혀낸다. 세균이 혐기성도 있고 비혐기성도 있고 습도 좋아하는 것도 있고… 워낙 다양해서 여러 배지에 넣어서 배양시켜 보는데, 녹농균이 발견된 것. 적은 확률이지만 검출이 안 된 세균일 수도. 균이 검출됐다고 해서 검출 자체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증상이 있어야지. 지금은 아주 일부 드러난 사실과 제한된 증거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했는데 왜 안 들었을까?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독한 것은 안 들어. 그러면 보통 항생제 단계를 높여가며 투약한다.”
-개에게서 녹농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당시 검사를 한 것이 아니라 3주 뒤에 검사했고, 개의 입을 씻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개 입에서 조사한 것이 어느 부위냐, 검사 시기가 언제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최종적으로 원인을 밝힐 수 있을까?
“주검이 있다면 녹농균 번식으로 어떤 장기가 파손됐는지 등을 살펴봐 추가 증거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주검을 화장해버려서… 아주 제한적인 증거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개에게 물렸고 항생제를 처방했는데 환자가 사망했다?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다. 연구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
광대한 미생물의 우주를 작은 손으로 더듬는 느낌이다. 쉽게 결론 나지 않겠지만, 교훈은 명료하다. 세균은 인간과 동물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인간과 동물은 함께 살기 때문에 기쁨은 물론 고통도 나눠야 한다는 것. 인간과 동물의 건강은 연결되어 있다.
남종영 애니멀피플 편집장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