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한 카페의 마스코트가 된 시바견 나루.
반려동물 1천만 시대, 동물을 인간과 함께 어울려 사는 존재로 인정하고, 이들과의 데이트를 기꺼이 받아주는 시선은 없을까. ‘펫티켓’을 지키면서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즐기며 자연스러운 공존을 시도하는 공간을 찾아봤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카페 ‘별을굽다’에는 시바견 ‘나루’가 나른한 듯 누워 있었다. 테라스에는 자신의 반려견을 데리고 온 손님들도 있었다. 혼자 와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SNS에서 나루를 보고 찾은 홍콩에서 온 관광객도 있었다.
주택이 밀집해 있고 넓은 공원을 끼고 있는 연남동에는 반려견과 산책하는 주민이 많다. ‘별을 굽다’는 처음 문을 열 때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동반 카페가 된 이유다. 정해웅 별을굽다 대표는 “이 곳은 특별한 곳이 아니다.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 산책 나온 가족, 동네 반려인들 모두가 공존하는 편안한 곳”이라며 자신이 운영하는 공간이 동물과 사람의 경계와 구분 없는 공간임을 강조했다.
한편 반려동물 동반 공간인만큼 서로 지켜야 할 규칙이 꼭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정씨는 “견주들의 펫티켓이 정말 중요하다. 카페에 아무리 개가 많아도 반려인들이 주의를 기울여주시면 가게가 조용하고 차분하다. 그렇지 않으면 단 세 마리만 있을 때도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날이 있다. 개를 안 좋아하는 손님들도 있으니까,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공존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반려인의 인식에 대해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개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시는 분이 많다. 나루의 경우 성인 남자를 무서워한다. 카페 손님이 나루를 잘못 안았다가 아팠던 경험이 있어서 그렇다.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며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바견 나루는 카페 ‘별을 굽다’의 주인이나 다름 없다. 곳곳에 나루의 흔적이 있는 가운데 나루 그림이 그려진 커피 컵.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수 있는 한식당이 있다. ‘백년손님’을 운영하는 정양숙씨는 반려동물 동반 식당이라는 개념이 생소했을 때부터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했다. 이 곳에서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모두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까닭은, 각 손님이 한옥으로 된 개별 독채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규칙이 있다면, 실내에서는 반려인이 반드시 동물을 안고 있어야 한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정양숙씨는 위생과 안전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려동물 동반 식당 차원에서도 청결과 위생, 안전을 위해 애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한편으로 반려인들의 배려와 예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예절을 지키지 않는 손님들이 힘들다. 식당 내에서 개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분들이 계시다. 좋은 분들은 반려견이 먹을 간식과 그릇, 위생용품을 모두 가져 오신다."
경기도 일산에는 반려견 음식을 파는 펍이 있다. 일산 호수공원 인근 ‘몽몽이 펍 앤 카페’를 운영하는 신정빈씨는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한 현실에 답답함을 느껴 “내가 갈 수 있는 곳에 개도 함께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가게에는 반려견 수제 간식과 찹스테이크 등을 판다. 사람 손님은 커피를 마시고, 개들은 간식을 뜯는 풍경이 한가롭다.
서울 홍익대 인근의 펍 ‘July 16th’에 붙어 있는 반려견 동반 안내문.
서울 홍익대 인근에 사는 반려견들에게 ‘핫한’ 장소를 묻는다면 펍 ‘July 16th’를 꼽을지도 모른다.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옥상 테라스는 반려견과 함께 밤 산책을 하다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해 들르는 반려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박창우 ‘July 16th’ 대표는 “동물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문화가 퍼져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홍대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문화가 변해가는 특수성이 있는 지역이라, 이런 공존 문화 널리 번져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행마니아인 박씨는 해외에서 접한 반려동물 문화가 한국에도 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당을 찾는 모습이 좋아보였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서로 배려하고 예의만 잘 지키면 사람과 동물 모두가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다. 동물과 사람이 나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고 싶다.”
박지슬 교육연수생
sb02208@naver.com,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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