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손바닥에 올려놓은 물까치는 한동안 떠나기를 망설였다. 야생성 회복은 방사에 매우 중요하다.
10월14일 구조된 지 한 달 남짓 만에 어린 물까치가 마침내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가 됐다. 구조한 동물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순간은 늘 떨리면서도 기쁘다. 야생으로 다시 돌아가면 잘 살 수 있을까, 혹시 야생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앞선다.
물까치를 조심스럽게 잡아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날아가도록 했다. 잘 가라고 할 틈도 없이 우리에서 풀려나기 무섭게 자연으로 달아나는 게 방생의 일반적 모습이다.
그런데, 이 물까치는 달랐다. 손바닥을 횃대로 알았는지 날아가기는커녕 그 위에서 몸단장하고 손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으려 애쓴다. 난감한 상황이다. 다른 손으로 밀쳤더니 그 손을 깨물려 했다. 그러지 말라는 것처럼 보였다. 손에서 간신히 떼어놓았더니 이번엔 머리 위에 앉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물까치는 힘차게 날아 근처의 나뭇가지에 앉았다. 나무 위에서 종종거리더니 곧 멀리 날아갔다. 먹이에 대한 기억 때문에 방생해도 며칠 동안 구조센터 주변에 머무는 새들도 있다. 하지만 어린 물까치를 센터 주변에서 다시 볼 수는 없었다.
어린 물까치가 전남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들어온 것은 8월30일이었다. 고라니, 너구리, 멧비둘기, 직박구리 등 다양한 새끼 동물이 구조센터로 들어와 매우 분주했다. 어린 새가 어느 정도 자라면 돌아다니거나 날고 싶어 한다. 둥지를 떠나는 이 시기가 매우 위험하다. 둥지에서 떨어지거나 다른 포식자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둥지에서 떨어진 이 어린 물까치를 다행히 누군가가 발견해 신고했다. 어린 새가 둥지에서 떨어졌다고 무턱대고 동정심에 데려오거나 키워서는 안 된다. 가정집에서 보호할 경우 너무나 다른 환경, 올바르지 않은 먹이 등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새를 발견하면 주변에 어미가 있는지 확인하고 어미가 없다면 구조센터에 연락하는 것이 좋다.
물까치는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텃새로 아파트 단지 주변, 공원 등에서 시끄럽게 운다. 주로 물 근처의 숲에 서식하고 까치와 닮았다고 하여 물까치라 불린다. 물까치의 머리는 검은색, 몸통은 회색, 날개와 꼬리는 푸른색을 띠어 아름답다. 또 다른 새보다 매우 긴 꼬리로 몸의 균형을 잘 잡는다. 적게는 10마리에서 30마리까지 집단생활을 하며 협력해 위기를 극복하는 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이 떼 지어 몰려와 사과, 배, 감 등을 먹어 농가에 큰 손해를 끼치기도 해, 유해 조류로 등록되어 있다.
어린 물까치는 구조센터에서 주로 수평아리를 먹었다. 구조센터에는 맹금류나 너구리 등 육식, 잡식하는 동물이 많아 수평아리가 주 먹이이다. 암평아리만 산란계로 기르는 양계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평아리 처지는 안타깝지만 다친 야생동물들에게는 영양가 높은 먹이가 된다.
구조된 어린 물까치는 아직 어미의 도움이 필요한 새끼여서 재활관리사가 어미 노릇을 해 주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밥 달라며 시끄럽게 울고 먹이를 입 근처에 대면 조그만 입을 크게 벌린다. “배가 고프니 먹이를 빨리 달라!” 라는 의미이다. 먹이를 넣어주면 입을 꼭 다물고 조용해진다. 먹이를 입 근처에 가져가도 입을 벌리지 않으면 배부르다는 뜻이다. 먹이 먹을 때의 행동은 어린 새라면 대개 비슷하다.
많이 먹고 쑥쑥 자란 어린 물까치는 치료실 구석구석을 퍼덕이며 나는 연습을 했다.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먼 선반으로 날아보기도 했고, 가끔은 사람 머리에 날아와 앉았다. 제법 날기 시작했을 때, 먹이를 물어 구석에 숨기는 행동도 했다. 나중에 먹기 위해 보관하는 것 같았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날고 깃털을 다듬는 모습이 참으로 놀랍다. 먹이를 먹고 나면 부리를 주변에 비벼 깔끔하게 닦았다.
어린 물까치는 인큐베이터에서 보살핌을 받은 뒤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옮겨졌다. 야생 적응을 위해서다. 스스로 먹이를 먹는 연습을 하고 편하게 날아다니며 인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계심을 가지게 된다. 먹이를 받아먹은 기억 때문에 재활관리사가 오면 먹이를 달라고 울면서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생겼는지 예전처럼 다가오지는 않는다.
구조된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야생동물은 낯선 공간에 머무르며 눈앞에 돌아다니는 사람에 대한 공포감과 경계심이 더 생겼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먹이를 받아먹은 어린 동물은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친밀감은 나중에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야생동물들이 다가오면 크게 소리치는 등의 행동으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잊지 않도록 한다.
다치거나 버려진 야생동물을 힘들게 보살핀 야생동물 구조센터의 재활관리사들은 자연으로 동물을 돌려보낼 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글·사진 김청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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