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과 개가 그려진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지역의 암각화. 오른쪽에는 개가 13마리 있고 왼쪽에는 8마리가 있다. 사냥꾼의 허리에 끈이 달려있다. 마리아 구아닌,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연구소 제공
8천년 전 개는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았을까.
인류가 농사를 지으며 정착생활을 하기 전인 구석기 시대에는 개를 사용해 사냥에 나섰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암각화가 발견됐다. 학술저널 ‘인류고고학’에는 8천년 된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슈와미스와 주바 유적지 암각화에서 개를 가죽끈으로 묶어 사냥에 사용한 흔적을 확인한 논문이 지난 16일 실렸다. 이 그림은 강아지에 대한 가장 오래된 그림으로 꼽히는 이란의 도자기 개 그림과 비슷한 시기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연구소의 고고학자 마리아 구아닌이 이끄는 연구진은 수천개의 암각화 중에 슈와미스에서 156마리, 주바에서 193마리의 개 그림을 확인했다. 귀와 짧은 입, 꼬리를 가진 개들의 모습은 하이에나와 늑대와는 달랐다.
개들은 인간이 사자, 가젤, 말 등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림에서는 사람이 가죽끈으로 개들을 묶어 통제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개들이 훈련을 받는 어린 개, 상처를 입을 위험이 있는 늙은 개나 귀한 개 등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연구진은 또 어떤 개들은 또 다른 사냥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냥감을 추적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을 위험에서 보호하고 사냥감을 야영지로 옮기는 데에도 이용했다는 것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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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 Guagnin, M., Journal of Anthropological Archaeology (2017), http://dx.doi.org/10.1016/j.jaa.2017.10.003
사자와 두 마리 개가 새겨져 있다. 사람이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사진으로는 보이지는 않지만 사자 뒤쪽으로 5마리의 개가 그려져있다. 마리아 구아닌,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