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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AI 막으려면, 오리농장부터 이동시켜야”

등록 2017-11-27 04:01수정 2017-11-27 10:18

[애니멀피플] 조류인플루엔자 전문가 송창선 건국대 교수 인터뷰
“오리농장 잠깐 쉰다고 해결 안돼
철새 서식지 가까이 있는 한
근본적 대책은 요원하다”

“살처분 닭·오리 ‘시세 보상’ 하니
농민들 방역 최선 다하지 않고
하림 등 대기업도 현장검사 반대
농가·계열사 모두 정신 차려야”
조류인플루엔자 전문가 송창선 교수가 23일 오후 건국대 수의대 연구실에서 ‘애니멀피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조류인플루엔자 전문가 송창선 교수가 23일 오후 건국대 수의대 연구실에서 ‘애니멀피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이 추운 날, 땀이 날 지경으로 다니고 있죠.”

23일 오후 건국대 수의대 연구실에서 만난 송창선 교수는 국내 조류인플루엔자(AI)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 18일 전북 고창의 한 오리 농가에서 첫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된 직후에는 전국을 다니느라 바쁘다. “여기저기 대책 회의하러 다니느라 바쁘죠. 농장에 위험도 평가를 하러 다니기도 하고….”

송교수는 국제연구팀에 소속돼 지난해 10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야생 철새들의 조류인플루엔자 대유행 경로를 밝혀내기도 했다. 여느 해와 같은 ‘살처분 생지옥, 전염 공포’에 떨게 될지 전국이 비상등을 켠 상황이다. 송 교수에게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이 무엇인지 물었다.

-전북 고창 오리농가, 순천만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되고 사태가 아직 번지고 있지는 않다. 어떻게 전망하나?

“이번에 검출된 H5N6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고창이나 순천만에서 끝날지, 검출이 우수수 쏟아질지는 모르는 단계다. 이 바이러스 특성이 그렇다. 만약 철새에서 오리 농가로 옮겨왔다면, 오리는 이 바이러스를 견디는 특성이 있어서 쉽게 발견이 되지 못하고 퍼질 가능성이 크다. 오리 농가에서 폐사한 개체가 규모가 소소하기 때문에 이게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과 차가 왕래를 하다보면 점점 전파가 되고, 치사율이 높은 산란계 농가에 옮겨가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커진다. 전망을 하라면, 현재 상태에서 완전히 소멸보다는 확산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대책을 준비하는 중이다.”

-지난겨울인 2017~17년에 한국에 온 H5N6 바이러스가 이번에도 고병원성으로 검출됐다. 두 바이러스는 동일한 것인가?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1주일~열흘 정도 걸린다. 같은 바이러스라도 염기서열이 같은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 염기서열까지 완전히 같은 것이라면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고 봐야 한다. 고창 오리 농가의 바이러스가 지난겨울에 유행했던 바이러스와 동일한 것으로 밝혀지면 계속 돌고 있었던 것을 몰랐단 말이 된다. 그럼 큰일이다. 한국이 청정국이 아니었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되니까. 그런데 이제까지는 조류인플루엔자 유행에서 늘 철새를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왔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걸 확인하는 게 유전자 검사이므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 강서구 양천구 습지공원 입구에서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해 12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 강서구 양천구 습지공원 입구에서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올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리농가 휴지기제를 시행했는데.

“좋은 방안이지만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 겨울에 오리 사육을 잠깐 쉰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농가 인근에는 동림저수지와 수확하고 남은 곡식 낱알이 있는 논이 펼쳐져 있다. 철새들이 좋아하는 장소다. 바이러스를 묻혀서 들어올 여지가 큰 철새들이 머무는 장소와 오리농장이 가까이 있는 한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농가와 계열사부터 정신 차려야 한다. 자, 철새가 바이러스를 갖고 들어오는 건 확인이 됐다. 그런데 오는 철새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럼 지금처럼 계속 수천만 마리 살처분 하며 잠시 청정국 지위 유지하며 지낼 텐가. 살처분 농가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그런데 이 지원금은 ‘원가 보상’이 아니라 ‘시세 보상’이다. 시세 보상을 한다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발생해 이미 오른 닭·오리값을 보상해준다는 얘기다. 농가나 기업이 손해 볼 게 없다 보니 방역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서 계속 오리 사육을 한다. 정부 차원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시 농가나 계열사가 현상 보존을 하기 어렵게 보상을 해주면 어떨까. 그러면 철새 도래지와 가까운 곳에 오리농장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철새가 오지 않는 안전한 지역에 가서 오리를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방역 시스템은 어떻게 재정비하면 될까?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을 여지가 큰) 오리 농가부터 보자. 오리는 출하 전 검사라는 걸 한다. 예컨대 다음 주 수요일에 출하를 할 거면, 일주일 전인 이번 주 수요일에 농가에 공무원들이 나가서 검사한다. 그런데 출하 전 검사는 공무원이 하루 한 곳밖에 방문하지 못한다. 전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그래서 지난해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는 하루에 한 곳만 검사하는 것이 역부족이라 공무원이 농장에 출입하지 않고, 근처에 가면 농가에서 시료를 직접 채취해서 줬다. 면봉을 구강과 항문에 넣어서 시료를 채취하는데 이걸 공무원이 직접 들어가서 하는 것과 농가에서 하는 것 사이에서 신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출하 전 검사라는 것은 시장에 유통되기 일주일 전이고, 그 일주일 동안 또 감염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그다음으로 도축장에서 하는 검사가 있다. 현장 검사라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이 검사를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 검사 강화의 이점은 무엇인가?

“우선 공무원들이 돌아다니지 않고 한 곳에서 검사할 수 있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낮춘다. 채취한 시료의 신뢰도도 높아진다. 도축장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이 단계에서 살처분 등 대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강화의 가장 큰 벽은 대기업이다. 전국의 가금류 도축장을 하림, 참프레 등 대기업이 갖고 있는데 이들이 현장 검사를 결사반대하고 있다. 도축장에서 만약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영업정지를 받을 것이다. 그러면 도축장을 한동안 사용하기 어려우니 이윤 창출에 문제가 생긴다. 기업이 환영할 리 없는 대책인 거다. 그러나 반대로 도축장 검사로 대기업 계열사가 오리 사업 전면을 다시 검토한다면? 오리 농가를 지금의 철새 도래지 인근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지역에서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다진다면? 그럼 오리에게서 첫 번째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할 확률이 확 떨어진다.”

-조류인플루엔자 창궐이 공장식 축산의 폐해라는 의견도 있는데.

“공장식 축산은 오리 농가에서 어떻게 예방하고 방역할 것인지 다음 이야기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을 하는 농가에서 바이러스 농도가 더 짙어질 여지는 있다. 이를테면 산란계 100만수를 키우는 농가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살처분하는 데 열흘이 걸린다. 살처분을 기다리는 사이 이미 닭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다 죽는다. 그러면 바이러스 농도가 어마어마해지는 거다. 이 농장을 오가는 쥐 같은 작은 동물들, 사람, 차량 이동이 있을 테고 그럼 그 일대는 쑥대밭이 되는 거다. 사육 농가의 규모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될 거다.”

공장식축산을 반대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이정아 기자
공장식축산을 반대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이정아 기자
-조류인플루엔자가 빈발하는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있는데 한국과 상황이 다른 국가들이다. 이미 상시화된 나라인데 근본적으로 유통체계가 다르다. 우리나라는 도축장이라는 길목이 있다. 하지만 중국, 베트남 등지는 가금류를 산 채로 유통한다. 살아 있는 닭, 오리가 레스토랑까지 가는 거다. 한국에서 활어를 먹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확산을 막는 것은 포기하고 백신을 맞히는 것.”

-한국에서도 백신 도입 의견이 나오는데.

“이미 연구 백신이 많이 개발돼 있다. 다만 상용화된 것은 없다. 백신 도입의 가장 큰 장벽은 100% 방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닭도 오리처럼 바이러스에 걸려도 티가 안날테니까 확산 여지가 생긴다. 변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있다. 지금의 살처분 방식은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기 전에 숙주를 없애므로 변이가 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것이 행여 사람에게 옮겨가면 문제가 커진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중국에서 변이된 바이러스가 사람이든 교통수단의 이동으로 묻어 들어올 확률이 훨씬 크다. 백신을 쓰면 모두에게 좋다. 닭·오리를 수천만마리씩 죽이지 않아도 되고, 거기에 수천억원씩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사람 감염 사례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백신이라는 다른 선택지를 골랐을 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는 거지. 그래도 위기 상황이 올 수 있으니 백신을 준비해두자는 데까지는 현재 합의가 돼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농가와 대기업이 오리 농가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대형화한 산란계 농가 규모를 줄이는 등의 인프라를 마련하면 백신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리라 본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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