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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이별도 힘든데, 가족을 쓰레기 봉투에 버리라고요?

등록 2017-11-28 14:21수정 2017-11-29 18:13

[애니멀피플] 동물 장묘문화 개선 토론회
연간 54만 마리 동물 사체 발생하는데
정식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24곳뿐
반려인 정서에 반하는 현행법 대신
합법적 장묘 절차·공공 장례식장 필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도주의적 동물사체 처리와 동물장묘문화 개선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발제를 하고 있다. 박지슬 교육연수생 sb02208@naver.com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도주의적 동물사체 처리와 동물장묘문화 개선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발제를 하고 있다. 박지슬 교육연수생 sb02208@naver.com
“가는 길에 종소리나 들으라고 자주 가는 절 뒷마당에 묻어줬어요. (사체를 처리하는 방식이) 쓰레기봉투에 버리거나 몇 개 있지도 않은 비싼 장묘업체를 이용하는 방법 뿐이잖아요? 그게 실효성이 있나요?”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이석우(가명·23) 씨는 12년 동안 길러온 반려견 콩이와 지난해 12월 헤어졌다. 이 씨는 콩이의 사체를 산에 있는 절 뒷마당에 묻었다. 그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현행법상 처리 규정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박유미(가명·23)씨는 2014년 겨울 15년 넘게 기르던 반려견을 떠나 보냈다. 장씨 역시 사체를 뒷산에 묻었다. 장씨는 기자에게 반문했다. “인생의 반을 함께 했는데,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어요. 제일 볕 좋은 곳에 묻어줬는데. 가족의 사체를 폐기물로 처리하라고요? 전혀 몰랐어요. 이게 말이 되나요?”지난 2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도주의적 동물 사체 처리와 동물장묘문화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반려동물 인가 증가와 인식 변화 등으로 장례 문화에 변화 요구가 있는 반면, 실질적 법은 이런 요구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진행됐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과 동물보호법 아래에서 이원 적용을 받는다. 반려동물 사체를 등록된 장묘업체에서 처리할 경우 동물보호법에 따라 인도적으로 사체가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반려동물 사체를 처리할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의한 생활 폐기물로 분류된다. 폐기물관리법 제8조에 의거해 생활 폐기물은 임의 매립 및 소각해서는 안된다. 즉, 가정에서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경우 장묘업체를 거치지 않고는 사체를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나선 한국법제연구원 장은혜 연구원은 “현재 반려동물 사체 처리 관련법은 있으나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며 명확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연구원은 “반려동물 사육 인구를 생각한다면 현재 장묘업체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행법을 아예 모르는 사람도 대다수다. 이는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불법적으로 반려동물 사체를 처리한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시골 뒷산이나 자신의 집 마당에 사체를 처리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거라고 추정한다. 이를 다 적발할 수 있나?”라고 덧붙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반려동물 마릿수는 700만 마리 이상으로 확인됐다. 5가구 가운데 1가구가 반려동물을 사육하고 있는 것이다. 사육두수가 가장 많은 개·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3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약 54만 마리의 동물 사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17년 11월 기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전국 동물장묘업체는 24개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장묘업체를 이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홍수현(가명·34)씨는 지난 4월, 13년간 기르던 반려견 ‘해순이’의 장례를 치렀다. 김씨는 경기도 시흥의 한 장묘업체에서 해순이를 화장한 후 유골을 집으로 가져왔다. 해당 업체는 동물의 체중에 따라 화장 비용 18~30만원을 받고, 차량 지원, 염, 화장 후 처리 방법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과한다. 김씨는 비용보다 접근성이 더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해순이가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줘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장례법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등록된 업체는 다 너무 멀어서 갈 수가 없었죠.”

토론회에 참석한 반려동물 장묘업체 ‘굿바이 펫’의 한훈회 실장은 “합법적인 장묘업체 활성화를 위해 동물등록제 정착과 반려동물 장묘업 영업분류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반려동물 등록제가 선행되어야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에 이를 말소시키기 위해 반려인들이 합법적인 절차를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광회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은 “장묘시설의 특성상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관련 주민 반대로 신규 설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기연구원이 2015년 6월에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도민 반려동물 관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7.9%가 공공 장묘 시설을 통해 사체 처리를 희망했다. 김사무관은 “이런 조사 결과에 따라 공설 동물 장묘 시설 설치를 위한 동물보호법 상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희망 지자체를 대상으로 동물 장묘 시설 설치비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슬 교육연수생 sb02208@naver.com,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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