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드로즈는 미국의 배우이자 급진적인 동물권 운동가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이자 동물보호 운동가인 크리스 드 로즈(69)는 미 서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동물권단체 ‘동물의 마지막 기회'(Last Chance for Animals, LCA)의 대표다. LCA는 현재 전 세계 50여 만명의 후원자와 동물보호활동가와 연대하는 세계적인 동물권단체다. 지난 15일 한국에서 발족한 ‘동물해방물결'도 LCA와 연대하는 단체다.
강아지 공장 폐쇄, 개고기 근절, 실험동물 반대, 서커스 동물 반대운동 등을 벌여온 LCA는 급진적인 운동 방식으로 전세계 동물보호단체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오랜 논란을 벌여온 개고기 문제부터 지난 몇 년 여론의 뭇매를 맞은 ‘강아지 공장’까지 동물 이슈가 들끓는다. 애니멀피플은 인생의 절반 가까이 동물보호운동에 헌신한 크리스 드로즈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지난한 동물보호 활동 경험과 동물권 향상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인지 물었다.
동물의 고통에 공감한 순간
“길에서 만난 방황하는 개를 동물보호소에 데려갔을 때였어요. 나는 그 개에게서 내가 어릴 적 어머니가 고아원에서 나를 두고 떠날 때 느꼈던 공포와 절망을 똑같이 느꼈죠.”
1979년, 갓 서른을 넘긴 미국 할리우드의 배우 크리스 드로즈는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슈퍼스타도 아니었지만, 여러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배우”로 활동하고 있었다. 경찰, 사설탐정, 텔레비전 리포터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그는 배우로서의 생활도 좋았지만, 그것이 그의 삶 전체를 붙드는 일만은 아닌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헤매는 개 한 마리를 동물보호소에 맡기며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경험을 했다. 그는 단 한번도 반려동물을 키운 적이 없었지만 그날 그 개의 불안한 눈빛과 행동을 목격한 이후로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온 세상의 불의는 동물에 귀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동물에게 행해지는 가혹한 모든 행위들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동물권에 눈을 뜨고 미국 ‘동물해방전선’(Animal Liberation Front)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1984년 LCA를 발족했다. 크리스는 LCA에서 동물 착취 현장을 조사·고발하다 총 12번 체포되고 4번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LCA 회원들이 실험동물 반대를 주장하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LCA는 올 겨울 모피 금지 운동, 캐나다 한 회사의 실험실에서 자행되는 동물학대 추적과 캐나다 정부 차원의 실험동물 보호 조치 등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30년 간 해온 동물학대 방지 운동의 연장선상의 일들이다.
여전히 세상의 한쪽에서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지칠 법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일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험도 많다. 그는 집요한 추적과 운동 끝에 지난 2015년 미 의회가 연고없는 개와 고양이를 의학 연구실에 팔아넘기는 상인들을 지원하는 자금을 완전히 끊은 것을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인상깊은 활동으로 꼽았다. 유기견, 훔친 반려동물 등 출처가 불분명한 동물을 미국 실험실에 공급하는 업체의 영업금지를 위해서 15년간 현장 조사를 하고 캠페인을 벌여야 했다.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상업적으로 키운 개·고양이·토끼 판매 금지 법안을 미국 최초로 제장한 것도 의미있다고 밝혔다.
그가 동물 학대가 중요하고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동물에 대한 폭력이 사람에게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LCA는 동물에 대한 범죄를 추적하는 국가별 데이터 베이스(National Incident-Based Reporting System, NIBRS)에 미국의 모든 지역이 가입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LCA는 지난 30년 간 강아지 공장에서 키워진 개들을 구출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올해 처음으로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상업적으로 개를 생산해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기틀을 다졌다.
동물의 현실을 말하고, 또 말하는 것
한편, 동물권 회복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은 동물을 물건처럼 다루는 잔혹한 사람들일 수도 있겠지만 더 큰 벽은 따로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착취당하는 동물들의 잔인한 현실에 대중에게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결코 알지 못하는 학대 현장을 찾아야 하고, 일상적으로 반복돼 오히려 지나치게 되는 현실을 환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면 아래서 일어나는 시민 불복종이 중요해요. 그리고 그걸 계속 다른 시민들에게 반복, 반복,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도요.”
그는 동물권 회복 운동에 미디어가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실을 밝히는 미디어는 동물권 운동의 귀중한 자원이에요. 언론은 동물들의 생태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결정에 귀를 열고 있고, 동물학대 현장을 보도하고, 동물착취 산업을 고발할 수 있으니까요. 언론은 곧 동물들의 목소리인거죠.”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동물의 마지막 기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