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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개·고양이 계발서 말고 문학이요!”

등록 2017-12-12 09:00수정 2017-12-12 10:09

[애니멀피플] ‘개를 읽는 시간’ 등 출간한 강경미 꾸리에 대표
오 헨리·마크 트웨인 등 유명 작가부터
프리츠 라이버 등 장르물 작가 작품까지
개·고양이 등장 숨은 보석 같은 소설들
최근 소설집 ‘개를 읽는 시간’, ‘고양이를 읽는 시간’을 낸 1인 출판사 ‘꾸리에’의 강경미 대표가 반려묘 ‘길동이’를 안고 있다.
최근 소설집 ‘개를 읽는 시간’, ‘고양이를 읽는 시간’을 낸 1인 출판사 ‘꾸리에’의 강경미 대표가 반려묘 ‘길동이’를 안고 있다.
“‘득템’은 바로 이 작품이에요.”

최근 개와 고양이를 소재로 한 세계문학 단편집 두 권을 펴낸 1인 출판사 ‘꾸리에'의 강경미 대표를 8일 작업실에서 만났다. 두 권의 책을 한쪽 옆에 포개 놓고 잔잔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에게 추천작을 묻자 고양이처럼 눈을 빛내며 말했다. “‘대나무숲 고양이’(프레더릭 스튜어트 그린)라는 소설이에요. 미국 앨라배마 촌구석에서 살아왔던 여성이 철도 놓으러 온 젊은 남자랑 바람이 나는 이야기인데, 서사적으로도 구성을 잘 갖췄고 고양이와 인물의 대비가 아주 잘 된 작품이죠. ‘떠돌이들’(마크 리처드)이라는 작품도 좋아요. 아이들을 남겨놓고 엄마가 집을 나가요. 엄마를 찾으러 아빠도 집을 나간 사이에 아이들이 결국 집에 불을 내는 이야기예요. 떠돌이 개들이 아이들만 남겨진 집에 밤만 되면 찾아오는데, 개랑 아이들의 모습이 서글프게 잘 묘사돼 있어요.”

소설집 ‘개를 읽는 시간’과 ‘고양이를 읽는 시간’은 개와 고양이가 이야기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소설들을 모은 책이다. 오 헨리의 ‘누렁이의 추억’, 마크 트웨인의 ‘어떤 개 이야기’, 오노레 드 발자크의 ‘어느 영국 고양이의 비애’ 등 유명한 작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부터, 프리츠 라이버의 ’도약하는 자를 위한 시공간’처럼 장르문학의 거장으로 알려진 작가의 의외의 소설까지 폭넓은 작가진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두 소설집은 “없어서 만든 책”이기도 하다. 고양이 8마리의 ‘집사’이기도 한 강 대표는 반려인구가 급증하며 ‘우리 개 잘 키우는 법’ 류의 반려동물 계발서는 흘러넘치지만, 동물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 선집은 전무하다는 데 반려인으로서 아쉬움을 느꼈다. “해외에서 본 동물을 소재로 선별한 문학작품집이 부러웠어요. 이런 책이 한국에는 왜 없을까, 자료를 찾아봤더니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개·고양이가 인기가 있지도 않았던 탓도 있겠고요. 이런 책을 만들려면 공이 정말 많이 들어가요.”

각각 20여 편의 작품을 추려 모은 소설집을 만들기 위해 2년 남짓 시간이 걸렸다. 소설집을 엮고 번역한 지은현씨와 이 책을 기획한 강 대표는 해외 도서관과 문학 관련 웹사이트 등을 탈탈 털어 개·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150여편 검토했다. 이미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잭 런던의 ‘야성의 외침’ 같은 유명 작품은 제외했다. 150여 편 가운데 작품의 일부만 번역하는 ‘예시 번역’으로 작품을 검토해 3분의 2가량을 털어냈다.

그렇게 남은 이야기들이 이를테면 이런 소설이다. 에스에프소설로 더 유명한 프리츠 라이버가 쓴 ‘도약하는 자를 위한 시공간’의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새끼고양이들은 민첩하고 예민하고 섬세하고 이 세상에서 제일 활기가 넘친다. 손재주가 좋고 언어를 말하고 책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고기를 입수해서 분배하는 달인이 되는 것 외에 그들에게 어떤 다른 운명이 가능할까?”

소설의 화자는 작은 고양이를 모든 존재 위에 선 존재로 바라보는 듯하다. 소설의 주인공인 고양이 ‘거미치’는 인간이 보기엔 뚱하고 무뚝뚝한 고양이에 불과한데 스스로는 “극도의 위엄”이라 생각하는 고양이다. 아기의 얼굴을 긁었다고 오해를 받고 그 벌로 어두운 지하실에 갇히면서도 인간을 이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도도하고 오만한 고양이가 그럼에도 정말로 한 수 위인 이유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운명은 자라서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새끼고양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통렬하게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관찰력으로 고양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묘사한 이 소설은 미국에서 고양이와 관련한 문학작품 ‘베스트 10’에 늘 꼽히는 소설이기도 하다.

2007년부터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해 올해로 ‘집사 생활' 10년을 넘긴 강 대표는 앞으로 개·고양이 시 선집을 내는 것이 꿈이다. “궁극적으로는 새 시 선집, 고양이 시 선집 같은 책을 내고 싶어요. 그런 맘이 요원한데, 너무 안 팔릴 것 같아서… (웃음) 비교적 대중적인 소설집으로 먼저 도전을 했죠. 대박을 칠 거다 이런 생각은 없고, 초판이 2년 안에 다 팔리기만 해도 좋겠어요. 이 책이 시의성은 맞을지 몰라도 아직 시장성은 없는 듯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책이 앞으로는 더 많이 나오겠지요?”

글·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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