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검은 개 한 마리와 살아왔다.”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던 영국의 전 총리 윈스턴 처칠은 그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뒤로 ‘검은 개’(black dog)라는 단어엔 우울증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인간이 검은 개를 터부시한 역사는 오래되었다. 검은 개는 영화나 소설에서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존재의 상징이었다. 검은 개는 이야기 속에서 죽음과 마녀로 그려졌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반드시 죽여야 할 악마로까지 표현됐다.
단순히 색깔 때문에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갖게 된 차별과 편견 속에서 고통을 당하는 건 영문 모르는 동물이다. 검은 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반려견을 입양할 때 검은 개를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검은 털의 유기견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몸 색깔 때문에 두 번 상처를 받는다. 버려진 아픔과 더불어 색에 대한 차별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명은 생명일 뿐이고, 색은 색일 뿐이다. 사람들의 그릇된 선입견 때문에 생긴 검은 개 증후군. 검은 개에게 주홍글씨를 새겨넣은 건 우리 사람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억해야 하는 건, 그 주홍글씨를 지울 수 있는 것도 사람들이라는 것.
그림 속의 검은 개가 무표정하게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검은 개를 악마화하며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글·그림 조민영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