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물의 복지와 윤리적 처우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24일 국회에서 열렸다. 동물실험을 받고 있는 쥐.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통 끝에 소리없이 사라지는 실험동물을 위해 사람들이 대신 목소리를 냈다. 동물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험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무수히 희생되고 있지만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와 정책은 아직 미비한 편이다. 4월24일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맞아 ‘동물실험윤리 증진 및 실험동물 복지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발표에 나선 한진수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장은 “동물보호법이 시행된 지 10년을 맞이해 국내 동물실험 관련 제도가 장족의 발전을 해왔으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불법적인 동물실험이 진행된다”는 현실을 꼬집었다.
한 소장은 비윤리적 동물실험의 사례를 들며 이를 현실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실험동물에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권한이 있는 실험동물전임수의사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험동물전임수의사(AV·Attending Veterinarian)는 △실험동물을 위한 수의학적 처치 및 관리 △건강·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 △동물실험의 윤리적 측면 검토 등의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한국 동물보호법상 실험동물에게 수의학적 관리를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으며,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도 전임 수의사의 자격 및 역할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반면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및 유럽연합에서는 전임수의사의 역할이 규정되어 있으며, 특히 유럽연합의 경우 실험동물전임수의사가 동물 복지와 처리에 대해 자문을 할 의무를 갖고 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이에 대해 “미국의 경우 전임수의사를 정식 고용해야 하며 파트타임이나 자문 역할을 할 경우에도 수의학적 관리 계획과 정기 방문 계획이 고용 내용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실험동물전임수의사 확대 도입을 당장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토론자로 나선 장재진 실험동물협회장은 “국내 동물실험기관 수는 369개 가운데 약 27%에 해당하는 98개 기관만이 실험동물전임수의사를 고용하고 있다. 수요에 대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수의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동물실험 관련학과 전공자가 일정 기간 직무 교육을 받거나 시험을 통과하면 전임수의사 자격을 부여하자”고 주장했다.
‘동물실험윤리 증진 및 실험동물 복지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신소윤 기자
한편 실험동물의 복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위해 정책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실험동물의 보호 및 복지에 관한 구체적인 법 조항이 없기 때문에 동물실험 윤리원칙을 준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바다. 이형주 대표는 “실험동물 복지를 위해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감독에 일임할 수 밖에 없는 구조지만, 이 또한 심의평가 방법 교육 부족, 소수 의견 등을 이유로 견제 기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동물보호법에 ‘실험동물의 보호·복지에 대한 내용을 규정한 조항을 신설’을 제안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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