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로 추정되는 행위로 사체로 발견된 새끼 고양이의 생전 모습. 캣맘들이 돌보던 아깽이(새끼 고양이)였다. 카라 제공
새끼 길고양이가 내장이 사라진 채 반토막으로 발견되는 일이 벌어졌다. 올해 새끼 길고양이가 쏟아져 나오는 ‘아깽이 대란’이 시작된 이후 가장 엽기적인 동물학대 사건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16일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 9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토막 난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며 15일 분당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 주변 뒷산에서 발견된 길고양이 사체는 토막 나 있었으며, 가위 같은 것으로 절단된 것처럼 깔끔하게 절단되어 있었다. 내장은 사라진 상태였다고 카라는 설명했다.
카라는 “제보자에게 확인해보니, 지난 3월 이후 동일한 장소에서 세 건의 동물학대 의심 사건이 발생했고, 두 건의 사체에 대해 수의사가 확인한 결과 ‘동물학대 사건'으로 보여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라는 △당일 오전까지 멀쩡한 상태였던 새끼 길고양이가 오후에 반토막 난 사체로 발견된 점 △사체 발견 장소에 핏자국이 없고 상체는 발견되지 않은 점 △절단면이 가위 같은 도구로 잘린 것처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누군가 고의로 일으킨 동물학대 사건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두 차례의 사건도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났다. 카라에 동물학대를 알린 제보자에 따르면, 3월 5~8일께 발견된 길고양이 사체의 소견은 외상과 늑골골절에 의한 폐출혈, 호흡 곤란이었다. 누군가 길고양이의 옆구리를 내리찍어 죽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약 2주일 뒤에는 안구가 함몰된 길고양이가 발견된 사건이었다. 카라는 “누군가 머리를 가격해 눈이 함몰됐고, 이 고양이는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절단된 채 발견된 새끼 고양이. 카라 제공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길고양이들은 판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캣맘’들이 돌보던 동물들이다. 주변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면 중성화수술 등을 진행하는 김혜진(35)씨는 ‘애니멀피플’과 인터뷰에서 “올해 길고양이 한 마리가 세 마리 새끼(아깽이)를 낳았는데, 그중 한 마리가 절단된 채 발견됐다”며 “눈이 안 좋아 보여 연고도 발라줬던, 생후 한달도 되지 않은 새끼였는데, 희생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아깽이 대란이 시작되면 힘없고 도망가기 어려운 새끼 길고양이가 동물학대의 표적이 된다.
카라는 “제보자가 과거 사건이 벌어진 지난 3월 관할 파출소에 신고했지만, 경찰 측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동물보호법은 개정됐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동물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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