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이자 생명과학의 욕망을 들여다 본 다큐멘터리 ‘창세기2.0’.
17일~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15회 서울환경영화제’가 열린다. 총19개국 56편의 영화 가운데 8편의 ‘동물영화’가 상영된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부터 동물을 산업의 논리로, 혹은 과학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세상의 면면을 깊숙히 살피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이 소개된다. 스위스(‘창세기 2.0’), 몽골(‘소녀 독수리 사냥꾼’)등에서 제작한 동물영화부터, 이제 스크린에서 보기 힘든 ‘옥자’까지 진귀한 동물영화의 축제가 벌어진다.
창세기 2.0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멸종된 메머드 사체가 발견된다. 북극해 연안 뉴시베리안 제도의 사냥꾼들은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매머드 상아를 얻기 위해 그 곳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잘 보존된 매머드에 눈을 반짝이는 건 사냥꾼들 뿐만이 아니다. 각국의 유전학자들은 멸종한 매머드 부활의 꿈을 꾼다. 영화는 두 사람의 감독이 두 개의 트랙을 따라 촬영했다. 막심 아르부가예브 감독은 뉴시베리아섬으로 몰려든 사냥꾼들을 기록하고, 크리스티안 프라이 감독은 미국과 아시아의 합성생물학 실험실의 과학자들을 좇는다. 판타지 같은 이야기의 영화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다. 과학자들이 욕망의 끝을 좇아 만난 이로 황우석 박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과학은 창조의 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자연을 굴복시키려는 인간을 자연은 가만히 내버려둘 것인가. 맹수진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화는 최대한 신중하게 관찰자의 위치를 고수하지만 다루는 소재의 특성상 논쟁은 불가피하다”고 평했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하다.
상영일자: 5월17일 오후 7시, 20일 오후 3시
울타리 밖의 사람들
고양이, 개, 토끼, 뱀…. 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에게 음식과 치료를 제공하는 오스트리아 빈의 한동물보호센터. 서울환경영화제 이용철 프로그래머는 이 곳으로 이송되어 들어오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며 “엉거주춤한 자세, 하나 같이 어두운 표정의 동물들은 세상의 나쁜 쪽을 알아버린 미아 같다”고 표현한다. 동물을 ‘소유’한다는 것은 인간의 정당한 권리일까. 카메라는 그런 질문을 품은 채 동물들의 미아보호소에서 지내는 동물들의 모습, 그들을 보살피는 직원들, 입양과 파양의 이유로 보호소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상영일자: 5월21일 오후 7시30분, 22일 낮 12시30분
사막 순찰대와 페르시아 표범
이란 환경부 공무원인 할바니는 공원 순찰대로 근무한다. 어느날 자신이 담당하는 이스파한 지역에 페르시아 표범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곳에서 페르시아 표범이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던 것은 40년 전의 일이다. 실존하는 표범의 서식지가 확인되면, 사람들의 환경적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 그는 표범을 찾기로 결심한다. 곳곳에 녹화 장비를 설치하고 틈만 나면 표범 찾기에 매달리지만 표범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상영일자: 5월21일 낮 12시30분, 23일 오전 10시
소녀 독수리 사냥꾼
카자흐스탄 알타이 산맥에서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독수리 사냥꾼은 남자들 사이에서만 상속되는 전통이다. 남성들은 대대로 독수리와 짝을 이뤄 사냥해온 사실을 영광스럽게 여긴다. 이들에게 열세 살 소녀 아이숄판이 12세대 만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아이숄판은 멋진 독수리 사냥꾼이 되고 싶다. 마을 남자 모두가 고개를 젓지만 아이숄판의 아버지는 딸의 꿈을 응원하며 그를 몽골 최초의 여성 독수리 사냥꾼으로 훈련시킨다.
상영일자: 5월18일 오전 10시, 20일 오후 5시
반딧불이 딘딘
최근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 주목 받는 애니메이터인 웨이펀 덩이 감독을 맡았다. 반딧불이 딘딘과 그의 친구들은 숲속 마을을 파괴하려는 울프 킹 무리의 무서운 계획을 알고, 이에 맞선다. 숲에서 나온 딘딘은 자신의 반짝임보다 훨씬 밝고 강력한 빛을 뿜어내는 로봇 오로라를 만나며 잠시 박탈감에 빠지지만 살아있는 곤충과 디지털의 산물 오로라가 힘을 합쳐 악당에 대항해 용감하게 싸운다.
상영일자: 5월21일 오후 2시30분
플라스틱 바다
홍콩에서 활동 중인 호주 출신 기자이자 TV 진행자인 크레이그 리슨은 대왕고래를 찾는 여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플라스틱으로 인해 황폐해진 바다의 상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고래를 담은 카메라 앵글 안에 수면에 둥둥 떠 있는 쓰레기와 기름 때들. 그는 프리다이버인 타냐 스트리터와 팀을 이뤄 4년 동안 전 세계 20개 지역을 돌며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밝혀내고 해결책을 찾아나선다.
상영일자: 5월21일 오후 5시, 23일 오후 3시
옥자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에겐 10년지기 친구가 있다. 무게 6톤, 키 2.4m의 슈퍼돼지 옥자. 옥자는 유전자변형을 주도하는 글로벌 식품 기업 미란도에서 실험적으로 만들어낸 슈퍼돼지다. 미자가 정성껏 보살펴온 옥자는 그의 친구이자 가족이지만 미란도가 전 세계 26개 농가에 보내서 키우게 한 슈퍼돼지 가운데 ‘상품으로서’ 가장 우수한 개체일 뿐이다. 뉴욕으로 끌려간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미자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시작한다.
상영일자: 5월20일 오전 10시, 23일 오후 8시
산호초를 따라서
화려한 색깔 때문에 바다의 꽃으로 불리는 산호는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게, 새우 등을 촉수로 잡아먹고 사는 해양 동물이다. 지난 30년에 걸쳐 세상 산호의 절반이 죽었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보게 되는 것은 거무튀튀하게 죽은 산호의 시체다. 산호초의 탈색 과정을 오랜 시간 카메라를 대고 촬영했다. 오래 들여다본 산호의 위기는 건강을 잃어가는 바다, 황폐해지는 지구, 생명의 근원을 잃어가는 세계로 시선을 확장시킨다.
상영일자: 5월19일 오후 5시, 23일 오전 10시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서울환경영화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