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부산 반여동 재개발지역에서 온 SOS
주민 한 명이 5년간 30마리 돌봐
입양자 찾기 어렵고 지자체는 외면
안전하게 이주라도 할 수 있다면…
부산 반여동 재개발지역에서 온 SOS
주민 한 명이 5년간 30마리 돌봐
입양자 찾기 어렵고 지자체는 외면
안전하게 이주라도 할 수 있다면…
부산시 해운대구 반여1동에 사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주민들이 떠난 텅 빈 골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화로운 고양이 마을에 닥친 위기 “생존 위기에 처한 저희 반여동 고양이들을 도와주세요.” 부산의 한 독자로부터 제보 메일이 왔다. 철거지역 길고양이 생존 문제는 재건축이 일상인 이 땅에서 반복되는 문제다. 일부 지역 고양이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거나 입양 가기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협업과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 치 앞도 모른 채 오늘의 저녁 밥상을 기다리고 있는 ‘반여동 고양이’들을 위해 20~30대 시민 8명이 모인 ‘반여1동 철거구역 길고양이 생존권 연대’가 꾸려졌다. 지난 19일 활동가 김상미씨(가명·25)에게서 반여동 고양이들의 사정을 들었다. -철거지역에 남아 있는 고양이들의 현황은 어떤가. “고재규씨가 돌보던 30마리의 고양이들이 있다. 고재규씨는 본업이 있고, 집에서 4마리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더는 입양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5년째 이들을 돌보고 있다. 매일 저녁 퇴근 후 닭이며 갈비 같은 것을 삶아 사료에 비벼서 고양이 밥을 먹인다. 고양이 임시보호를 위해 부산 동물협회와 길고양이보호연대에 연락을 했으나 두 곳 모두 포화상태라 받아주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30마리 가운데 5마리는 장애가 있거나 사람 손을 많이 타서 필수적으로 입양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인데, 온라인 커뮤니티에 열심히 올려봤는데 한 건의 연락도 없어 애가 탄다.” -5월16일 철거 집행 예정이었는데, 미뤄진 까닭은 무엇인가. “상가에서 일부 지원금 문제로 나가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 주민 대부분 이주했기 때문에 그분들이 나가면 철거가 바로 진행이 가능하다.” -고양이들이 이주하지 않은 채 철거가 진행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영역동물인 길고양이는 공사가 시작돼도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는다. 그곳에 머물면서 공사 소음을 피해 빈집 깊은 곳으로 들어가 숨을 가능성이 크다. 압사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5년째 반여1동 길고양이 30마리를 돌봐온 고재규씨가 ‘철거 예정’ 표시가 된 빈집 사이에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나눠주고 있다.
반여1동 재건축 지역에 사는 길고양이들이 고재규씨가 나눠준 밥을 먹고 있다.
담당 구청 “예산 없다”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반여1-1구역 주택재개발 지역에 사는 30여마리 길고양이들의 안전이 보장된 이후에 철거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하고, 지자체가 직접적인 협조를 해주길 요청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예산이 없다는 공허한 답변만 돌아왔다. 지방선거 전에는 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후보를 만나 답변을 요청했으나 현 당선자(홍순헌)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줬고, 전 구청장이었던 백선기 후보는 일반 시민들이 길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맥락의 발언만 했다.”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반여1동 철거구역 길고양이 생존권 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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