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판매하는 튀긴 귀뚜라미. 영양분에 더해 장내세균에 유익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토마스 쇼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곤충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메네랄 등 영양분이 많으며 축산제품보다 친환경적인 미래식량으로 꼽힌다(▶관련 기사:
다리 여섯 가축으로 식량위기 넘는다). 곤충의 식용 가치를 더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귀뚜라미를 먹었더니 장내세균의 유익한 세균이 대폭 늘었다는 내용이다.
발레리 스툴 미국 위스컨신-메디슨대 박사과정생 등 미국 연구자들은 18∼48살 성인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귀뚜라미 분말 25g이 든 머핀과 셰이크를 아침 식사로 6주 동안 제공했다. 시험 대상자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귀뚜라미가 들어간 식품과 들어가지 않은 식품을 2주 동안 먹고, 다음 2주는 평소 식단으로 돌아간 뒤 다시 2주 동안 처음 2주와 반대 식품을 먹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귀뚜라미 함유 여부를 알 수 없도록 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혈액과 대변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는 한편 시험 전과 후 상세한 설문조사를 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7월17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귀뚜라미를 장기간 섭취해도 안전하며 먹을 만하고, 무엇보다 장내세균에 유익하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라고 밝혔다.
멕시코의 볶은 귀뚜라미 요리 차푸리네스. 뮤티아 채라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귀뚜라미를 섭취한 사람의 장내세균 구성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나 비피더스균을 포함한 5개 분류군은 현저히 늘었다. 유익한 장내세균으로 상업화한 프로바이오틱스인 비피더스균은 귀뚜라미 분말 섭취 후 5.7배로 늘었다. 비피더스균은 젖산을 생성하는 세균이며, 임상적으로 장기능 향상, 설사 방지, 항생제 부작용 감소, 호흡기 감염 저항 증가 등의 효과가 보고돼 있다.
귀뚜라미를 섭취한 사람에서 장 건강과 관련 있는 대사 효소가 늘어난 반면 혈액 속 염증 단백질인 티엔에프-알파(TNF-alpha)는 줄어들었다. 이 단백질은 우울증과 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자들은 곤충 섭취가 유익한 장내세균의 성장을 촉진한 데는 귀뚜라미의 딱딱한 겉껍질인 키틴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곤충의 외골격인 키틴은 소화가 되지 않는 섬유질과 비슷하며 세균의 먹이가 된다. 귀뚜라미가 일종의 섬유질 식품 구실을 한 셈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적은 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했으며, 귀뚜라미의 어떤 부위가 장내세균을 개선했는지 확실치 않는 등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타이 방콕에서 판매하는 각종 곤충. 귀뚜라미를 비롯해 전갈, 물장군, 대벌레, 메뚜기 등이 보인다. 전 세계 20억 명이 곤충을 먹는다. 타코라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장내세균은 인체의 세포수보다 3배나 많이 분포하며 생리, 대사, 유전자 발현 등 인체의 폭넓은 기능에 관여하며 장내세균의 균형이 깨지거나 다양성이 줄어들면 장 질환은 물론 각종 대사질환, 알레르기, 천식, 신경질환 등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alerie J. Stull et al, Impact of Edible Cricket Consumption on Gut Microbiota in Healthy Adults, a Double-blind,
Randomized Crossover Trial,
Scientific Reports, (2018) 8:10762, DOI:10.1038/s41598-018-29032-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