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충북 충주시 중앙탑공원에서 한국불교 일광조계종이 주최한 행사에서 가죽이 벗겨진 소 사체가 제물로 쓰였다. 주최쪽은 사체를 본 시민들의 잔혹하다는 반응이 이어지자 사체에 가죽을 덮은 뒤 행사를 진행했다. 소 사체 뒤로 제물로 쓰인 돼지 사체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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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충주 중앙탑공원에서 열린 ‘2018년 수륙대재 및 국태민안등불축제’에서 가죽을 벗긴 소 사체가 제물로 오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광조계종이 주최하고 대한불교종정협의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10일부터 충주에서 열린 세계소방관경기대회를 안전하게 개최하고 충주시 경제 발전 등을 기원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하지만 이날 오전 9시께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죽이 벗겨진 소 사체가 제물로 올라와 오후 6시 행사가 끝날 때까지 전시돼 행사에 온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처음에는 사체라고 생각지도 못했으나, 눈을 뜨고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죽은 소였다”며 “(행사가 열린 걸 보고 모인) 아이들이 놀라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가죽이 벗겨진 소 사체는 왜 불교 행사에서 제단에 올랐을까. 이날 행사를 기획한 일광조계종 총무 스님은 “무속인들에게 행사 일부를 맡겼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질 줄 몰랐다”고 밝혔다. 더불어 “무속행사에서는 제물이 필수인 걸로 알고 있다. 여기서 소를 잡았다는 소문도 돈다고 하는데, 도축증명서를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불교에서는 살생을 금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스님들이 소를 잡거나 돼지를 잡은 게 아니라 (정식으로) 도축장에서 도축했다. 그 소를 고기로 본 게 아니라 제물로 본 것”이라고 답했다. 불교 행사에 무속인들이 참여한 이유에 대해서는 “(무속인들이) 일광조계종과 상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날 충주 중앙탑공원에서 행사를 허락한 충주시는 동물 사체가 전시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을까. 충주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시에서 보조금이 나가거나 기타 (시와 관련 있는) 행사를 할 때는 협의를 하고 내용을 저희와 상의를 해야 하는데, 일광조계종에서 연 행사라서 사전에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반적으로 불교 행사는 탑돌이, 연등 행사, 법회 등이어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초반 확인차 현장을 방문한 시 관계자는 “오전 9시께 가죽이 벗겨진 소가 등장했다. 처음부터 약간 눈을 뜨고 혀가 나와 있었다. 보기가 힘들다는 반응 때문에 가죽을 덮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행사가 끝난 후, 도축된 소는 어떻게 처리 됐을까. 일광조계종 관계자는 “행사가 끝난 후 차에 싣는 것까지는 봤는데, 나중에 보니까 천막을 치고 해체를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저녁 7~8시경 어두워진 다음 가려진 천막 안에서 해체 후 무속인들이 가져갔는지, 신도들을 나눠줬는지는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신소윤 최우리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