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새 관찰 프로그램인 ‘자카르타 버드 워크’(Jakarta Bird Walk)에 참여한 자카르타 시민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콘크리트로 만든 정글같은 곳이다. 수많은 구조물들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지금도 건설되고 있다. 그로 인해 야생동물의 터전은 줄어들었다. 특히 새들에게 치명적이다.
인공적인 환경은 새들에겐 새로운 도전이다. 새들의 삶은 더욱 척박해지고 있지만 그런 와중에도 살아남는 새들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오랫동안 새들을 연구한 네덜란드 자연학자 안드리스 후거베르프(Andries Hoogerwerf)가 1938년 바타비아(자카르타의 옛 이름) 지역에서 확인하고 기록한 새의 종류는 256종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동안 100종 이상이 사라졌고, 도시엔 136종의 새들만이 남았다. 지난 70년 동안 진행된 도시의 급속한 팽창과 불법 사냥이 자카르타에서 조류 다양성이 감소한 주된 이유였다.
다른 사례도 있다. 자카르타의 새들과 서식지 보호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지역 단체인 JBS(Jakarta Birdwatcher Society)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13년 자카르타의 10개 녹지 공간에서 발견됐던 동박새(Zosterops birds)는 최근엔 3개 지역에서만 발견됐다. 하얀 눈에 크기가 작은 동박새는 반려동물로 인기가 높아지자 불법 사냥이 크게 늘었다.
새는 자연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
물론 자바코칼(Centropus nigrofus)이나 검은날개찌르레기(Acridotheres melanopterus), 흰따오기황새(Mycteria cinerea) 같은 일부 고유종이나 멸종위기종들은 여전히 일부 녹지나 도시 외곽의 맹그로브숲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개체수 역시 그들 서식지가 인간에 의해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바코칼(Centropus nigrorufus)
검은댕기해오라기(Butorides striatus)
JBS의 에디 크리스탄토는 “새들은 곤충과 설치류를 잡아먹으면서 자연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식물의 수정을 돕고 종자의 확산에도 기여한다. 결국 사람에게도 가시적인 이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인들과 자연을 이어주는 작업을 해야한다. 도시에 사는 새들에게 최소한의 서식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시인들과 도시 속 새들의 연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체험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다. 젊은 세대나 가족들을 대상으로 직접 새들을 관찰하거나 서식지를 모니터링하는 기회가 늘어나는 중이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보호정책인 셈이다.
도심 속 새 관찰 프로그램인 ‘자카르타 버드 워크’(Jakarta Bird Walk)에 참여한 자카르타 시민들
JBS는 자카르타의 다른 환경단체와 함께 ‘자카르타 버드 워크’(Jakarta Bird Walk)라는 정기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자카르타 주변 녹지를 탐방해 새들과 새들의 서식지를 탐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이벤트엔 주로 어린이나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다.
도시인과 새들은 같은 운명
이 이벤트의 핵심은 참가자들 스스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었다.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현장을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게 중요했다. 새들의 삶과 서식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에디 크리스탄토는 “새들을 관찰하는 활동이 재밌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새들을 연구하고 보호하는 활동 역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콘크리트로 이뤄진 정글같은 도시다.
새는 환경 보존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 중 하나다. 따라서 그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도시에서도 정기적으로 조류를 관찰하고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은 인간이 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새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은 인간에게도 똑같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글·사진 라하유 옥타비아니 인도네시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