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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멍냥이’를 그리면 얻게 되는 것들

등록 2018-10-24 18:16수정 2018-10-24 20:38

[애니멀피플]
그리면서 위안받고 보면서 웃음 짓는 동물 그림책들
이탈리아 작가 안드레아 안티노리가 연필로 그린 고래 그림을 모은 ‘고래책’. 도서출판 단추 제공
이탈리아 작가 안드레아 안티노리가 연필로 그린 고래 그림을 모은 ‘고래책’. 도서출판 단추 제공

“동물은 도시, 건축물 같은 대상보다 자연과 가까운 존재다 보니,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이 편안해지죠.”

일러스트레이터 이곤(31)씨는 지난겨울부터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동물 그림과 함께 쉽게 동물 그림을 그리는 법을 연재해왔다. 다른 대상보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유는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한” 까닭도 있지만 “동물만이 가지는 다른 기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곤 작가는 최근 자신의 노하우를 모아 ‘이곤의 동물 그림 팁’(한스미디어)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올 가을 '동물 덕후'들을 조용히 흥분시킬 따뜻하고 귀여운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이곤의 귀여운 동물 그림 팁’을 비롯해 지난 9월 출간된 ‘오늘부터 냥이를 그려보기로 했다’(북핀), ‘매일 스케치 동물’(마이북) 등은 우리 곁의 동물을 기록하는 가장 아날로그한 방법으로 그림 그리기를 제시한다.

이곤 작가는 서점에 꽂힌 수많은 그림 그리기 책 가운데 동물 주제가 많은 이유로 “사람이나 다른 주제보다 더 쉽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화실을 운영하며 최근 ‘매일 스케치 동물’, 지난해에는 ‘매일 동물 드로잉’을 펴낸 김형경(40)씨는 다양성을 품은 존재로서 동물 그림 그리기의 매력을 꼽았다. 김씨는 “몸에 털이 많은 동물, 아닌 동물, 꼬리가 긴 동물 등 사람보다 생김새가 훨씬 다양해 그리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동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오늘부터 냥이를 그려보기로 했다’의 사요 코이즈미는 휴대폰에 저장된 수많은 고양이 사진 가운데 하나를 골라 프린트한 다음 그 위에 덧그리듯 따라 그려보면서 연습하길 권한다. 동물 그림 그리기는 동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곤씨는 “치타와 표범이 헷갈릴 수도 있고, 개를 그렸는데 늑대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동물 그림을 그리다보면 같은 과의 동물이라도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관찰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곤의 귀여운 동물 그림 팁’ 중 곰 그리는 법. 한스미디어 제공
’이곤의 귀여운 동물 그림 팁’ 중 곰 그리는 법. 한스미디어 제공
동물 그림 그리기에 심취해 아름다운 결과물들을 선보인 이들도 있다. 이탈리아의 작가 안드레아 안티노리는 고래에 대해 “인간과 같은 포유류이면서 믿을 수 없이 광대하고 멋진 생명체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나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사람을 매료시킨다”고 설명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프리카코끼리, 족제비, 여우 등과 차례로 사랑에 빠진 ‘동물 덕후’였다. 그런 팬심을 모아 연필로 그린 고래 그림책을 펴냈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누마가사 와타리는 2016년부터 동물과 새를 그린 도감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동물 덕후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렇게 그린 그림들을 모아 펴낸 ‘왠지 이상한 동물도감’은 초판 발행 후 일본에서 4만 부 이상 판매되며 한국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이처럼 대단한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동물 책 작가들은 동물 그림 그리기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는 방법”이라 말한다. 그림의 결과물을 보고 잘 그렸다 아니다 따질 일 없는 대상을 한참 들여다 보며 시간을 보내면 일종의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곤의 귀여운 동물 그림 팁’을 편집한 박인애씨는 “한때 컬러링북이 유행했던 것처럼 그림 그리기는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행위인데, 동물 그림을 그리면서도 그런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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