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담 위에 앉아 있다. 조심성이 많은 고양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지난 7월25일, 길고양이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되기 시작했다. 공유를 따라가 보니 동영상이었다. 처음에는 해외토픽인가 싶었는데, 자막 없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그런데 눈과 귀를 의심했다. 길고양이는 사람이 무서워서 먼저 피하는데, 그런 고양이가 반려견을 먼저 공격해 끌고 가려 했고, 말리던 사람까지 물었다는 것이다. 증거는 오로지 피해자의 인터뷰밖에 없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보았다. 동시에 기억해 보려고 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도 길고양이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뉴스는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 소리였다.
당시 뉴스는 해당 전문가의 소속을 정확히 표기하지도 않았고, 인터뷰 내용 또한 허위사실이라는 판명을 받았다. UBC 화면 갈무리
나의 기억력이 의심되어 인터넷 검색을 하려던 차에 뉴스는 길고양이가 생태계를 망친다고 주장하는 어느 애견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 부분에서 나는 빵 터지고 말았다. 길고양이가 새끼 토끼를 잡아먹는 것이 생태계를 망가뜨린다니. 당장 아프리카에 가서 사냥하는 모든 고양잇과 동물을 생태계를 망친다는 명목으로 다 잡아야 한다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오보였다. 명백하고 의도적인.
뉴스를 보도한 곳은 유비시(UBC) 울산방송. 많은 사람이 ‘시청자 의견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울산 방송국 게시판에 정정 보도와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1천 건이 넘는 항의 글이 쌓였지만 방송국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오보에 항의하는 시청자를 투명인간 취급 했다.
사람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넣었고, 석 달만에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권고’ 조치.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는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쓰고 있다. 객관성에 대한 조항을 적용해서 방송법 제100조 제1항에 따라 권고 조치를 내렸다는 심의 결과를 받았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의미 있는 결과다. 그동안 길고양이에 대한 수많은 오보가 있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은 것은 이번 사례가 처음이니까.
이후 울산방송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다. 그것은 울산 방송국이 결정할 일이다. 솔직히 사과를 하고 정정방송을 하려면 벌써 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을 시작하면 된다. 권고 조치 받은 그 영상을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기억하고 알리는 일. 그것이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부추기는 방송 때문에 죽어가는 길고양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글·사진 김하연 길고양이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