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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반이, 달이, 곰이는 철창 밖 삶을 꿈꾼다

등록 2018-12-03 09:00수정 2018-12-05 15:04

[애니멀피플] 반달곰 구출 프로젝트 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육곰 세마리…시민들이 힘 모아 구출
2021년 보호시설 마련될 때까지 동물원으로 옮겨져 새 삶
강원도의 한 웅담 채취용 사육곰 농가에 사는 반달가슴곰 ‘곰이’가 철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강원도의 한 웅담 채취용 사육곰 농가에 사는 반달가슴곰 ‘곰이’가 철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반이, 달이, 곰이.

곰들은 평생에 없던 이름을 얻었다. 이달 7일 강원도의 한 사육곰 농가에서 ‘구출’될 5살 반달가슴곰 세 마리는 2014년 사육장에서 태어나 단 한번도 철창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사육곰 시설 권고 기준은 4㎡이다. 대략 1마리당 2평 정도의 공간을 쓴다. 강원도 농가에서 구출될 곰들은 2평의 삶을 벗어나 조금 더 넓은 동물원에서 임시 보호 기간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는 환경부 관할 기관으로 옮겨질 계획이다.

반이, 달이, 곰이는 1981년 산림청에서 농가 소득 증대 목적으로 곰 사육을 허용한 이후로 처음으로 구출되는 곰들이다.

목숨만 부지하며 사는 2평 남짓한 삶

“아….” 지난달 27일 반이, 달이, 곰이의 건강 검진을 위해 강원도 한 농가를 찾은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복잡한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동행한 수의사가 세 마리 곰을 마취하고 신체 외관과 혈액 검사 등을 진행했다. 검사를 마치고 곰들이 깨길 기다리는데, 유독 반이가 깊은 잠에 들었다.

사람들이 반이의 상태를 살피는 동안 옆 철창에 있던 곰이가 다가왔다. 곰이는 철창을 건너 앞발을 깊숙이 넣더니 반이 엉덩이를 치며 흔들어 깨우려는 듯한 행동을 했다. 둘은 쇠 울타리를 사이에 둔 평생의 이웃이자 핏줄을 나눈 형제다.

2014년 1월10일, 같은 날 태어난 세 마리 곰은 태어난 직후 사육장 주인의 집에서 잠시 지내다 각각 제 철창을 배정 받고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지냈다. 이들은 웅담채취를 목적으로 한국에서 증식된 마지막 세대다. 정부의 증식 금지 조치로 2015년부터는 더 이상 철창 안에서 태어나는 곰들이 없다.

27일, ‘달이’가 마취를 한 채 신체 검사를 받고 있다.
27일, ‘달이’가 마취를 한 채 신체 검사를 받고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반이, 달이, 곰이와 같이 5살 이하의 곰들은 현재 약 40여 마리가 전국 사육장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32개 농가에 540마리 사육곰이 살고 있다. 도축이 허용된 10살 이상의 곰은 200여 마리다. 국내 사육곰 정책은 이 곰들이 모두 죽어야 끝난다. 반이, 달이, 곰이 같은 5살 곰은 사육장에 갇혀 살 날이 가장 많이 남은 곰이기도 하다.

하루에 한 끼…목숨만 부지하는 삶

동물 보호 인식이 강해지고 웅담 소비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웅담의 인기는 완전히 퇴색했다. 웅담 유통은 여전히 합법이지만, 야생동물로 분류된 곰의 웅담 판매를 홍보하는 것은 불법이다.

과거 웅담 소비자들은 사육장을 직접 찾아 자기가 먹을 웅담을 뽑아낼 곰을 골랐다. 털에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고 건강 상태가 좋아 보이는 곰들이 인기였다. 20g 남짓한 웅담을 ‘탈취’당한 곰들은 마리당 700~1천만원에 거래돼 희생됐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국내에 사육곰이 가장 많았을 때는 1400마리까지 찍었다.

반이.
반이.
웅담을 찾는 사람이 급감한 데다 10년은 키워야 도축해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농가들은 사육곰의 건강도, 위생도, 굶주림도 신경쓰지 않는다. 반이, 달이, 곰이가 있는 농가에는 30마리의 곰이 살고 있다. 철창 중에서도 시멘트 바닥에 사는 곰들은 소수이고, 대부분 뜬장에서 지낸다. 평생 뜬장에서 살았던 동물들은 흙바닥을 밟으면 제대로 걸을 줄도 모를 정도로 발에 기형이 오거나 관절이 상한다.

이 곳 농장의 곰들은 정량의 3분의 1 가량 되는 적은 양의 특수견 사료를 하루 딱 한번 배식 받았다. 야생의 곰들은 식물의 열매, 곤충, 작은 척추동물과 무척추 동물 등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 녹색연합 이다솜 활동가에 따르면 곰들은 목숨을 겨우 목숨을 부지할 정도의 밥을 먹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지낸다. 사람이 오면 다가왔다 다시 돌아가고, 철장 안에서 터벅터벅 걸어다니거나 ‘정형 행동’을 하고 있었다.

달이.
달이.
한쪽에서 복원, 한쪽에선 방치

이 땅의 한 켠에선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인데, 다른 한 켠에 사는 곰들은 왜 죽을 날만 기다리며 지내야 할까. 환경부가 복원 사업을 진행중인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한반도,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주로 분포한 우수리아종인데 비해 국내 사육곰의 아종은 히말라얀산, 말레이산, 일본산, 불곰, 아시아 잡종 등이다.

환경부는 2012년 펴낸 ‘사육곰 실태 조사 및 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에 “아종간 교잡이 심각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썼다. 사육곰이 지리산에 가게 되면 유전적으로 다른 종이 뒤섞이는 데다 평생 사육장에서 살며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 먹으며 산 사육곰이 야생에 적응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곰이.
곰이.
사육곰 구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녹색연합은 사육곰 매입 후 농장을 폐업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양도 의사를 확인했다. 구출이 결정된 반이, 달이, 곰이는 해당 농가에서도 특히 사육 환경이 좋지 않은 곰들이었다. 한 마리는 가장 작은 케이지에 살고 있었고, 한 마리는 내실 문이 폐쇄돼 눈과 비를 피할 곳 없이 고스란히 맞고 지내고 있었다. 셋 중 곰이는 유일한 암컷이다. 임시 보호를 맡게 될 전주동물원에서 암컷을 원했다. 기존에 살고 있는 개체와 합사할 때 발생하는 싸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시민들이 지어준 이름

곰들의 이름은 시민이 지었다. 녹색연합은 11월6일~12일까지 사육곰 이름짓기 이벤트를 진행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이름으로 정했다. 이름을 얻기 전 곰들은 농장주에게 ‘이놈’, ‘저놈’, ‘이 녀석’ 따위로 불렸다.

곰 구출에 쓸 후원금도 모였다. 온라인 기부포털 해피빈을 통해 3600여 명의 시민이 기부를 했고, 해피빈이 매칭 포인트로 절반을 보태 총 4천만원이 모였다. 시민 서포터즈 28명은 △임시보호소로 이사할 때 참여하고 기록하고 공유하기 △이사 간 사육곰 찾아가서 살피기 △환경부에 곰 보호소 마련 요청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다.

7일, 반이와 달이는 청주동물원, 곰이는 전주동물원으로 ‘임시 보호’ 개념으로 이사를 간다. 넓은 땅을을 누빌 순 없지만 2평 남짓 꼼짝달싹할 수 없는 공간보다 훨씬 나은 환경이라 판단해 내린 결정이다. 곰 세 마리는 시민들에게 웅담채취용 사육곰의 현재를 알리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전주동물원은 최근 곰사를 대대적으로 시설 정비했고, 청주동물원은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사육장을 넓히고 콘크리트 바닥을 흙바닥으로 바꾸는 등 개비를 할 계획이다. 곰 세마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철창 밖 진짜 땅을 밟는다. 내실에서 약 한 달 간의 합사 훈련을 거친 후 여섯살 생일 즈음, 방사장으로 나올 예정이다.

국내 첫 사육곰 구출 과정을 3회에 걸쳐 싣습니다. 다음 회에는 무진동 차량을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하는 사육곰들의 이사 현장을 싣습니다.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영상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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