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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털이 노랗게…고함원숭이의 변신술?

등록 2018-12-04 15:11수정 2018-12-04 16:40

[애니멀피플]
코스타리카서 지난 5년 새 노란 털 확산…척추동물 전례 없어
바나나농장 농약 황 성분 노출된 듯, 멜라닌 색소 변화 일으켜
망토고함원숭이는 일반적으로 검은 털이지만(왼쪽) 최근 노란 반점을 지닌 개체가 늘어나고 있다. 척추동물에서 짧은 기간 동안 형질이 급속히 변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진 왼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른쪽 이스마엘 갈반 제공.
망토고함원숭이는 일반적으로 검은 털이지만(왼쪽) 최근 노란 반점을 지닌 개체가 늘어나고 있다. 척추동물에서 짧은 기간 동안 형질이 급속히 변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진 왼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른쪽 이스마엘 갈반 제공.
오징어나 낙지는 주변 환경에 따라 순식간에 피부 무늬와 색깔을 바꾼다. 카멜레온도 마찬가지로 환경에 녹아드는 변신술을 구사한다. 그러나 포유동물 가운데 이런 능력이 있는 동물은 없다. 적어도 코스타리카 고함원숭이 이전에는 그렇다.

이스마엘 갈반 스페인 국립연구소(CSIC) 생물학자 등 스페인과 코스타리카 연구진은 코스타리카에 서식하는 망토고함원숭이가 낙지나 카멜레온처럼 실시간은 아니라도 지난 5년 사이 털 색깔이 점차 노란색으로 바뀌고 있다고 과학저널 ‘포유류 생물학’ 최근호에 보고했다.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 털의 표현형이 바뀌는 것은 포유류 나아가 척추동물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연구자들은 2001년부터 코스타리카에서 영장류를 대상으로 집단유전학 현장연구를 해 왔다. 이들이 49곳에서 포획한 망토고함원숭이 205마리의 털은 이 종의 일반적인 특징인 새까만 색이었다.

망토고함원숭이는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많이 보이고 크게 들리는 원숭이다. 많은 양의 나뭇잎을 먹고 낮잠을 오래 잔다. 아르투로 드 프리아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망토고함원숭이는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많이 보이고 크게 들리는 원숭이다. 많은 양의 나뭇잎을 먹고 낮잠을 오래 잔다. 아르투로 드 프리아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런데 2013년부터 팔다리와 꼬리에 선명한 노란 반점이 있는 원숭이가 관찰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12마리에서 나타난 특별한 털색깔은 점차 퍼져 나갔다. 연구자들은 “현재 코스타리카 북태평양 해안에 서식하는 망토고함원숭이 무리 거의 모두에서 적어도 한 마리는 노란색 털이 나 있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노란 털의 부위도 점차 커져 적어도 2마리는 온몸이 노란 털로 뒤덮여 애초의 검은 털을 자취를 감췄다.

연구자들은 중·남미에 널리 분포하는 이 원숭이의 야생과 사육 개체 가운데 이런 현상이 나타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무슨 이유로 이 원숭이의 털 색깔 형질이 급격하게 바뀌는 걸까.

일반적으로 포유류의 털과 피부 색깔을 결정하는 건 멜라닌 색소이다. 멜라닌 가운데 유멜라닌이 침착되면 검정, 회색, 짙은 갈색이 나타나고 피오멜라닌이 있으면 노랑, 빨강, 오렌지빛이 난다.

연구자들은 이 원숭이 몸속의 피오멜라닌을 합성하는 멜라닌 세포가 어떤 이유로 갑자기 많이 늘어나면서 노란색 털이 발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 이유로 연구자들은 농약 오염을 지목했다.

다리와 꼬리에 노란 반점이 나타난 망토고함원숭이. 이런 형질 변화가 가속되고 있다. 이스마엘 갈반 제공.
다리와 꼬리에 노란 반점이 나타난 망토고함원숭이. 이런 형질 변화가 가속되고 있다. 이스마엘 갈반 제공.
코스타리카에는 파인애플, 바나나, 아프리카기름야자를 집약적으로 재배하는 농장이 숲 속에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털이 노랗게 바뀌는 원숭이는 이들 농장 주변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숭이는 나뭇잎을 먹고 사는데, 농장에 뿌린 농약의 황 성분을 함께 섭취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농약의 주요 성분이 황인데, 외부의 황에 노출되면 생물체에 메르카토르기가 형성되고 그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멜라닌 생성 경로를 바꿔 유멜라닌이 아닌 피오멜라닌을 생성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원숭이의 털 색깔 변화가 과연 농약의 황 때문인지는 추가 연구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이든 색깔 변화는 원숭이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글에서 노란색은 눈에 확 띄는 색깔이어서 재규어 등 포식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 지역에 원숭이의 천적으로 고양이과 동물 6종과 수리과 1종이 서식한다고 밝혔다.

망토고함원숭이 수컷. 팀 로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망토고함원숭이 수컷. 팀 로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망토고함원숭이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북쪽 끝 지역에서 가장 널리 듣고 볼 수 있는 원숭이로, 다량의 나뭇잎을 먹으며 수컷은 9.8㎏에 이른다. 먹은 나뭇잎을 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 위에서 자고 휴식하는 데 보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alv´an I, Jorge A, S´anchez-Murillo F, Guti´errez-Espeleta G, Arecent shift in the pigmentation phenotype of a wild Neotropical primate, Mammalian Biology (2018), https://doi.org/10.1016/j.mambio.2018.10.00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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