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회원 탈퇴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케어어 게시판.
“몇 년간 후원해 왔는데 너무 화가 난다. 그러면서도 지금 내가 후원을 끊으면 그 수많은 생명들이 위험에 처하진 않을까 싶어 지금 당장 끊을 수도 없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구조한 동물 중 상당수를 직원들 몰래 안락사시켰다는 보도 이후 후원자들의 ‘정기후원 해지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케어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는 후원 해지 요청 글과 더불어 박 대표의 사퇴, 후원금 회계내역 투명 공개 등의 요청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년간 정기후원을 해왔다는 한 후원자는 “내가 직접 구조 못 하니까 조금이나마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학생 때부터 용돈을 받아 후원했다”고 밝히며 “박소연 대표가 구제역 때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고 9년째 채식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나는 누굴 믿고 보고 따른 것인가. 진짜 뒤통수도 이런 뒤통수가 없다”고 분노를 표했다.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직원연대) 김태환 활동가는 14일 <애니멀피플>과의 통화에서 “회원 사퇴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정확히 보고받은 바는 없어 수치 파악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메일로 많은 문의가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 ‘케어’의 정기 후원자는 약 6,000여명 규모라고 전했다.
김 활동가는 “지난 주말 후원자들에게 케어 사태에 대한 안내와 사과를 담은 문자와 뉴스레터를 발송했다. 실망하신 마음은 이해하지만, 케어는 여전히 수백 마리의 동물을 돌보고 있다. 당장 재정적인 지원이 끊긴다면 당장 추워지는 날씨에 동물들의 보금자리와 사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힘들고, 실망하신 마음이 깊으시더라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테니 부디 후원자로 남아있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표의 안락사 지시 사실을 몰랐다고 밝힌 직원연대 쪽은 케어 정상화를 위해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케어는 박 대표의 사조직이 아니다. 케어는 전액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이며 대한민국 동물권 운동의 중요한 성과”라며 케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
회원 탈퇴 요청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후원자로 남겠다’는 글도 눈에 띈다. 한 후원자는 직원연대 페이스북을 통해 “큰돈은 아니지만 매달 정기후원하는 사람으로 이번 기사 보고 당장 후원 끊어야지 했는데, 그러면 또 남아있는 아이들은 어쩌나 싶어서 맘이 편치 않다. 박 대표가 사퇴하고 온전히 투명하게 운영된다면 한 번 더 믿어보고 싶다”고 썼다.
케어 홈페이지의 또 다른 후원자도 “후원 회원 한 지 벌써 10여년 된 사람으로서 정말 화가 나지만 남아있는 아이들을 위해 계속 후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1일 이 단체 동물관리국 간부가 박 대표의 지시로 보호 중이던 동물들을 비밀리에 무더기로 안락사시켰다는 내용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2015년 1월 이후 지난 4년간 박 대표의 지시로 안락사 된 개는 최소 230마리 이상이라고 밝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