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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유치원·어린이집 찾아가는 동물원…‘생태학습’이라고요?

등록 2019-01-14 17:54수정 2019-01-15 11:12

[애니멀피플]
어웨어 ‘이동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관리 사각지대 놓여 있는 ‘출장’ 동물원
인수공통전염병·물리적 위험 노출 가능성
“공중보건상으로도 시한폭탄 같은 존재”
한 이동동물원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미니돼지를 만지고 있다. 이동동물원에서 전시되는 동물은 사람들과의 접촉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케어 제공
한 이동동물원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미니돼지를 만지고 있다. 이동동물원에서 전시되는 동물은 사람들과의 접촉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케어 제공
“사막여우, 페릿, 볼파이톤 등 10종 1시간 30만원, 일본원숭이, 스컹크, 비단뱀 등 25종 1시간 70만원….” 동물을 ‘이동’시켜 고객이 원하는 공간, 원하는 시간에 작은 동물원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다. 지난해 11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한 이동동물원 업체로부터 받은 견적서 내용 중 일부다. 주말에는 20만원이 추가로 들고, 동물 개체 수가 늘 때마다 비용도 올라간다. 토끼, 햄스터 등 소동물 뿐만 아니라 사자, 반달가슴곰, 시베리아늑대 등 맹수류도 ‘부르면 온다.’ ‘맹수를 가까이’라는 제목으로 200만원의 비용이 책정돼 있다.

14일 오후, 어웨어는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이동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어웨어는 지난해 8월~12월, 야생동물을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켜 전시하는 이동동물원 34곳을 조사했다. 34개소 가운데 확인이 불가능했던 2곳 빼고는 국제 야생동식물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조약(CITES)에 따른 멸종위기종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동동물원은 야생동물을 교육시설, 상업시설, 일반 주거시설 등으로 옮겨와 전시하는 업체다. 주요 방문 장소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 마트 문화센터 등이다. ‘생태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전시가 이뤄진다. 일반 주거시설도 방문한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애니멀피플’이 서울 소재 한 이동동물원 업체에 유아 생일파티를 목적으로 문의한 결과 70만원 대에 가정 방문이 가능하다는 응답을 받았다.

이동동물원은 생명을 가진 동물을 도구 삼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문제를 넘어 △열악한 사육 환경 △잦은 이송과 군중 노출로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의 복지 문제 △인수공통전염병 전파 가능성 등을 품고 있다.

머리에 심한 탈모 증상을 보이는 코아티. 어웨어는 전시동물 가운데 많은 수가 모질이 좋지 않거나 피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보고했다. 어웨어 제공
머리에 심한 탈모 증상을 보이는 코아티. 어웨어는 전시동물 가운데 많은 수가 모질이 좋지 않거나 피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보고했다. 어웨어 제공
이동 전 사육장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활동성을 무시 당한 채 철창에 갇혀 있었고, 정형행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웨어 제공
이동 전 사육장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활동성을 무시 당한 채 철창에 갇혀 있었고, 정형행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웨어 제공
어웨어 조사에 따르면 동물들은 은폐된 곳에서 좁은 철창에 갇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일부 업체의 사육 상태를 파악한 결과 “개방된 전시시설이 아니어서 관람객이 없다보니 오히려 더 관리가 안됐다”고 말했다. 조사한 업체 가운데 두 곳은 주소지가 일반 가정집으로 나와 사육시설을 확인하기 어려웠으며, 네 곳은 주소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파악된 현장에 있는 대부분 동물은 최소한의 사육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웨어는 대형 동물의 경우, 쇠창살이 있는 시멘트 바닥의 야외에서, 중소형 동물은 활동성을 무시당한 채 새장, 햄스터장 등에 갇혀 있었다고 보고했다. 안전관리도 미흡했다. 한 이동동물원의 경우 사자, 원숭이 등이 외부에 있는 철창에 방치돼 있어 관리자 없이 외부인이 마음대로 접근 가능하기도 했다고 한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은 차량으로 장시간 이송돼 사람들에게 노출된다. 어웨어는 비용만 추가하면 편도 70km 이상의 거리도 이동이 가능하다고 답한 업체도 있었다고 밝혔다. 동물들은 층층이 쌓인 이동장에 실려 옮겨졌다. 끊임없이 낯선 환경과 익숙하지 않은 차량 이동에 노출되는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부실해진 건강 상태는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된다.

그렇게, 지치고 병들고 스트레스로 인해 공격성을 품은 동물들이 아이들에게 전시된다. 동물을 대상화하고 부적절한 방법으로 접촉하는 경험은 반생명적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할 여지가 크다. 교육적인 면을 넘어 신체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웨어 측은 “실제 이동동물원 수업에 세 차례 참석했는데, 세 번 모두 동물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분변을 배설했다”고 밝혔다. 어웨어는 동물에 묻은 타액, 오줌, 분변 등에 쉽게 노출되는 이 같은 현장에 대해 “공중보건상으로도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며 위험성을 지적했다. 조사 결과 체험 도중 어린 관람객들은 동물을 만진 손을 입과 코로 가져가거나 얼굴을 만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낸 황주선 수의사는 “이동동물원 주요 이용 대상인 어린이들은 성인에 비해 신체적인 면역력이 낮고 위생 관념이 낮”기 때문에 인수공통전염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동동물원 전시 동물 가운데 스컹크 등은 광견병 숙주이며, 양서류와 파충류 등은 살모넬라균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뱀 등 파충류는 살모넬라균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생소한 환경과 과도한 노출로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약해진 동물들은 병원체를 배출할 여지가 크다. 어웨어 제공
뱀 등 파충류는 살모넬라균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생소한 환경과 과도한 노출로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약해진 동물들은 병원체를 배출할 여지가 크다. 어웨어 제공
해외의 경우 동물원을 다른 시설로 이동할 경우 관할 당국에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경우 동물이 차량 등에 실려 운송될 경우, 부상이나 배설물에 의한 감염에 취약해진다고 주의를 요했다. 이동 후 동물의 상태도 수의사 등 전문가에 의해 점검을 받아야 한다. 영국의 경우 동물을 위한 방사장 시설을 구비해야 하고, 지방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운영이 가능해서 사실상 이동동물원의 운영이 불가능하도록 규제를 뒀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반출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동물원 운영 또한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어웨어 측은 이번 조사 결과 “동물을 사육하는 적정한 시설조차 없이 동물을 여러 장소로 옮겨 다니며 전시하는 업체를 동물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동물 복지, 사회 안전, 공중 보건 등의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며 “현행 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운영 및 사육 환경, 관리에 있어 준수할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이동동물원 같은 유사동물원의 운영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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