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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기고] 지금 ‘안락사 논쟁’을 할 때인가

등록 2019-01-23 12:43수정 2019-01-23 14:02

[애니멀피플] 기고/명보영 수의사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논란이 된 안락사 폭로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논란이 된 안락사 폭로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구조한 동물 수백마리를 몰래 안락사시킨 사실이 드러나며 각종 논란들이 점화되고 있습니다. ‘애피’는 이번 케어 사태가 박 대표 개인의 법적, 도덕적 해이 논란에서 더 나아가 우리사회가 직면한 유기견, 개농장 등 동물권 문제에 대한 사회적·철학적 고민을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동물들과 가까이에서 일하고 고민하는 분들의 다양한 의견이 담긴 글들을 싣습니다.

바로가기▶ 기고/죽일 거면서 왜 구조하는가

최근 케어 박소연 대표 사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예전 의혹부터 관련된 사실들이 계속 밝혀지면서 그동안 언론에 동물들의 수호천사로 보였던 그의 가식적인 민낯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동물 보호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터질 게 터졌구나 하는 반응이 우선일 것이다. 끊임없이 여러 의혹이 제기되었고 10년이 지난 지금, 예전의 일들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경찰·검찰 수사가 곧 진행될 예정이고, 언론을 통해 새로운 의혹과 사실들이 알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0일 박소연 대표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동안 안락사와 관련되어 사실을 숨긴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안락사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다르게 철저한 기준 하에 인도적으로 실시했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개 식용 농장, 번식장,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들의 실상을 언급하며 사회적으로 안락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와 더불어 박소연 대표를 옹호하며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박소연 대표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참고로 입장문을 낸 사람들은 집회, 회의 등에 항상 그와 같이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이다.(▷입장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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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부 지침 무시하고 ‘안락사 논의’라니

이 시점에 입장문을 낸 것부터 관련 내용까지 박소연 대표를 옹호하고자 하는 의혹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국내에 안락사 관련 지침이 없고 국외 안락사 관련 지침이 우리나라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무분별한 안락사를 한 게 아니며 안락사가 정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필자가 참여한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이 2016년에 제정되었다. 시 위탁 유기동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동물보호센터 운영과 관련된 사항뿐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 단체 등에서 적용하고 있는 안락사 지침이 기재되어 있다. 국외 단체,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안락사 지침에는 인도적인 처리 대상 동물을 선정하는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1순위는 홍역, 파보 장염 등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질환에 걸리거나 상해로 인해 건강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개체, 2순위는 치료 비용, 치료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보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개체, 3순위는 건강 상태가 쇠약하거나 심장질환, 백내장, 호르몬 질환 등이 있어 분양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개체, 4순위는 사람, 동물을 공격하거나 교정이 어려운 개체, 5순위는 센터 수용 능력, 분양 가능성을 고려하여 보호,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는 개체 등이다.

그리고 안락사 원칙에는 다른 동물이 볼 수 없는 별도의 장소에서 수의사에 의해 실시하며 동물의 고통, 공포를 최소화하고 시술자, 입회자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안락사와 관련한 약제는 책임자가 사용 기록 등을 작성, 보관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안락사 절차도 기재되어 있다. 수의사에 의해 안락사 대상 동물의 건강 상태 및 개체 정보 등이 확인되어야 하며 수의사 1명의 입회 하에 실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안락사 방법 등도 기재되어 있다.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면서 그리고 동물권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이를 모르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알면서 이를 지키지 않고 특히, 시민단체의 수장이 회원들에게 숨기고 일을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예전 시 위탁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면서 본인이 직접 안락사를 실시했으며 그 대상으로 외부 위탁견이 포함된 적이 있고, 수의과대학 실습견으로 제공된 적도 있었다. 그 논란으로 유기동물의 실습이 금지되는 법 조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안락사 대상 동물로 만삭인 암컷 개들을 우선 순위에 두었고, 개선충에 감염된 동물들도 안락사 우선 대상으로 삼기도 하였다. 참고로 개선충은 병변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생명에 영향이 있지 않고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게다가 1살령의 어린 동물들이 안락사 대상에 있기도 하였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구조견 보호소 모습. 보호소를 관리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구조된 개들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포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구조견 보호소 모습. 보호소를 관리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구조된 개들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포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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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이 좋은지 저승이 좋은지 우리는 모를 일

또 하나 중요한 사항은 수의사의 진료 없이 본인이 임의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안락사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의 ‘안락사 관련 지침’ 논의를 한다는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의 박창길 대표는 사설보호소나 단체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이 없지 않냐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을 충분히 참조할 수 있고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사설 동물보호소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가이드라인이 나온다면 이를 참조할 수 있다.

또한,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페타)이나 영국왕립동물보호협회(RSPCA) 등 국외 유명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많은 동물의 안락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면서 안락사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국외에서도 이제 대한 문제 제기가 있고 안락사에 대한 비난이 많은 상황이지만, 그 단체들은 그래도 각 단체 운영지침을 기준으로 수의사들에 의해 평가받고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의 현실에 대한 언급도 입장문에 들어가 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이라면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와 케어 동물보호소를 비교했을 때 과연 어떤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필자는 전국 그리고 국외의 동물보호소를 많이 방문했지만, 케어의 동물보호소 운영이 지자체 동물보호소 운영과 비교했을 때 어떤 것이 더 나은 지 얘기하기 힘들 것 같다.

상주 수의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질병 관리, 개체 관리, 안락사 등과 관련해서도 나아 보이는 부분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케어는 보호소 운영에 필요한 자원봉사자 출입을 막고, 보호소 관리를 외국인 노동자 2~3명에게만 맡기는 폐쇄적인 동물보호소 운영을 해왔다. 다른 동물보호소 운영에 대해 지적을 많이 했던 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라고 언급하기에는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입장문에는 개 식용 농장 개들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오히려 안락사를 시켜주는 것이 더 나은 일이라고 하였다.

이승이 좋은지 저승이 좋은지 아직 우리가 거기까지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국외에서 사육 곰 문제를 안락사로 해결한 상황이 있지만 우리나라 개 식용 문제 해결에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개 식용 농장 개들을 안락사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태의 논점을 흐리는 일이다. 지금 사태와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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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논쟁 제안’은 변명

필자는 시 위탁 동물보호소에서 수년간 근무하며 실제로 많은 동물을 살리기도 했지만, 많은 동물들에 안락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대만 수의사가 동물 안락사를 비관하며 자살하는 사건을 보고 개인적으로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실제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수의사 입장에서 해줘야 할 일이기에 극복하고 일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소연 사태 안락사 문제의 본질은 일반인이 임의로 어떤 기준도 없이 안락사할 개체를 결정하고,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하며 후원을 받으면서 뒤에서는 모르게 안락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현재 박소연 대표의 안락사 논쟁은 사과가 아닌 변명이고 궤변이며 안락사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행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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