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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문어 양식 붐, 동물 복지와 환경 문제 우려 커

등록 2019-01-30 18:40수정 2019-01-30 18:47

[애니멀피플]
성장 빠르고 가격 비싸지만 단조롭고 지루한 사육환경 안 맞아
우리나라 등에서 양식 연구가 한창인 참문어.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며 돌문어라고도 불린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우리나라 등에서 양식 연구가 한창인 참문어.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며 돌문어라고도 불린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광어나 연어처럼 문어도 양식하려는 움직임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문어는 하루에 몸무게의 5%가 느는 등 성장이 빠르다. 1∼2년 안에 수십만 개의 알을 낳고 짧은 삶을 마쳐, 성숙할 때까지 오래 기를 필요도 없다. 게다가 사료의 30∼60%가 몸무게 증가로 연결되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데다 미식 시장의 확대로 가격도 비싸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2014년 동해안에 서식하는 대문어의 유생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임신한 어미를 포획해 사육장에서 산란하게 한 뒤 알에서 깨어난 유생을 일정 기간 길렀다.

최근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소는 이렇게 기른 어린 대문어를 방류하기도 했다. 남해안에 서식하는 참문어도 제주에서 인공 종자 방류 사업을 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문어를 알에서 성체까지 기른 곳은 없다.

부화 직전 대문어 수정란의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부화 직전 대문어 수정란의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스페인으로, 참문어를 육상과 바다에서 시험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일본도 닛스이 등 민간기업이 인공부화에 성공해 2020년 양산할 계획을 밝혔고, 중국은 문어 8종의 양식을 실험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을 활용하는 연구도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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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잡아먹는 외톨이 포식자

문어의 대량생산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려움도 있다. 무엇보다 문어의 생물학적 특징이 양식에 잘 맞지 않는다. 문어는 무리 지어 사는 초식동물이 아니라 자기 영역을 지키며 외톨이 생활을 하는 포식자다. 밀집해 기르면 서로 잡아먹는 공격성을 보이고, 살아있는 먹이를 먹어 사료 확보가 어렵다.

그 결과 유생이 새끼 문어로 자랄 때 생존율이 극히 낮다. 김태호 전남대 교수(해양생산관리학)팀이 해상 가두리에서 실험한 결과 한 달 동안의 생존율은 튜브형 가두리에서 8%, 은신처를 설치해 운동성과 사회성을 고려한 집단형 가두리에서 20%에 불과했다.

알에서 깨어난 대문어 유생. 높은 사망률과 먹이 확보가 양식의 주요한 기술적 난제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알에서 깨어난 대문어 유생. 높은 사망률과 먹이 확보가 양식의 주요한 기술적 난제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그러나 양식의 기술적 한계는 문어 양식이 지닌 문제의 한 부분일 뿐이다.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문어 양식이 “지속가능성과 동물 복지에 타격을 주는 ‘큰 실수’가 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제니커 자케 미국 뉴욕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과학과 기술 이슈’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문어는 윤리적·생태적 이유로 사육과 대량생산에 특히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문어의 문제풀이 능력, 주변 환경에 따라 피부색과 무늬 바꾸기, 포식자 상어 회피하기, 사람 알아보기, 장난 즐기기, 물고기와 협동적 사냥 하기, 5달까지 이어지는 기억력 등 복잡한 행동을 한다며, 이는 정교한 신경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동물을 과연 먹을 필요가 있나”라는 질문이 나오겠지만, 세계적 양식 움직임은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문어를 집약적으로 양식할 때 높은 사망률, 공격성 증가, 기생충 감염 증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문어란 동물이 애초 단조로운 사육환경에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 문어는 인지적 자극과 탐색 기회를 원한다. 그러나 집단사육 환경은 문어를 지루함과 좌절감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고 심각한 동물 복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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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일본, 한국 꼭 양식해야 하나

동해안에서 포획한 대문어. 참문어보다 훨씬 크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동해안에서 포획한 대문어. 참문어보다 훨씬 크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문어가 육식성이란 점은 새로운 환경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연어, 송어, 새우 양식처럼 문어의 먹이로 쓸 물고기와 무척추동물을 다량 잡아야 해 남획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설물과 사료 찌꺼기로 인한 수질 오염, 항생제 남용, 자연 서식지 파괴 등 부작용도 고스란히 되풀이될 것이다.

연구자들은 특히 “문어 주요 소비국인 일본, 한국, 지중해 국가 등이 식량문제를 겪지 않는 부유한 나라”라며 “이런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양식을 꼭 할 필요가 있나”라고 물었다.

문어는 세계에 약 300종이 살며 그 가운데 100종 이상을 잡는다. 연간 잡는 양은 35만t에 이르는데, 중국이 전체의 3분의 1을 잡아낸다. 주요 수입국은 일본, 한국, 지중해 북부(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이며 미국과 호주의 수입도 늘고 있다. 최근 시장 확대와 남획·자원 고갈로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acquet, Jennifer, Becca Franks, Peter Godfrey-Smith, and Walter S?nchez-Su?rez. “The Case Against Octopus Farming.” Issues in Science and Technology 35, no. 2 (Winter 2019): 37?44. https://issues.org/the-case-against-octopus-farming/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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