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소(왼쪽), 미성 자매가 반달가슴곰을 주제로 제작한 티셔츠를 입고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미크스튜디오 제공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위해 물건을 만드는 자매가 있다. 디자인 브랜드 ‘미크스튜디오’는 이미소(27), 이미성(23)씨가 함께 꾸려가는 6개월차 신생 회사다. 멸종 위기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가방, 옷, 뱃지, 스티커, 파우치 등을 제작하는 이 회사의 모토는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기’다.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청년 창업 플랫폼인 언더스탠드에비뉴에 있는 미크스튜디오를 찾아 두 사람을 만났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모토가 흥미로워요.
이미소(미소): 대학 졸업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하게 사는걸까’라는 고민을 계속했어요. 고민의 결과는 나 혼자 100을 가지는 것보다는 남과 나눠 가지고 함께 잘 사는 게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런 일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가던 와중에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하는 멸종위기종 동물 사진전에 갔어요. 관람 내내 사진 속 동물과 눈이 마주쳤어요. 그때 들었던 생각이, 이 친구들이 사라지는 이유가 결국 사람 문인거잖아요. 인간 때문에 이들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고, 이러다가는 결국 인간도 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주목하게 된 동물들이 무엇인가요?
미소: 처음에는 뉴질랜드에 사는 노란눈펭귄이라는 동물을 주제로 물건을 만들었고요. 최근에 반달가슴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반달가슴곰은 한국에 사는 멸종위기종이기도 하죠.
미소: 네, 그런데도 반달가슴곰이 지금 저희 세대한테는 그렇게 대중적이지가 않더라고요. 반달가슴곰은 사육곰 문제도 얽혀 있는데, 웅담 채취용으로 길러진 사육장의 곰들은 평생 죽을 날만 기다리며 철창에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문제가 저희 세대한테는 좀 멀게 느껴지나봐요. ‘웅담? 우리가 한 게 아니라 어른들이 잘못한 거잖아’ 이런 인식도 있는 것 같고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육곰의 현실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요. 저희가 하는 일이 단 한 마리라도 더 사육장 밖에서 사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반달가슴곰을 주제로 만든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이미성(미성): ‘똑딱이’라는 캐릭터예요. 반달가슴곰은 머리가 똑똑해요. 그리고 먹을 것으로 딱딱한 나무 열매를 좋아하고요. 그래서 똑딱이라고 지었어요. 머리에 좋아하는 도토리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 꿀을 좋아해서 벌에 쏘이면서도 벌꿀 통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해봤어요. 이 캐릭터를 활용해서 양말, 맨투맨 티셔츠도 제작했죠.
반려동물 문화가 확장하면서 동물권이나 복지 문제에도 사회적 관심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야생동물은 사람들이 거리감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반응은 어떤가요?
미소: 저희는 그런 야생동물 중에서도 멸종위기종, 멸종위기종 중에서도 판다 같이 대중적인 동물이 아닌 노란눈펭귄, 반달가슴곰 같은 동물을 주제로 해요.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는 동물보다 주목도가 낮았던 동물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싶어요.
미성: 지금은 처음이라 그런지 저희가 생각한 목표랑 너무 다르게 흘러가고 있긴 해요(웃음). 반달곰 캐릭터를 개발하면서는 2달 넘게 밤 10시 전에 퇴근한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만들었어요. 지금 크라우드 펀딩사이트 와디즈에 이 프로젝트가 올라 있는데, 솔직히 반응이 기대보다 뜨겁진 않아요. 사람들이 평소 자주 알던 동물에 대해서는 정서적 교감이 빠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동물에 대해서는 반응이 무관심에 가깝더라고요. 계속 타겟 고객에 맞춰서 사라져 가는 동물의 생태, 위기 상황 등을 많이 알릴 계획이에요.
미크스튜디오에서 만드는 제품들. 멸종위기종을 주제로 엽서, 메모지, 양말, 텀블러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들고 있다.
프로젝트를 알리고, 디자인 하고,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모든 일을 둘이서 하고 계신 거죠?
미소: 기자분들께 이 프로젝트를 알리려고 동물 뉴스를 썼던 기자 분들의 이 메일을 300개 정도 찾았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도자료를 써보기도 했고요. 옷을 만드는 공장을 찾는 것, 옷이나 제품을 만드는 데 쓸 천을 찾는 것, 그리고 이런 물건을 만들고 포장할 때, 최대한 환경을 오염하지 않게 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일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니까 맨 땅에 헤딩하듯 일을 하고 있어요.
집에서 같이 사는 동물도 있나요?
미성: 햄스터를 한 마리 기르고 있어요. 콩찌라고. 지금 1살반인데,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예전에도 햄스터를 기른 적이 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이해 없이 동물을 무작정 기른 것 같아요. 햄스터는 사회적인 동물이 아니라 각각에게 방을 하나씩 줘야 다른 개체를 공격하지 않고 잘 지내는데, 저희는 두 마리를 한 방에서 키웠어요. 다행히 큰 일이 나진 않았지만 동물의 습성을 전혀 공부하지 않고 키우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던 거죠. 이렇게 작은 동물이라도 정말 손이 많이 가거든요. 밥을 주고, 물을 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온도에 민감해 자칫 동면에 빠지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온도 조절도 잘 해줘야 해요.
미소: 저는 강아지와 고양이도 좋아하지만, 이들을 기르는 게 제 욕심인 것 같아서 못 키우겠어요. 지금 나이에는 책임지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럴 바에는 좋아도 키우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반달가슴곰 다음으로는 어떤 동물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미소: 수달이요. 노란눈펭귄, 반달가슴곰, 수달 세 마리를 ‘미크루’라고 해서 스토리텔링을 해보려고 해요. 좀 더 나아가서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쪽에도 관심이 있어요.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동물 교육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이 동물 캐릭터를 활용한 그림책을 제작해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저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