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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한쪽 눈으로도 더 멀리 갈 수 있어요”

등록 2019-03-04 09:55수정 2019-03-04 10:11

[애니멀피플] 신소윤이 만난 애니멀피플
반려견 간식 ‘바잇미’ 곽재은 대표
21일 곽재은 ‘바잇미’ 대표와 ‘실질적 일인자’ 두부가 한자리에 앉았다. 신소윤 기자
21일 곽재은 ‘바잇미’ 대표와 ‘실질적 일인자’ 두부가 한자리에 앉았다. 신소윤 기자
반려견 간식 브랜드 ‘바잇미’ 곽재은 대표는 2010년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로스앤젤레스의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지내던 두부(11)를 입양했다. 당시 두부는 한쪽 눈을 다친 채 보호소에 들어왔다. “치료가 어려워 안구 적출 수술을 했는데, 사람들은 눈 하나를 잃은 개를 입양하려 하지 않았어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예능 프로듀서를 꿈꿨던 곽 대표의 ‘다른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한쪽 눈이 없는 두부는 원근감이 떨어져서인지 간식을 먹으려 뛸 때도 늘 목표 지점을 넘어섰다. 멀리 뛰는 개 두부에 이끌려 곽 대표는 동물과 함께 사는 세계로 뛰어들었다. 바잇미는 소비자가 간식 두 개를 사면 한 개를 유기견 보호소에 지원한다. 2017년 출시했을 때부터 약속처럼 지켜온 일이다. “두부를 입양하며 버려진 개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됐고, 두부를 잘 먹이며 키우려다 수제 간식을 만들게 됐어요.” 9년 동안 한 마리 개의 삶을 들여다보던 곽 대표는 비슷한 상처를 가진 동물 전체로 시야를 넓혔다. 곽 대표와 두부를 지난 2월21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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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을 잃은 두부를 만나다

―2010년 당시, 보호소에서 두부가 유독 눈에 밟혔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무렵 개를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룸메이트에게 동의는 얻었지만, 돈이 없고 미래가 불안정한 학생이어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펫파인더’라는 미국 전역에서 발견된 유기견 정보를 올려둔 사이트를 들락거렸죠. 그러다 한쪽 눈을 잃은 채 발견돼 안구 적출 수술을 했다는 두부 사진을 봤어요. 보호소는 두부가 다른 개에게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은 거로 추정했어요. 한쪽 눈을 잃은 데다 주걱턱에 부정교합도 굉장히 심했어요. 그래서인지 몇 주가 지나도 아무도 안 데려가더라고요.”

얼굴에 낙엽을 붙인 채 산책 중인 두부. 곽재은 제공
얼굴에 낙엽을 붙인 채 산책 중인 두부. 곽재은 제공
“그때는 저도 철없이 ‘갈색 푸들 한 마리 데려오고 싶다’ 이렇게 얘기하며 보호소 사이트를 들여다보곤 했어요. 두부가 지내던 보호소는 일정 기간 입양 가지 못하면 안락사를 시행하는 곳이었어요. 며칠을 고민하다가 같이 사는 친구들이랑 그 보호소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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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를 반려하기까지…

―입양하기까지 수십장의 서류를 써서 제출할 정도로 조건이 까다로웠다면서요.

“보호소까지 차로 7시간 30분이 걸렸는데, 입양 전까지 보호소를 세 번 오갔어요. 사실 저는 두부를 입양할 조건이 안 됐어요. 입양 책임비 500달러를 내야 하는데 유학생에겐 적지 않은 돈이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아르바이트를 늘렸죠. 일식당 서빙, 액세서리 가게에서 일하고, 재미교포 아이들 한국어 가르치는 수업도 하고, 학교에서도 일하고…. 그리고 서류에는 두부가 함께 살게 될 가족은 누구인지, 반려인의 직업은 무엇인지, 가족 가운데 개를 가장 책임감 있게 돌볼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써야 했어요. 보호소에서 유학생에게는 특히 입양을 잘 보내주지 않아요. 집으로 확인도 하러 오는데 두부를 입양하고 잘 지내는 모습을 사진으로 열심히 보낸 덕분인지 담당자와 신뢰가 쌓여서 무사히 넘어갔어요.”

―처음 두부를 데려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많이 다른가요?

“두부는 요구사항이 없는 개였어요. 실외 배변 습관이 있는데 처음 입양했을 때는 어쩌다 배변 시간을 못 지켜줘도 한번을 나가자고 하지 않았어요. 배변 욕구가 없는 게 아니라 참는다는 걸 알았던 게, 급하게 새벽에 깨울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땐 100% 설사예요. 그건 너무 참기 힘드니까. 지금은 말만 못했지 화장실 가고 싶다, 밥 더 먹고 싶다는 요구사항을 표현하는데 저는 그런 두부가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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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간식을 고민한 게 계기

―반려견 수제 간식 사업을 시작한 것이 두부 먹거리가 계기라고 했는데, 두부에게 만들어준 첫 음식을 기억하나요?

“닭고기를 말려서 줬어요. 다른 반려인들도 그렇듯이 두부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질 좋은 재료로 만든 간식이 너무 비쌌어요. 그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인터넷을 뒤져 50달러짜리 식품 건조기를 사고 마트에서 닭을 사서 식초 탄 물에 담갔다가 말려서 줬어요.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이런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미국 출신 두부는 한국에 와서 가족이 늘었다. 왼쪽부터 ‘두부 아빠’ 임진석씨, 두부, 곽재은 대표. 곽재은 제공
미국 출신 두부는 한국에 와서 가족이 늘었다. 왼쪽부터 ‘두부 아빠’ 임진석씨, 두부, 곽재은 대표. 곽재은 제공
―두부와 함께 출근하는 ‘동료견’도 있나요?

“1살 반 몰티즈와 푸들 믹스인 ‘꾸루’라는 친구가 있어요. 디자이너가 키우는 개인데 호더로 의심되는 전 개 주인에게서 4개월 때 데려왔어요. 처음에는 두부가 꾸루를 너무 싫어했어요. 두부는 눈 상처의 기억 때문인지 개를 싫어해요. 산책하다 다른 개를 만나도 발길을 반대로 돌려버려요. 그런데 지금은 꾸루와 거짓말처럼 너무 잘 지내요. 아침에 만나면 인사하고 나란히 같이 간식 받아먹고, 같이 기대서 자고. 사실상 두부의 첫 개 친구인 거죠. 물론 아직도 두부가 먼저 다가가는 건 아니지만 속으로는 의지를 하는 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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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캠페인이 계속되면…

―‘2+1 캠페인’은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그건 일종의 약속이에요. 두부가 유기동물이었잖아요. 저는 이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내세운 게 사람들에게 유기동물 문제를 알리고, (동물을) 사지 말고 유기동물을 입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사업을 하기 전, 봉사를 나가던 유기동물 보호소들이 있었어요. 그 가운데 몇 곳을 추려서 지원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총 판매된 간식의 중량 가운데 절반 분량을 만들어 보호소에 보내요.”

―바잇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보면 동물복지를 강조하는 커뮤니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캠페인성 카드 뉴스나 영상이 많은 까닭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닿아 있는 거겠죠?

“유기동물에 대해 사각지대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아요. 지금은 저희가 얘기하는 게 잘 안 들릴 수도 있겠지만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보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희는 일종의 니치 브랜드(소비자의 취향이나 지향점을 세분화해 공략한 브랜드)잖아요. 저는 브랜드라는 건 변신을 하더라도 꾸준한 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계속 지켜가야 하는 게 이런 가치라고 생각해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바잇미’ 행사에 나선 두부. 실질적 대표이므로 회사 행사라면 어디든 출동한다. 곽재은 제공
‘바잇미’ 행사에 나선 두부. 실질적 대표이므로 회사 행사라면 어디든 출동한다. 곽재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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