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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랜선 집사 지갑도 다 털렸다

등록 2019-03-19 15:37수정 2019-03-19 17:26

[애니멀피플] 고양이 축제 ‘궁디팡팡 캣페스타’ 직접 가보니
궁디팡팡 참가가 처음이라는 김남주씨의 캐리어 내부.
궁디팡팡 참가가 처음이라는 김남주씨의 캐리어 내부.
길고양이에게 줄 츄르(스틱형 고양이 간식), 식빵 자세·꾹꾹이 하는 고양이가 그려진 마스킹 테이프, 지인에게 선물할 캣닙가루, 낚싯대 장난감. ‘랜선 집사’의 두 손이 점점 무거워졌다. 지갑에서 3만원이 사라진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고양이의 얼굴이 크게 그려진 에코백과 고양이 옷 입히기 종이 인형과 안고 있으면 저절로 힐링이 될 것 같은 고양이 봉제 인형은 포기했기에 망정이지 갖고 싶은대로 ‘지르다’ 보면 돈 십만원은 게눈 감추듯 사라졌을 것이다. ‘냥이 굿즈’만 이 정도였으니, 본격 집사들의 지갑이 너덜너덜 해 지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지난 15일 제10회 ‘궁디팡팡 캣페스타’(이하 궁디팡팡)가 열린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는 평일 오전에도 불구하고 인파로 북적였다. ‘고양이와 집사를 위한 축제’라는 행사 구호처럼 행사장 앞은 활기찬 어수선함으로 가득했다.

티켓 부스 앞은 공항을 방불케 했다. 생각보다 많은 참가자가 여행용 캐리어를 가지고 온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새삼 ‘냥집사’들의 애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행사 요원 4~5명이 행사장 곳곳에 배치돼 ‘방문자 설문’부터 행사장 안내까지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유동인구에 비해 혼잡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업체 부스를 2층부터 관람하게 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궁디팡팡 캣페스타’가 열리는 양재aT센터 로비에는 조공품을 담아갈 캐리어를 동반한 집사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궁디팡팡 캣페스타’가 열리는 양재aT센터 로비에는 조공품을 담아갈 캐리어를 동반한 집사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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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아이템’을 사수하라

안내도를 받아들고 2층으로 향했다. 행사장 진입로에 들어서자 귀여운 원피스를 입은 거대 고양이가 제일 먼저 방문객을 맞았다. 궁디팡팡 포스터와 행사장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 등장하는 ‘고양이삼촌’ 캐릭터 인형으로 포토존을 마련해놓은 것. 포토존 바로 옆으로는 ‘해피 컷핑 프로젝트’가 마련돼 있었다. 참가자들이 입장권과 함께 받은 고양이 얼굴 모양 티켓의 귀를 잘라 기부함에 넣으면 일정 금액이 길고양이 TNR(포획·중성화·방사)사업에 기부되는 프로젝트다.

고양이 간식업체 ‘마도로스펫’과 궁디팡팡캣페스타가 함께 진행한 ‘해피 컷팅 프로젝트’. 입장권과 함께 받은 고양이 얼굴 티켓의 귀 부분을 잘라 기부함에 넣으면 200원이 길고양이 TNR사업에 기부된다.
고양이 간식업체 ‘마도로스펫’과 궁디팡팡캣페스타가 함께 진행한 ‘해피 컷팅 프로젝트’. 입장권과 함께 받은 고양이 얼굴 티켓의 귀 부분을 잘라 기부함에 넣으면 200원이 길고양이 TNR사업에 기부된다.
2층 행사장에 들어서자 천장에 걸린 ‘질러라! 지르는 자가 복되도다’라고 쓴 거대한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을 잡아끌었다. 자연스레 인파를 따라 인기 매장으로 향했다. 집사들의 발길을 따라 당도한 곳은 펫페어계에선 ‘전설의 아이템’이라 불리는 공작털 낚싯대 장난감 부스. 랜선 집사의 눈에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열혈 집사들은 서로 더 좋은 털을 고르려는 듯 장난감을 꼼꼼히 살펴봤다.

한 개 8천원 하는 물건을 세 개를 사면 7천원에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다. 여기에 전자결제로 금액을 계산하면 추가로 1천원을 더 할인해주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8천원짜리 장난감 세 개를 2만원에 구매하는 셈이다. 다량 구매 이벤트 때문인지 여러 개의 깃털 장난감을 쥔 집사들이 눈에 띄었다. 전시장 내에는 벌써 깃털 장난감을 구매해 ‘닌자’ 칼처럼 등 뒤에 걸어 멘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기호성 좋은 간식과 사료를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집사들.
기호성 좋은 간식과 사료를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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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내고 상경…긴 줄도 문제없다

과감한 할인에 집사들 지갑은 부지불식간에 열리고 있었다. 기호성이 좋다는 트릿 간식과 동결건조 사료를 함께 판매하고 있는 ‘펫앤미’ 부스에는 참가자들이 부스를 에워싸듯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경기도 하남에서 온 김민재(39)씨도 반려묘 홍차(1살)를 위해 대열에 합류했다. 궁디팡팡 참가가 두 번째라는 김씨는 이날 아침 8시에 도착해 박람회 오픈까지 1시간여를 줄을 서서 입장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온다. 또 제품 할인이나 행사를 많이 해서 저렴하게 구매하려고 다시 참가하게 됐다. 사료 사고 나서는 장난감을 사러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가 손에 쥔 이동형 장바구니에는 캔통조림과 간식 등이 가득 들어있었다.

회사에는 비밀로 하고 상경했다는 두 구미 집사의 조공품. 풍이와 산이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 윤아무개씨는 대략 25만원 정도를 ‘질렀다’고 말했다.
회사에는 비밀로 하고 상경했다는 두 구미 집사의 조공품. 풍이와 산이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 윤아무개씨는 대략 25만원 정도를 ‘질렀다’고 말했다.
연차를 내고 경북 구미에서 올라온 집사들도 있다. 직장에는 비밀이라며 실명 보도를 거절한 윤아무개(30대 중반)씨는 풍이와 산이 두 고양이의 집사다. 궁디팡팡은 처음이지만 다른 펫페어는 다섯 번이나 참여했다는 윤씨는 이날도 참가 전에 구매 목록을 정하고 왔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 25만원 정도 쓴 것 같다. 고양이 영양제와 간식 그릇 등을 구매했다. 더 둘러볼 예정”이라며 흔쾌히 구매한 물품들을(사진) 공개했다. 이날 윤씨와 함께한 친구 김아무개씨(30대 중반)도 반려묘 똘이(1살)를 위해 구매한 장바구니로 두 손이 무거워 보였다.

지난 15일 오전 애피가 제10회 궁디팡팡 캣페스타가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 찾았다. 천장의 ‘질러라! 지르는 자가 복되도다’라고 쓴 대형 현수막 아래 많은 집사들이 고양이를 위한 용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애피가 제10회 궁디팡팡 캣페스타가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 찾았다. 천장의 ‘질러라! 지르는 자가 복되도다’라고 쓴 대형 현수막 아래 많은 집사들이 고양이를 위한 용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행사장 구석에서 캐리어를 펼치고 구매한 물품을 정리하던 이남주(30)씨는 궁디팡팡 참가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씨는 “반려묘 순둥이(1살)를 위해 ‘쇼핑 리스트’를 적어왔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결국 안 사게 되고, 실제로는 둘러보면서 많이 샀다”며 ‘지름신’ 강림을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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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덕후 마음 홀리는 ‘디테일’

참가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건 고양이 상품뿐만이 아니었다. 행사장 곳곳에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일러스트, 사진, 양모 인형 등을 전시한 특별전시회와 고양이 굿즈 만들기 체험, 고양이 관련 세미나 등이 열리고 있었다. 특히, 길고양이를 위한 입양상담소를 따로 마련한 점이 돋보였다. 이날 길고양이 보호단체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입양상담소 ‘집으로’ 부스를 마련해 사진전 ‘고양이 입양전’을 펼치며 길고양이 입양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 부스 벽면에는 보호 중인 고양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가 전시되어 있었다.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들의 평소 모습을 담은 엽서가 비치되어 있었는데, 2천원을 기부하면 엽서 7장을 구매할 수 있는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엽서를 고르며 자연스레 집사를 만나지 못한 고양이들을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이날 박람회에 입양상담소 ‘집으로’를 마련하고 보호소 고양이들의 입양 상담을 진행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이날 박람회에 입양상담소 ‘집으로’를 마련하고 보호소 고양이들의 입양 상담을 진행했다.
이날 입양상담을 진행한 권지혜 편집기획팀장은 “오늘 하루만 7~8분이 입양상담을 하고 가셨다. 현장에 와서 상담을 받은 분들도 있지만, SNS를 통해 미리 신청하고 오신 분도 있었다. 최근 입양이 결정된 아이가 세 마리이고, 현재 스무 마리의 고양이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 마련된 고양이 앨범을 보고, 입양 신청서를 작성하면 추후 1~2주간의 내부 회의를 거친 뒤 최종 입양이 결정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 외부에 마련된 ‘택배 서비스’도 눈에 띄었다. 캐리어나 이동형 장바구니를 이용할 정도로 구매량이 많은 집사를 위한 맞춤 서비스로, 집이 멀거나 이동이 불편한 참가자들을 위해 구매한 물품을 택배로 부치고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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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대스타 ‘히끄’ 선물도 득템

캣페스타 조수미 대표는 “집사의 마음을 고려한 디테일이 잘 맞아들어간 것 같다. 궁디팡팡의 캣페스타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 박람회가 없어 아쉽다고 생각해서 시작된 것이다. 저와 서정애 공동대표 모두 길고양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집사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파다 보니, 다른 집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맞아떨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시장 외부에 마련된 ‘택배 서비스’.
전시장 외부에 마련된 ‘택배 서비스’.
더불어 조 대표는 “고양이가 인기가 많으니까 새로 생겨나는 비슷한 행사들이 많다. 다른 행사장에서 고양이를 동반하는 곳도 생겨났는데, 궁디팡팡은 처음 시작부터 고양이를 동반하지 못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를 낯선 장소, 사람이 많은 곳에 데리고 오는 것은 스트레스, 질병의 문제 등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궁디팡팡 박람회는 사람의 편의가 아닌 고양이를 위한 행사임을 다시 한 번 양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난 2014년 11월 플리마켓 형태로 시작한 궁디팡팡 캣페스타는 한해 2회씩 행사를 개최하며 이제 국내 대표적인 고양이 용품 박람회로 자리를 잡았다. 캣페스타 쪽은 총 240여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박람회에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모두 2만6천여명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애피도 ‘히끄의 탐라 생활기’를 연재하고 있는 고양이 히끄를 위한 선물을 구매하기로 했다. 마침 히끄의 일상사진에서 자주 보였던 장난감과 비슷한 ‘낚싯대 장난감’이 눈에 들어왔다. 우연히 히끄의 이름을 듣게 된 판매자는 “히끄의 팬”이라며, 꼭 전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캣닙 쿠션을 함께 건넸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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