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탐지견으로 일하다 서울대학교 수의대 이병천 교수에게 불법 동물실험을 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비글 ‘메이’.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복제 사역견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천 서울대학교 수의대 교수의 관련 연구가 중단됐다.
서울대는 18일 “오는 19일부터 이 교수의 실험동물자원관리원장직을 직무 정지한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교수의 ‘스마트탐지견 개발 연구’도 중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15일 서울대 이병천 수의대 교수 연구팀이 공항 검역 탐지견으로 활동하던 비글들을 이용한 스마트탐지견 개발 연구 실험과정에서 동물 학대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동물보호법은 장애인 보조견 등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사역(使役)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메이, 페이, 천왕이 세 마리의 은퇴한 탐지견이 실험용으로 서울대 수의대에 이관돼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을 당했다. 제보 영상 속 비글의 몰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마트탐지견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국가를 위해 일하고 은퇴한 탐지견들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잔학하게 시행했다. 복제견이 일반견보다 사역에 뛰어나다는 객관적 근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데, 이 교수는 연구 목적으로 복제견을 공급받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검역탐지견으로 일하다 서울대학교 수의대 이병천 교수에게 불법 동물실험을 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비글 ‘메이’. 아래 왼쪽 ‘페브’, ‘천왕이’.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같은 날 농림축산식품부도 서울대 수의대의 실험동물 학대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실험계획 심의 실시 시기·방식, 서울대 자체 조사계획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지난 17일 요구했다”며 “동물실험 수행과 과정·내용에 대한 자료 수집·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병천 교수는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특수 목적견 복제 사업’을 진행하면서 식용견 농장의 개들을 몰래 들여와 실험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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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구조네트워크는 오는 21일 검찰에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이들이 실험 중인 사역견들을 구조해달라며 지난 16일 청와대 누리집에 올린 국민 청원에는 18일 현재 7만2천여 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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