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오른쪽)와 권유림 변호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서울대 이병천 수의대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진희 교육연구생
동물보호단체가 공항 검역탐지견으로 활동하던 복제견을 실험에 이용하면서 동물 학대 의혹이 제기된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를 고발했다.(관련기사
▶서울대, ‘동물 학대실험 의혹’ 이병천 교수 직무정지·연구중단)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22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역견 동물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천 교수와 복제 실험에 필요한 도사견을 공급한 개농장 업주 안아무개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교수는 비글 복제견 ‘메이’를 상대로 비윤리적인 실험을 강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이 교수 연구팀은 5년간 인천공항 검역 탐지견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메이’를 지난해 3월 데려가 ‘검역기술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 탐지견 개발’이라는 실험에 이용했다. 메이는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로 돌아왔으나 올해 2월27일 폐사했다.
지난 15일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서 ‘메이’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였으며, 생식기가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 채 제대로 걷지도 못해 동물학대가 강하게 의심됐다. 이 교수 연구팀이 실험에 이용한 복제견은 총 3마리로, 폐사한 ‘메이’ 외에 ‘페브’, ‘천왕이’ 등 두 마리는 여전히 이 교수 연구팀 소속으로 남아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은 지난 2일 이 교수 연구팀이 실험에 앞서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제출한 ‘동물실험계획서’와 ‘동물실험계획 심의평가서’ 정보 공개를 요청한 바 있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이병천 교수는 앞서 2017년에도 복제견 실험을 위해 식용견 농장에서 실험견을 들여와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관련기사
▶“서울대, 식용견 농장 개로 복제 실험…넉달 동안 100마리 오갔다”) 이 과정에서 이 교수는 농장 업주 안아무개씨에게 농장 내 개의 혈액을 임의로 채취해 보내줄 것을 지시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실험은 ‘동물의 윤리적 취급과 과학적 사용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자’만이 가능하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농장 업주 안아무개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동물보호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는 “비글견 메이 사태가 바로 우리나라 동물실험에 대한 현주소다. 국가 사역견을 동물실험에 쓰이는 사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아직 남아있는 두 마리의 실험견을 빠른 시일 내에 단체로 이관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김진희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