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탐지견으로 일하다 서울대학교 수의대 이병천 교수에게 불법 동물실험을 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비글 ‘메이’. 아래 왼쪽 ‘페브’, ‘천왕이’. 메이는 지난 2월 폐사했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청와대가 검역탐지견으로 활동하다 서울대 동물실험에 이용된 복제견들을 구조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가 ‘원론적’ 입장과 동물복제 기술 연구의 필요성을 항변하자, 동물단체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청와대는 6월3일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대표 유영재)가 올린 ‘서울대 수의대에서 실험중인 퇴역 탐지견을 구조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현재 살아있는 복제견 페브와 천왕이를 농림축산검역본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대학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답변자로 나선 박영범 청와대 농림해양수산비서관은 “지난 4월15일 관련 내용이 처음 보도된 지 사흘만에 서울대 수의대는 동물실험을 중단했으며, 페브와 천왕이는 대학 내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며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지난 5월 두 차례에 걸쳐 확인한 결과 두 마리의 건강은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박 비서관은 지난 2월 폐사한 것으로 알려진 메이에 대해서는 “서울대에서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메이의 사망은 영양실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다만 실제 물리적 학대나 질병 흔적은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보호단체가 연구책임자인 교수를 동물학대와 사역견에 대한 동물실험 등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라며 “현재 검찰이 수사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려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번 청원에 포함된 서울대 수의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스마트 탐지견 개발 사업’ 중단 요청과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비글구조네트워크 회원들이 세계 실험동물의 날인 4월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윤리적 복제 관련 연구와 사업을 원천 취소하고 서울대 이병천 교수를 즉시 파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청와대는 사역견에 대한 동물실험 관리체계 및 불법실험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동물복제 기술 자체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 비서관은 “동물복제 기술은 세계 각국이 단순 동물복제를 넘어서 산업화 경쟁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2002년 미국이 장기이식용 돼지를 개발한 이후에 우리나라 연구팀들이 2016년 면역저항성 없는 돼지, 알츠하이머 돼지 등을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는 4일 ‘사역견의 고통과 대리모견·난자공여견의 고통은 다른가?’라는 논평을 통해 전날 청와대의 답변을 비판했다. 카라는 “청와대의 답변은 메이를 비롯해 이병천의 비윤리적 복제실험으로 인해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는 실험견을 염려하는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며 “이병천 사태가 가진 심각한 동물학대와 도덕성이 실종된 복제연구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연구자 윤리가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국비 복제사업 독점적 수혜자의 끊임없는 일탈과 방치로 바라보아야 옳다”고 주장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4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역탐지견으로 일하던 복제견 메이, 페브, 천왕이가 서울대에서 동물실험에 이용됐고, 이 가운데 살이있는 페브, 천왕이 두 마리가 더이상 학대받지 않도록 구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관련기사: 이병천이 복제한 개 61마리는 어디 있을까) 해당 청원은 총 21만7249명의 동의를 얻어 이날 청와대가 답변을 한 것이다.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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