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가장 많았던 새, 여행비둘기의 멸종

등록 2019-09-04 10:14수정 2019-09-04 10:19

[애니멀피플]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
여행비둘기와 부르즈 할리파, 종이에 수채, 76x57cm, 2014
여행비둘기와 부르즈 할리파, 종이에 수채, 76x57cm, 2014
여행비둘기 절멸 1914년

부르즈 할리파 828m,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여행비둘기는 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을 왕복했던 철새로 나그네비둘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검은 반점이 있는 회색 날개에 머리는 청회색이고 목 부위는 다양한 색채를 띠었다. 장거리 이동에 적합하게 가슴 근육이 발달했고 꽁지가 길고 끝이 날카로운 것이 특징이었다.

여행비둘기는 지구 위에서 가장 많았던 새로 삼 일 밤낮 하늘을 까맣게 뒤덮으며 이동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다. 고기가 맛있고 깃털도 쓸모가 많아 식용 및 상업적 목적의 대규모 포획이 이루어졌다. 스포츠 사냥도 성행해서 한 명의 사냥꾼에 의해 3만여 마리가 희생되기도 했다.

1880년대 초에 수천만 마리가 한무리를 이루었던 여행비둘기는 1888년에는 겨우 175마리의 무리가 목격되었다. 개체 수가 급격히 줄면서 거대한 규모로 떼 지어 살던 생존 리듬이 깨졌고 사망률이 번식률을 앞지르면서 종 전체가 붕괴하였다. 막대한 개체 수 때문에 아무도 멸종을 우려하지 않았고 여행비둘기가 거의 사라진 1890년대 중반에야 보호법이 제정되었다.

여행비둘기, 종이에 연필, 2014
여행비둘기, 종이에 연필, 2014
한때 50억 마리까지 추산되었던 여행비둘기는 인간의 남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야생에서 발견된 마지막 여행비둘기는 1900년 3월24일, 오하이오주에서 총에 맞아 죽었고 1914년 9월1일, 신시내티 동물원에 있던 마지막 암컷 한 마리가 죽으면서 마침내 멸종했다.

마지막 여행비둘기의 이름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 부인의 이름을 딴 마사였고 나이는 29살이었다. 여행비둘기를 연구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던 학자들은 마지막 여행비둘기가 죽고 나서야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마사의 사체는 냉동되어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으로 보내졌다. 여행비둘기는 이제 박물관의 표본과 동물원의 기념 동상으로만 존재한다.

지난 2014년 9월1일은 여행비둘기가 멸종된 지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발에 표찰을 달고 뻣뻣하게 굳어 나란히 누워 있는 여행비둘기 표본들을 보면,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맡아 길렀던 랑랑이라는 이름의 노란색 모란앵무가 떠오른다. 대형마트 애완동물 가게에 전시되어 있던 랑랑이는 병이 들어서 머리 한쪽의 깃털이 쌀알 크기만큼 빠졌다. 판매 가치가 없어서 버려지게 된 것을 소동물 유통업에 종사하는 지인이 나에게 데려왔다.

랑랑이는 얼마 살지 못하고 죽었다. 생명이 떠나자 보송보송 부드러웠던 깃털과 몸이 금세 차가워졌다. 그 작고 애처로운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랑랑이는 날개를 가졌지만 하늘을 마음껏 날아본 적이 없었고 새장에서 태어나 새장에서 죽었다. 아주 작은 새들도 성격이 각자 다르고 즐거움, 공포, 외로움, 온갖 감정을 느낀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보다 연약하기에 더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리 지어 살았던 여행비둘기 마사는 홀로 동물원의 새장에서 지내다 죽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세상의 모든 동물이 인간이라는 거대하고 가혹한 새장에 갇혀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장노아 화가

Passenger Pigeon and Burj Khalifa

Passenger Pigeon Extinct in 1914

Burj Khalifa 828m, Dubai, United Arab Emirates

The passenger pigeon used to migrate between North America and Europe. Its name means “passing by”, and it was given such name due to its migratory nature. An extinct species of pigeon, the passenger pigeon was once the most numerous bird on earth. According to one record, the sky would darken for three days whenever the pigeon migrated in enormous flocks. Alas, the passenger pigeon’s meat was delicious and its feathers were used for many purposes, so it was hunted on a massive scale for food and commercial purposes. Back then, passenger pigeon hunting was a popular sport. One hunter was reported to have shot as many as 30,000 pigeons. The Pigeon Protection Law was enacted in the mid-1890s, when the species was already nearly extinct. The last passenger pigeon discovered in the wild was shot on March 24, 1900 in Ohio. This species finally disappeared completely when the last passenger pigeon, a female, died on September 1, 1914 at the Cincinnati Zoo.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푸바오가 ‘비정상적 상태’?…중국 판다기지 “종합검사 계획” 1.

푸바오가 ‘비정상적 상태’?…중국 판다기지 “종합검사 계획”

‘시민과학자’들의 연말 결산…이 힘든 걸 왜 하느냐고요? 2.

‘시민과학자’들의 연말 결산…이 힘든 걸 왜 하느냐고요?

추어탕 미꾸라지, 소금 비벼 죽이지 말라…세계적 윤리학자의 당부 [영상] 3.

추어탕 미꾸라지, 소금 비벼 죽이지 말라…세계적 윤리학자의 당부 [영상]

나의 스트레스가 반려견에게…‘정서적 감염’ 테스트, 결과는? 4.

나의 스트레스가 반려견에게…‘정서적 감염’ 테스트, 결과는?

푸바오 고향 ‘판다 공장’의 암흑…NYT “혈변 볼 때까지 인공번식” 5.

푸바오 고향 ‘판다 공장’의 암흑…NYT “혈변 볼 때까지 인공번식”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