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신소윤이 만난 애니멀피플
영화 <동물, 원> 왕민철 감독·김정호 수의사
영화 <동물, 원> 왕민철 감독·김정호 수의사
어린 시절 사육사들에게 키워져 동물원 직원들과 교감이 남다른 표범 ‘직지’. 시네마달 제공
영화 <동물, 원>의 왕민철 감독과 김정호 수의사.
동물원 반대론자였던 수의사 ―오랜 시간 꼼꼼하게 동물원을 들여다봤는데, 왜 여러 동물원 중에 청주동물원에 유독 주목했나요? 왕민철(왕): “햇수로 총 4년을 촬영했어요. 처음에는 청주미술관에서 하는 공연 기획 작품의 하나로 무성영화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만난 벨기에 출신 음악가가 청주동물원을 얘기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물원’이라고 하더라고요. 보니까 뭔가 제가 알던 동물원의 느낌이 아니었어요. 아주 작고 오밀조밀한 느낌도 있고, 산을 따라 조성된 것도 특이하고, 시설이 아주 오래되고. 김정호 수의사님과 첫 인터뷰에서 자기는 동물원 반대론자라고 했던 것도 인상적이었고요(웃음).”
청주동물원에서 관람객이 호랑이에게 먹이 주기 체험을 하고 있다. 시네마달 제공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사회의 수준” ―스웨덴의 한 작가는 동물원에 대해 “가장 잔인한 동물은 창살 뒤에 있는 게 아니라 창살 앞에 있다”고 썼다고 해요. 수의사님은 “동물원이 야생동물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얘기하는 곳이어야 하지, 동물을 조그만 우리에 가둬놓고 돌 던지고 놀리는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죠. 어려운 관람객을 만났을 때, 어떤 마음이 드나요? 왕: “동물을 막 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가서 소리 지르고 무언가를 던지고, 관람료를 냈으니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 텐데, 사회적으로 이런 행동이 용인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동물들은 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개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이 사회의 수준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청주동물원의 물범. 사육사들은 좁은 수조가 늘 마음에 걸린다. 시네마달 제공
1999년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나 지난해 생을 마친 수컷 호랑이 ‘박람이’. 디스크 치료 과정에서 명을 달리 했다. 시네마달 제공
곰사 해먹이 바꾼 변화 ―영화에 출연한 권혁범 사육사는 “좁은 방사장을 넓히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거니까, 그 안에서 행동 풍부화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어요. 동물원 동물들의 삶의 질과 관련해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정신적 스트레스인데요. 행동 풍부화로 환경을 개선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김: “공간이 아주 넓고 서식지 같은 환경이면 행동 풍부화 자체가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저희처럼 좁은 공간일수록 행동 풍부화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해요. 왕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곰사에 해먹을 설치한 적이 있어요. 별로 할 일이 없던 맨바닥이었는데, 곰들이 해먹만 생겨도 거기서 밥을 먹고, 눕고, 놀기도 하고 굉장히 다용도로 잘 쓰더라고요. 수면의 질까지는 모르겠지만 시시티브이로 저희가 확인을 해보면 더 편안해 보이기도 해요. 그러면서 움직임이 다양해지기도 하고요.” _______
“동물원이 없는 게 이상적이지만…” ―충북야생동물센터와 독수리와 동물원 독수리의 운명을 맞바꾸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동물원의 역할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고요. 한국 동물원에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면 무엇이 있을까요?(충북야생동물센터에서 구조된 부리가 비뚤어진 독수리가 구조·치료 후 야생 생존 가능성이 낮아 안락사 위기에 놓였는데, 이 독수리를 동물원에서 받고 동물원 독수리를 센터로 보내 야생 적응 훈련을 시켰다) 왕: “사실은 동물원이 없는 게 제일 이상적일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말은 좀 어폐가 있는 것 같고, 청주동물원이 (지금 처한 상황에서) 이상적으로 바뀐다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곰생츄어리 사업 같은 걸 가져와서 이런 걸 동물원의 영역에서 흡수하면 좋겠어요.”
물범 가족 세 마리가 낮잠을 자고 있다. 시네마달 제공
청주동물원은 국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삵의 인공 번식 시술을 하는 청주동물원 수의사들. 시네마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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