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가죽지갑은 당신의 것이 아니야, 동물의 것이지

등록 2019-10-16 09:57수정 2019-10-16 11:42

[애니멀피플] 비건 패션 ‘낫아워스’ 박진영-신하나 인터뷰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를 운영하는 박진영(38·왼쪽), 신하나(37)씨는 인조가죽은 값싸고 안 좋다는  선입견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좋은 소재와 디자인으로 만들면, 동물성 가죽보다 더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를 운영하는 박진영(38·왼쪽), 신하나(37)씨는 인조가죽은 값싸고 안 좋다는 선입견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좋은 소재와 디자인으로 만들면, 동물성 가죽보다 더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서울 마장동은 신하나(37)씨에게 잊을 수 없는 장소다. 2017년 봄이었다. 필시 ‘소고기 사줄게’라는 덕담이 오갔을 것이다. 기분 좋게 회사 사람들이 마장동의 고깃집에서 모였다. 평소처럼 배부르게 먹고 즐겁게 나오는데,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냄새가 신씨의 코를 찔렀다. 비리고 노린 냄새가 머리를 강타하는 느낌이었다. 뒤이어 신씨는 고기를 끊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전에 다니던 회사 동료 박진영(38)씨를 만났다. 박진영씨는 오랜 채식주의자였다. 신씨는 박씨에게 경험담을 전했고, 둘은 뜬금없는 작당을 했다. ‘비동물성 소재로 모피 코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해볼 만했다. 신씨는 경영학과를 나온 마케터였고, 박씨는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였으니까. 설마? 비동물성 소재인 폴리에스터로 만든 인조 모피 코트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화제를 모으며 완판됐다. 의기충천했음은 물론이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만난 신하나씨가 말했다.

“놀다가 재미로 한 번 만들어 본 건데 성공한 거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만든 거 아니에요.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하자 해서 로고나 디자인도 신경 썼어요.”

첫 제품의 성공에 고무된 둘은 아예 회사를 차렸다. 낫아워스. 둘이 만든 비건 토탈 브랜드의 이름이다. ‘(동물의 털은)우리의 것이 아니다(Not Ours)’라는 뜻으로, 둘이 지향하는 비건 브랜드의 정신을 선명하게 담았다. 캐릭터는 곰으로, 아워스를 불어로 읽으면 곰이다.

그 뒤 소가죽 대신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지갑, ‘낫아워스’ 로고와 ‘비건’을 새긴 순면 티셔츠 등 내놓는 상품마다 인기를 끌며 완판됐다. 특기할 만한 것은 낫아워스가 ‘비건이니까, 우리 제품 좀 사주세요’ 하는 전략을 배제했다는 점이다.

둘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은 의리보다는 품질이라고 생각했다. 착한 제품 마케팅 대신 비동물성 제품도 훨씬 예쁘고 고급지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가장 좋은 소재를 쓰고, 숙련도 높은 공장에 작업을 맡기고, 공정을 꼼꼼히 살피면 높은 수준의 품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박진영)는 것이다.

또 다른 전략은 대량생산 방식을 버리고 소품종 주문생산 방식을 택한 것이다.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와 펀딩 플랫폼에 주문이 온 만큼만 제작했다. 이렇게 하면 재고 및 보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낫아워스를 기억하고 재구매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사실 고기 끊는 것보다 가죽 끊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추나 지퍼 등 아주 작은 부분에도 가죽이 액세서리처럼 들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만한 비건 패션 브랜드는 가죽의 정글을 헤쳐나가는 배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약 3000명(연인원)이 낫아워스를 만났다.

박진영씨(왼쪽)과 신하나씨가 서울 서교동 매장 앞에 서 있다.
박진영씨(왼쪽)과 신하나씨가 서울 서교동 매장 앞에 서 있다.
신씨와 박씨는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아직 비건 패션 시장 규모가 작다”는 점을 꼽았다. 최근 독립 창작자들이 비동물성 소재의 화장품과 옷, 식물성 가죽 제품 등을 내놓으며 활약하고 있지만, 전체 시장 규모에 견줘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둘은 가능성을 본다. 신씨와 박씨는 “해외 진출을 하는 게 다음 목표”라며, “무엇보다 낫아워스가 좋은 브랜드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1.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2.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3.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4.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