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제주 동물테마파크에 반대하며/고은영

대명이 제주에서 동물원 사업을 철회한다고 해도, 이 돈과 아이디어는 다른 지역을 향할 수 있을 겁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 싸움은 제주뿐 아니라 어디에도 신규 동물원과 수족관이 들어서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 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클립아트코리아
“끌려오는 동물들이 너무 불쌍해요” 제주동물테마파크는 58만㎡(약 17만평) 부지에 호랑이와 사자, 코뿔소 등 동물 1000여마리 규모의 동물원, 리조트 등이 들어서는 사업입니다. 사업자는 대명리조트로 잘 알려진 대명그룹 ㈜대명홀딩스의 자회사입니다. 극심한 주민 반대와 절차적 하자에도 최근 모든 사업 심의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실상 도지사의 승인만 남은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선흘2리 주민들의 반대 활동이 불붙은 상황입니다.

람사르습지도시인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주변에 동물테마파크 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선흘2리 주민과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선훌2리 마을회 제공
‘특별법’이 부른 비극 어른들도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마을 총회의 결정 없이 사업자와 상생협약을 맺은 마을 이장을 임시총회를 열어 해임하고, 동물테마파크를 반대하는 새로운 이장을 선출했습니다. 침묵하는 도의원들과 시장을 압박하고 일깨웠습니다. ‘주민 반란’이 일어나자 사업이 너무 막바지라 자포자기했던 단체들, 도의원들을 포함해 제주시장까지 이 사업의 적절성에 대해 따져 묻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역과 중앙 언론이 관심을 크게 보이자 최종 승인이 늦어지며 사실상 ‘임시 보류’ 국면에 들었습니다. 자,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주동물테마파크 조감도
동물 학대의 섬, 제주 62개소 중 제주해양과학관(한화 아쿠아플래닛), 라온더마파크(마상쇼, 실내 동물원), 제주폴로 승마리조트 등 동물 전시, 노동 사업을 병행하거나 주요 시설로 하는 사업자들도 연이어 승인되어 세금을 감면받았습니다. 또한 승인받은 사업계획서와 별도로, 사업장 내 콘텐츠 운영을 제3자에게 위탁해 동물쇼를 진행하는 일은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별법만 문제일까요? 2017년 국회에서는 동물 전시·노동을 하는 전국의 21개 식물원과 박물관이 공개되며 박물관 운영 관련법의 허점이 지적되었는데요. 박물관업의 사회 공헌적 목적에 따라 세금을 감면받으면서도 동물을 전시·노동하고 있는 사업장들이었는데 그 중 10개가 제주였습니다. 지난 5월 <애니멀피플>이 고발했던 흑돼지쇼가 있던 공원이나 조류를 전시한 식물원들이 그에 해당합니다. 탈법을 조장하는 이 낡은 법도 계속 살펴봐야겠지요. _______
동물원으로 동물을 보호할 순 없다 제주동물테마파크를 반대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근원적 문제들이 너무 많이 발굴되어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이미 도민들과 주민들, 의회가 모두 반대를 외치는데 행정과 사업자가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 현실도 사실 개탄스럽습니다. 최근에는 전북 정읍에서 오랜 주민 싸움 끝에 소싸움장이 부결된 사례를 주민들과 공유하고, 녹색 자치의 힘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선인분교 아이들을 포함해 선흘2리를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에게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대명이 제주에서 사업을 철회한다고 해도, 이 돈과 아이디어는 다른 지역을 향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 또한 반대합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 싸움은 제주뿐 아니라 어디에도 신규 동물원과 수족관이 들어서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 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식지가 아닌 곳에서 동물을 보호할 수는 없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동물원에 동물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에 힘을 써야 함을 애니멀피플의 독자들께서 널리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_______
팔려온 동물들을 마주할 수 없다면 제가 두 번째로 노루와 가까이한 것은 제주에 이주한 뒤, 비자림로 도로 위에서였습니다. 파닥거리는 큰 물체가 있어 살펴보니 교통사고를 당해 목만 움직이는 커다란 노루였습니다. 야생동물 구조 신고를 했는데 노루는 이내 숨을 거뒀습니다. 저와 눈을 마주친 채로, 노루가 숨을 거두던, 심장이 철렁 내려앉던 그 순간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제주에는 많은 동물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주에 들러 산책을 하다 우연히 노루를, 돌고래를 조우하기를 바랍니다. 인생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팔려온, 죽어가는 동물들과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면, 이 싸움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서 손가락 행동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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