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가 알파카 울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각) 국제동물권단체 페타(PETA)는 “페루 알파카 농장의 동물 학대를 확인한 발렌티노가 2021년 말까지 모든 의류에서 알파카 털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명품 가운데 울 사용중단을 발표한 브랜드는 발렌티노가 처음이다.
지난 5월 페타는 세계 최대규모인 페루 말키니 지역 알파카 농장에 잠입해 고통받는 알파들의 모습을 폭로했다. 페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알파카들은 털 채취를 위해 네 발이 꽁꽁 묶인 채 작업대 위에 결박당한다.
작업자들은 빠른 작업을 위해 수시로 알파카들을 작업대로 내던지고, 머리나 목 부위를 누르며 클리퍼로 털을 깎아냈다. 임신한 알파카도 똑같이 테이블 위로 던져졌다.
털이 깎인 뒤에도 알파카들은 함부로 다뤄졌다. 작업자들의 거친 클리퍼 사용으로 알파카들은 상처 입고 피를 흘렸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는 못했다. 복부에 긴 외상을 입은 한 알파카는 국소 마취 스프레이도 없이 그 자리에서 상처가 꿰매졌다. 눈꺼풀이 절단되었거나 입에서 피를 흘리는 알파카들의 모습도 확인됐다.
털 채취 과정에서 알파카들은 네 발이 꽁꽁 묶인 채 함부로 다뤄졌다. 페타 제공
이 과정에서 예민하고 온순한 성격의 알파카들은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 두려움으로 침을 흘리거나 구토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페타는 “초식동물인 알파카는 본능적으로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탈출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알파카를 네 발을 묶어 완전한 구속상태로 만드는 것은 그들에게 심각한 공포와 공황, 심리적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타는 발렌티노의 결정을 ‘굉장한 뉴스’라며 환영했다. 트레이시 라이먼 페타 부의장은 “발렌티노의 결정은 알파카들이 털을 위해 학대받고 피투성이가 되는 것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동물착취 소재 중단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스텔라 매카트니, 조르지오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등은 2016년부터 리얼 퍼(동물모피) 사용을 중단했으며, 구찌도 2019년 동참을 선언했다. 프라다는 올해부터 여성복 컬렉션에서 모피 사용을 중단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021년부터 아예 동물 모피를 생산하거나 거래하는 것이 금지된다. 옷, 액세서리, 핸드백 등 모든 제품에 해당한다.
페타는 “여러분이 알파카를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의류 쇼핑을 할 때 케어라벨을 확인하고 만약 ‘알파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물건을 그냥 선반에 놓아두라”며 알파카 울 사용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고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