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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백화점 옥상정원에 나타난 견공들…‘새 집사 구함’

등록 2020-11-30 17:22수정 2020-11-30 18:02

[애니멀피플] 포인핸드, 한화갤러리아 입양데이 행사
11월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에서 ‘유기동물 입양데이’ 행사가 진행됐다. 한화갤러리아 제공
11월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에서 ‘유기동물 입양데이’ 행사가 진행됐다. 한화갤러리아 제공

‘하리’는 누더기 유기견이었다. 유기동물보호센터 구조 당시 하리는 누더기란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 털이 엉망으로 엉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 같은 외모였지만 입양희망자가 나타났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털을 벗겨내자 하리의 본 모습이 나타났다. 하리는 하얀 털이 아름답게 빛나는 말티즈였다. 2017년 이렇게 새 가족을 만난 하리는 이후 광고모델인 반려인과 함께 한 자동차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그야말로 누더기 개의 견생역전이었다. 당시 반려인과 하리를 연결해준 건 유기동물 공고를 실시간으로 알려준 입양플랫폼 ‘포인핸드’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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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털 같은 편견 벗겨내면…”

11월25일 경기도 수원시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에 또 다른 견생역전을 기다리는 유기견 9마리가 초대됐다. 이날 ‘유기동물 입양데이’는 포인핸드, 한화갤러리아, 용인시동물보호협회(이하 용보협)가 합심해 성사됐다. 국내 백화점이 유기동물을 손님으로 모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기동물 입양플랫폼 포인핸드를 개발한 이환희 수의사가 입양데이 만남행사에 앞서 ‘유기동물 입양 바로알기’ 강연을 진행했다. 한화갤러리아 제공
유기동물 입양플랫폼 포인핸드를 개발한 이환희 수의사가 입양데이 만남행사에 앞서 ‘유기동물 입양 바로알기’ 강연을 진행했다. 한화갤러리아 제공

오후3시 백화점 문화센터 내 강연장에는 사전 신청을 통해 참석한 50여 명의 참가자와 9마리의 견공들이 도착해 있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만남의 시간’은 아직 1시간 반이나 남아있었지만, 개들은 이미 12층 옥상 정원에 도착해 낯선 공간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는 포인핸드 대표 이환희 수의사의 ‘유기동물 입양 바로알기’ 강연으로 시작됐다. 강연은 국내 유기동물 실태부터 입양신청 방법, 준비사항, 입양 뒤 행동수칙 등 유기견 입양에 앞서 알아야 할 필수적인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환희 수의사는 “2013년 경기도 가평군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수의사로 근무하며 유기동물의 심각한 실태를 알게됐다. 동물이 왜 이렇게 많이 버려지는지 원인을 조사하다가, 문제는 버린 사람들에게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은 아프거나 성격이 안좋아서 버려졌을 거란 통념과 달리 대부분의 동물이 반려인의 재정적 문제, 결혼, 이사, 유학 등 때문이란 것을 알게됐다는 것이다.

털이 누더기처럼 엉켜있던 상태로 보호소에 들어온 개 ‘하리’는 새 반려인을 만나 자동차 광고에 출연하는 견생역전을 겪었다. 포인핸드 제공
털이 누더기처럼 엉켜있던 상태로 보호소에 들어온 개 ‘하리’는 새 반려인을 만나 자동차 광고에 출연하는 견생역전을 겪었다. 포인핸드 제공

그는 보호소의 입양률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포인핸드 어플을 개발하게 됐다. 포인핸드는 전국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센터의 동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 수의사는 “지자체 보호소는 공고 기한 열흘이 지나면 동물을 안락사 한다. 여러 보호소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입양을 고려해야 할 시설로 지자체 보호소를 꼽는 이유”라며 앱 개발 사유를 밝혔다.

이 수의사는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은 ‘두터운 털’과 같다며 하리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털을 모두 깍아내고 모델이 된 하리와 같이, 방치와 무책임 속에 버려진 동물의 본모습은 얼마나 사랑받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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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50명·개 9마리의 미팅시간

이날 행사에 참가한 9마리의 유기견 또한 광주·용인시 보호소에서 안락사 대상에 올랐던 동물들이다. 용보협은 이처럼 안락사 직전 개들을 구조해 새 가족을 찾아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입양데이에 참석한 개들은 그 가운데서도 입양 가능성이 다소 높고 사회화가 잘 되어 있는 견공들로 선정됐다.

입양데이 행사에 참가한 9마리의 유기견 가운데 5마리가 입양신청이 진행 중이거나 임보가정으로 이동했다. 한화갤러리아 제공
입양데이 행사에 참가한 9마리의 유기견 가운데 5마리가 입양신청이 진행 중이거나 임보가정으로 이동했다. 한화갤러리아 제공

강연 뒤 참석자들은 모두 4조로 나뉘어 ‘운명의 댕댕이’를 만나러 옥상정원으로 이동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 당황할 개들을 위해 만남은 각각 두개 조씩 이뤄졌다. 넓다란 잔디 마당에 모인 9마리의 개들은 봉사자들의 인솔에 따라 입양희망자들을 만났다.

참가자들은 앞선 강연에서 배운대로 개들이 놀라지 않도록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거나,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했다. 보호소 생활 당시 파보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웠던 ‘당고’는 처음엔 낯선 듯 임시보호자의 품에 안겼지만 곧 경계를 풀고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가장 큰 몸집으로 시선을 끌었던 ‘도노반’도 관심이 기분 좋은지 편안히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어린 자녀 둘과 입양데이에 참석한 이다연씨는 “셋째 대신 반려견을 입양하러 왔다.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으면 교감해보고 입양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방송을 통해 펫숍, 뜬장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됐다. 기왕이면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오늘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앞선 강연에서 배운대로 개들이 놀라지 않도록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거나,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했다. 사진 김지숙 기자
참가자들은 앞선 강연에서 배운대로 개들이 놀라지 않도록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거나,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했다. 사진 김지숙 기자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 갖출 것이 있는지 알아보러 왔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장병선씨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지만 잘 키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일단 임시보호부터 신청해보고 한다. 오늘 입양신청서를 작성하면서 내가 준비가 됐는지 체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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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견들에게도 기회 많아졌으면”

입양희망자와 견공들의 만남은 오후 6시를 넘겨 날이 어둑해져서야 마무리 됐다. 다행히 행사 뒤 ‘운명의 짝’을 점찍은 반려가족들은 절반 이상이었다. 참가했던 9마리 가운데 1마리는 당일 임시보호에 들어갔고, 4마리는 입양신청서가 제출돼 현재 상담을 진행중이다.

기미연 용보협 대표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개들이 모두 믹스견이었던 점을 설명했다. 기 대표는 “같은 유기견이더라도 품종견은 입양이 훨씬 쉽다. 보호소에서도 품종견은 금방 입양이 되는 반면 믹스견, 중대형견들은 거의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오늘같은 입양데이 행사가 활성화 돼 믹스견들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이 충분히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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