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어업이 어떻게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헤친 다큐 ‘씨스피라시’가 지난 24일 개봉했다. 넷플릭스 제공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 ‘카우스피라시’를 보고 감동 받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지난 3월24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Seaspiracy)가 잔잔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씨스피라시는 ‘바다에 대한 음모’(Sea+Conspiracy)라는 제목 뜻과 같이 전세계 해양 생태계가 직면한 위기와 위협 요인에 대해 파헤친 다큐멘터리다.
다큐는 감독 알리 타브리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바다와 고래를 사랑한 감독은 대학을 졸업한 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떻게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지 알리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그는 매년 인간이 바다에 버리는 플라스틱이 이미 태평양에 1억 5천만톤의 거대 쓰레기 섬을 만들고 있는 현실부터 지적한다.
그러던 중 일본이 전세계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업 포경을 재개한다는 소식에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을 찾게 된다. 다이지 마을은 매년 봄 돌고래들을 만으로 몰아넣어 사냥하는 것으로 악명높은 곳이다. 감독은 그곳에서 수많은 고래들이 사냥 당하고 도살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수족관에 팔지 않는 돌고래들까지 죽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래들이 너무 많은 물고기를 소비하기 때문이라는 일본 정부의 설명과는 다르게, 감독은 멸종위기종을 남획하고 거래하는 이면에는 상업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밝혀낸다. 심지어 ‘돌고래 보호’ 라벨을 단 해산물마저도 수많은 고래, 돌고래의 혼획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큐 ‘씨스피라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다큐 ‘씨스피라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또한 상업적 어업의 부산물들은 실제로 개인이 사용하고 버리는 용품들보다 큰 비중을 차지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독은 “전세계가 플라스틱 빨대를 버리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 바다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0.03%만이 빨대였다. 반면 태평양 거대 쓰레기섬의 46%는 어선들이 버린 어망이었다”고 전한다.
다큐는 상업적 어업이 어떻게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가를 살피며 동시에 일부 환경단체들이 어떻게 어업 대기업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있는지를 폭로한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활동가가 행방불명이 되거나, 원양어선들에서 벌어지는 노예 노동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해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음모’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끈질기게 파헤친다.
29일 현재 ‘씨스피라시’는 세계 넷플릭스 순위를 집계한 누리집 플릭스패트롤에서 7위를 기록하고 있다. 플릭스패트롤 갈무리
다큐는 개봉 첫날 미국 넷플릭스 영화 순위 9위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29일 현재 세계 넷플릭스 순위를 집계하는 누리집 ‘플릭스패트롤’에도 영화 부문으로는 7위를 기록하고 있다. 극영화를 제외한 다큐 중에서는 1위다.
이같은 관심을 반영해 국내 동물단체에서도 지난 주말 상영회를 개최했다. 동물권단체 ‘디엑스이 코리아’(DxE Korea)는 27일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상영회를 열고 소감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우리가 참치를 먹을 때 바다거북이, 고래, 상어가 어떻게 희생되는지 알게 됐다”, “기후위기 문제와 동물권 활동 모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알고 싶었던 내용이 가득찬 영화였다”고 전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