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찾는 아프리카도깨비쥐 ‘마가와’는 지난해 영국 동물단체로 부터 ‘용감한 동물’ 메달을 받았다. 사진 아포포 제공
지난 5년간 캄보디아에서 냄새로 땅 속에 남아있던 지뢰를 찾아왔던 아프리카도깨비쥐 ‘마가와’가 은퇴한다. 마가와는 현장에 배치된 이후 축구장 20개 넓이의 지역을 수색했으며, 지뢰 71개·불발탄 38개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5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벨기에 비영리단체 아포포(APOPO)가 지금까지
지뢰 수색에 가장 훌륭한 성과를 냈던 아프리카도깨비쥐 마가와가 은퇴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포포는 아프리카도깨비쥐를 훈련시켜 인간 훈련사에게 폭발물을 알리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가와가 활동했던 캄보디아뿐 아니라 앙골라, 짐바브웨, 모잠비크 등 전쟁과 내전을 겪은 나라에 아프리카도깨비쥐를 배치해 지뢰를 제거하고 있다.
마가와는 2016년 캄보디아에 배치된 뒤 훌륭한 활약상을 보여줬다. 아포포에 따르면, 그는 14만1000㎡에 이르는 지역을 무장해제 시켰으며 이는 축구장 20여 개와 맞먹는 넓이다. 마가와는 그 안에서 71개의 지뢰와 38개의 불발탄을 냄새로 제거했다.
아프리카도깨비쥐는 화약 냄새를 맡도록 훈련 받은 뒤 매설된 지뢰를 찾는다. 사진 아포포 제공
지난해 마가와는 영국 수의사 자선재단(PDSA·People’s Dispensary for Sick Animal)으로부터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단체의 금메달은 인간으로 치면 위험한 상황에서 영웅적인 행동을 했거나, 용기있는 행위를 한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명예로운 상으로 알려졌다. 마가와가 받은 메달에는 ‘용맹스럽고 헌신적인 임무를 한 동물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단체 역사상 이 상을 받은 30여 마리 동물 중 쥐는 마가와가 처음이다.
마가와와 같은 아프리카도깨비쥐는 먹이를 땅 속에 파묻었다가 나중에 냄새로 먹이를 다시 찾는 습성을 갖고 있다. 아포포는 이 습성을 이용해 쥐에게 땅속에 묻힌 냄새를 맡아 찾아내도록 훈련시켜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훈련받은 쥐는 화약 냄새를 맡으면, 그 자리에 멈춰서 “찍찍” 소리를 내서 훈련사에게 이를 알린다.
지뢰나 폭발물이 쥐를 해칠 염려는 없을까. 다행히 아프리카도깨비쥐는 다 자라도 몸무게가 1.5㎏을 넘지 않기 때문에 지뢰를 밟아도 안전하다. 또 크기가 작기 때문에 지뢰 사이를 걸어다녀도 폭발물을 피할 수 있고, 수색 속도도 인간에 비해 재빠르다. 쥐의 평균 수명은 8년인데, 보통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9개월간 훈련을 받고 현장에 투입돼 5~6년을 활동하다 은퇴한다.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쥐들은 반드시 중성화 수술을 거친다.
마가와와 그녀의 훈련사 ‘말렌’. 사진 아포포 제공
아포포는 “마가와가 아직 건강하긴 하지만 곧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확실이 최근에는 탐지 속도가 느려졌다. 지금이 은퇴할 시기”라고 전했다. 크리스토프 콕스 아포포 이사는 “우리는 수색을 마친 지뢰대에서 축구를 할 정도로 쥐들을 믿는다”며 “쥐들이 지뢰로부터 구해낸 사람은 100만명 이상일 것”이라고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주머니쥐를 활용한 지뢰 제거 사례가 없다. 국내엔 6·25전쟁과 남북 분단 때문에 비무장지대에 200만 개, 후방 60여 곳에 약 1만개 가량의 지뢰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