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다시 사람을 문 개 ‘욱이’와 남양주 사고견
같은 현장에서 발견된 두 개에겐 어떤 일이 있었나
다시 사람을 문 개 ‘욱이’와 남양주 사고견
같은 현장에서 발견된 두 개에겐 어떤 일이 있었나

‘욱이’는 지난 5월22일 남양주 개물림 인명사고가 난 현장 근처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다. 반려동물 인식칩이 있던 욱이는 카라 구조 뒤 행인을 무는 사고를 냈다.
남양주 개농장에서 구조된 욱이 불행 중 다행으로 청년이 입은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긁힌 상처에 멍도 들었다. 물림사고를 당한 청년은 병원을 다녀오고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현재 욱이는 카라 사무실에서 지내고 있다. 제 자리에 가만 누워 있고 별다른 사고를 치진 않는다. 사람들이 업무에 집중할 때면 방해하지 않고 가만 지켜보다가 시선을 주면 그제야 다가와 해맑게 머리를 들이밀기도 한다. 욱이의 세상에선 개물림 사고에 대한 죄책감이나 반성은 없다. 당연히 욱이는 개니까.

구조 당시 욱이는 손, 앉아, 기다려 등 기초 훈련을 잘 따르는 개였다. 오물과 비를 뒤집어 쓴 채로도 사람의 등장을 반겼다.
두 번의 파양…개에겐 가족이 있었다 그 곳 개농장은 지옥과도 같은 학대 현장이었다. 개들은 죽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음식물쓰레기에 입을 대고 있었다. 열악한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로 자신의 엉덩이를 계속 물어뜯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개도 있었다. 카라 활동가들은 욱이와 피부병이 보이는 개 한 마리, 또 출산이 임박한 듯한 만삭의 개 두 마리를 우선 긴급 구조했다. 욱이는 산책도 잘 했고, 실내에선 마킹도 하지 않는 안정적인 성정의 개였다. 그러나 가만 돌이켜 보면 욱이에게는 누군가를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욱이는 갑작스레 다가오는 대상에 대해 경직하곤 했다.

사고 현장 근처 개농장 모습. 개들은 죽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음식물쓰레기에 입을 대고 있었다. 열악한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로 자신의 엉덩이를 계속 물어뜯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개도 있었다.

사고 현장 근처 개농장 모습.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들도 여러 마리 발견됐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최초의 보호자는 평소 욱이가 몇 번의 입질 전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로 나이 많은 어른이나 어린이들을 물어 치료비를 보상해주곤 했는데, 결정적으로 작년에 초등학생 조카를 근육이 찢어질 정도로 심하게 물어 가족 모두가 욱이의 양육을 반대하게 됐다고 한다. 결국 작년 가을쯤 부모님 지인에게 욱이를 분양 보냈고, 그 지인은 ‘농장에서 키울 개가 필요하다’는 누군가에게 다시 욱이를 분양 보냈다.

욱이는 입마개 착용 연습 중이다. 짧은 통에 주둥이를 넣는 연습부터 하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는 목줄 없는 백구 한 마리도 발견됐다. 백구는 주변을 자신의 ‘영역’으로 알고 맹렬히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의 분노 뒤에 숨은 책임자들 거시적으로 개물림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는 자명하다. 일상적인 방치 사육, 개농장에서의 집단적인 학대 사육 환경, 개를 쉽게 사고 팔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문화, 강제된 힘을 갖지 못하는 동물등록제, 보호자들의 낙후된 인식 등이다. 근본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 큰 틀의 변화를 도모해야 할 때, 진짜 책임의 주체인 지자체와 정부는 비겁하게 숨어 있다. ‘사람 문 개는 죽여야 한다’는 사람들의 분노를 방패 삼아서. 개물림 사고를 낸 개에 대한 안락사는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안락사를 시행하기까지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저 감정적으로 개를 죽이는 것으로 문제를 덮는 것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해결하지 않고 어설프게 덮은 문제는 같은 이유와 맥락에서 다시 발생한다. 최근 몇 년간 개물림 사고에 대해서 계속 ‘안락사를 해야 한다 말이야 한다’며 소모적인 논쟁이 일어난 것처럼 말이다.

개물림 사고를 낸 개의 안락사는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시행 전까지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야 이 비극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논쟁만 반복할 것인가 욱이에게는 기회가 주어졌다. 개물림 사고견을 보호 중인 남양주시에서는 앞으로 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남양주시는 아직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다. 사고견의 보호 상황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는 또 다시 안락사 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끝내게 될까. 공정한 기질평가의 기회는 이번에도 주어지지 않는 걸까.

욱이와 남양주에서 개물림 사고를 낸 개는 겨우 한 끗 차이다. 욱이에게는 기회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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