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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인고의 땅속생활 4년 헛될라...매미의 마지막 노래

등록 2021-08-18 14:39수정 2023-11-28 16:50

[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한 달 동안 짝짓기 매진, 그러나 밤이고 낮이고 천적이 노린다
먼동이 트자마자 울기 시작하는 참매미.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매미의 하나로 우는 소리에서 매미라는 이름이 생겼다.
먼동이 트자마자 울기 시작하는 참매미.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매미의 하나로 우는 소리에서 매미라는 이름이 생겼다.

이른 새벽 들리기 시작한 맴맴매∼ 하는 참매미 소리가 온도가 높아지면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쏴∼ 하는 말매미 소리에 뒤덮인다. 여름은 한고비를 넘었지만 한낮엔 아직도 무덥고 기나긴 한살이를 마무리해야 하는 매미의 마지막 울음소리가 절박하다.

참매미로서는 몇 주일 안에 짝을 찾고 생을 마감해야 하므로 일정이 급하다. 참매미 울음소리가 듣는 이에 따라 정겹고 시원하기도 하지만 애절하기도 한 까닭이다.

중복으로 촬영한 참매미의 날개돋이(우화) 과정.
중복으로 촬영한 참매미의 날개돋이(우화) 과정.

어쩌면 4∼5년에 이르는 땅속에서의 긴 여정이 오히려 편안했을지도 모른다. 허물을 벗고 탈피한 지 얼마 안 돼 날지 못하는 매미를 길고양이가 나무 위로 뛰어올라 낚아챈다.

길고양이는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나무마다 살피며 사냥하는 모습이 능수능란하다. 먹지도 않고 놀이 삼아 하는 행동이 한편으로는 밉살스럽기도 하다.

고양이는 이후에도 땅바닥과 나무 위에서 매미 애벌레와 성충을 가리지 않고 사냥했다. 매미 애벌레가 어두운 저녁을 이용해 땅속에서 나온 뒤 서둘러 나무 높은 곳으로 올라가 탈피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매미의 탈피시간을 아는 걸까. 길고양이는 어두운 저녁 무렵이면 공원에 터 잡고 매미 사냥을 준비한다.
매미의 탈피시간을 아는 걸까. 길고양이는 어두운 저녁 무렵이면 공원에 터 잡고 매미 사냥을 준비한다.

탈피 직후 날지 못하는 매미를 향해 재빠르게 나무 위로 올라가는 길고양이.
탈피 직후 날지 못하는 매미를 향해 재빠르게 나무 위로 올라가는 길고양이.

몸집이 통통한 매미는 많은 동물에게 맞춤 간식거리다. 고양이가 밤의 매미 사냥꾼이라면 직박구리는 낮 동안의 매미 전문 사냥꾼이다.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살피다 날아가는 매미를 쫓아가 잡기도 한다. 천적을 피하려고 탈피를 밤중에 했는데 날 밝은 뒤에도 뜻밖의 다른 천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직박구리 어미가 매미를 잡아 새끼에게 먹이고 있다. 새끼는 어미가 매미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며 사냥술을 배운다.
직박구리 어미가 매미를 잡아 새끼에게 먹이고 있다. 새끼는 어미가 매미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며 사냥술을 배운다.

그뿐일까. 곤충채집 혹은 놀이 삼아 매미를 잡는 사람들도 잠자리채를 휘두른다. 짝을 찾아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다 거미가 쳐놓은 거미줄에 걸리기도 한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거미는 본능적으로 매미가 잘 다니는 길목에 덫을 놓아 기다린다. 참매미가 영락없이 걸려든다.

거미가 살아가는 방편에 놀라움이 앞선다. 특히 밝은 가로등 빛에 현혹되어 날아드는 곤충을 잡기 위해 거미는 그곳에 거미줄을 쳐놓고 기다리며 야간 사냥까지 한다. 매미도 예외 없이 걸려든다.

거미줄에 걸려든 참매미. 무당거미가 매미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자칫 몸부림에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미줄에 걸려든 참매미. 무당거미가 매미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자칫 몸부림에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미가 거미줄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칠수록 거미줄이 뒤엉켜 몸을 더 감싼다.
매미가 거미줄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칠수록 거미줄이 뒤엉켜 몸을 더 감싼다.

죽기를 각오하고 몸부림치더니 탈출에 성공한 참매미.
죽기를 각오하고 몸부림치더니 탈출에 성공한 참매미.

무당거미는 자기보다 큰 참매미가 걸려든 것을 보고 지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린다. 참매미는 있는 힘을 다해 끝없는 몸부림을 치며 한 시간 동안 사투를 벌인다.

땅속에서 보낸 기나긴 인내의 시간을 보낸 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는 없었을까. 마침내 참매미는 탈출에 성공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목숨을 건졌다.

커다란 무당거미가 움직임을 멈춘 참매미의 체액을 빨아먹고 있다.
커다란 무당거미가 움직임을 멈춘 참매미의 체액을 빨아먹고 있다.

다음날 그곳을 가보니 다른 참매미가 거미줄에 걸려 있었다. 몸부림을 쳐 봤지만 기진맥진하여 죽은 모양이다. 무당거미가 참매미에 올라타 포식하고 있다.

그 다음 날도 다른 참매미가 걸려 있다. 어제 걸렸던 참매미는 혹시 땅바닥에 떨어졌을까 주변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짝짓기하는 참매미. 지상에 나온 뒤 한 달쯤 짝짓기를 하고 암컷은 나뭇가지에 알을 낳은 뒤 수명을 다한다.
짝짓기하는 참매미. 지상에 나온 뒤 한 달쯤 짝짓기를 하고 암컷은 나뭇가지에 알을 낳은 뒤 수명을 다한다.

말매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며 몸길이는 44㎜ 날개를 포함하면 65㎜ 안팎이다.
말매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며 몸길이는 44㎜ 날개를 포함하면 65㎜ 안팎이다.

참매미(위)와 말매미가 나란히 앉아 있다. 참매미는 몸길이 33∼36㎜ 날개까지는 55∼65㎜이다.
참매미(위)와 말매미가 나란히 앉아 있다. 참매미는 몸길이 33∼36㎜ 날개까지는 55∼65㎜이다.

무더운 여름철 한가롭게 합창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매미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후대를 이어가려는 매미의 짝짓기도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다.

요란하다 못해 시끄러운 말매미 울음소리마저 암컷을 찾는 참매미의 울음소리를 방해한다. 참매미는 말매미가 활동하는 뜨거운 한낮을 피해 밤과 새벽에 주로 노래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이제 찬바람이 불면 매미는 내년 여름을 기약하고 일제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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